세이빙 다빈치 - 세속주의 문화의 도전에 대한 기독교 세계관의 답변
낸시 피어시 지음, 홍종락 옮김 / 복있는사람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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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관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쉐퍼라는 이름을 알게 된 것도 벌써 오래다. 그의 책들을 읽으면서 세속주의에 대안을 제시하는 그의 주장에 설득당하고, 가슴이 뛰었던 기억이 있다. 특히 쉐퍼의 책들 중에서도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의 결론 부분을 보면 이런 말이 있다.

 

개인적 평안과 풍요의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 증대되고, 전쟁들과 전쟁의 위협들이 강화되고, 폭력과 테러가 확산되고, 세계의 식량과 자원들이 점점 고갈되어 간다면....그들은 붕괴되고 말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건의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라 오직 두 가지 대안이 있는 듯하다. 첫째는 강요된 질서이고, 둘째는 우리 사회가 다시 한 번 애초에 혼란 없는 자유를 제공해주었던 그 토대-셩경을 통한 하나님의 계시와 그리스도를 통한 하나님의 계시-를 천명하는 것이다....성경적 메시지는 진리이고, 그것은 진리에의 헌신을 요구한다....문제는 세계관이다.....”

 

이 책, 세이빙 다빈치의 저자 낸시 피어시는 이토록 기독교 세계관에 집중하고, 그것을 설파했던 쉐퍼의 충실한 제자이다. 그녀는 스위스의 라브리 공동체에서 쉐퍼를 만나면서 성경의 진리가 인생과 온 우주의 궁극적 질문에 대해 답하고 설명할 수 있는 적실한 진리임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 후 그녀는 스승의 길을 따라서 현 시대의 사조가 있기까지의 철학사들을 기독교 세계관을 통해 분석하고,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생각들과 그 기저의 세계관들을 분석하는 일에 오랜 시간 매진하여 10년 전, ‘완전한 진리라는 책으로 결실을 맺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후, 그녀는 완전한 진리를 바탕으로 하여 세계관이 모든 예술의 중심에 있고, 수 세기에 걸친 예술작품들을 실례로 들면서 예술작품들이 그저 자연이나, 특정 장면을 베낀 것이 아니라, 저자들의 세계관을 표현한 것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러한 분석들을 통하여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의 문화들 기저에 있는 세계관을 분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애타게 주장한다. 그것이 세이빙 다빈치의 핵심 주장이다.

 

이 책은 크게 두 개의 챕터 1. 세속주의의 전 세계적 위협과 2부 세속주의로 가는 두 갈래 길로 나누어져 있다. 1부에서는 세속화된 세상의 위험성, 특히 사실과 가치를 분리하여 사고하는 것을 통하여 많은 사람들이 불행해지고 있고, 실제로 무수한 생명이 위협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주장한다. 2부는 계몽주의와 낭만주의 사고를 통해 나타난 예술 작품들, 그리고 현재의 대중문화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여러 영화들을 살피면서 각각의 작품들은 세계관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을 주장하고, 특히 사실과 가치를 분리하면서 나타난 세계관들이 인간 세상에 얼마나 악하고 부패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설명한다.

 

이러한 큰 흐름에서 저자가 놓치지 않고 전개하는 중요한 주제가 있다. 그것은 아래의 그림이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륙적 전통 낭만주의의 후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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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적 전통 계몽주의의 후계자

 

근대 예술의 두 흐름

관념주의 과학적 세계관에 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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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주의 과학적 세계관을 묘사

 

20세기 예술

표현주의 주관적 감정의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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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주의 객관적 형식의 분석

 

어디선가 많이 본 구분이다. 다름 아닌 쉐퍼의 책들에서 볼 수 있는 이층구조이다. 쉐퍼의 책, ‘이성으로부터의 도피를 보면 이러한 이층 구조는 아퀴나스가 자연과 은총의 영역을 분리한 것을 이러한 사상의 분열의 시초로 본다. 그리고 칸트에게서 나타나는 자연과 자유의 구분을 중요하게 제시하는데, 이는 칸트의 철학이 계몽주의와 낭만주의에 큰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자 낸시 피어시는 칸트의 주장을 간단하게 살피고, 쉐퍼의 이층 구분을 그대로 가져와 위의 표처럼 발전시킨다. 그리고 위층과 아래층에 속한 그림들, 음악들, 적기는 하지만 건축물들에 이르기까지 예술작품들을 살핀다. 끝으로 현대의 대중문화, 그중에서도 여러 영화들을 가볍게 살피면서 그러한 영화에 스며든 세계관들을 살피며 결국 우리가 접하는 문화의 중심에는 세계관이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저자는 쉐퍼가 그리스도인들을 향하여 기독교적인 세계관에 입각한 일치된 삶을 살아야 한다고 예언자처럼 역설하듯, 비슷한 권면과 호소를 반복해서 한다. 그중에 눈에 뛰는 구절 몇 개만 보자면 아래와 같다.

 

궁극적인 목표는 복음을 전하는 것이다. 그러나 복음을 이해하지 못하게 만드는 배경에서 자란 사람들에게 복음은 단순하지 않다. 오늘날의 세계화된 세속 문화는 성경의 메시지를 고려할 수조차 없도록 미로처럼 복잡한 정신적 장벽들을 세워놓았다. 세계관 분석의 목표는 그 장벽을 허무는 것이다.”

 

서구 사회가 과학에 열광하면서 예술과 종교가 주변부로 밀려난 형편이니, 그리스도인이 자연스럽게 예술가에 관심을 보이고 그들의 곤경에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과연 그럴까? 글쎄. 그렇지는 않다....그들도 두 진영으로 나뉜다. 전형적인 교인들은 예술에 도덕주의적으로 접근한다....그런가 하면 자신은 근본주의자가 아니라하면서 거의 모든 것에서 바람직한 요소를 찾아내는 이들도 있다. 세계관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이러한 딜레마에서 벗어나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렇게 접근할 때 그리스도인은 예술의 미적 특성을 향유할 뿐 아니라 예술을 이끄는 관념들을 비판적으로 분석할 도구를 얻게 된다. 성경의 진리는 매우 풍부하고 다차원적이기 때문에 그에 힘입어 모든 세계관에서 참된 요소를 가려낼 수 있고, 동시에 각 세계관의 오류를 비판하고 그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

 

예술가들이 비인간화를 초래하는 과학적 환원주의의 충격에 대안을 찾이 못하고 절망한 나머지 울부짖을 때 우리는 어디 있었는가? 우리는 그들에게 주의를 기울였는가? 문화적 이정표들을 읽어 내고 있었는가? 가장 가까운 선교 현장이라 할 수 있는 주위 사람들의 언어를 해석해 냈던가? 하나님의 사람들은 문화적으로 막다른 길에 이른 이들의 곤경에 대해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오늘날 바흐 같은 작곡자가 있을까? 성경적 진리를 탁월하게 표현해내어 사람들이 하나님을 찾아 나서도록 이끄는 음악과 미술이 있을까? 그리스도인은 현대 문화의 타락을 비판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소매를 걷어 붙이고 긍정적인 해결책을 만들어 내야 한다. 나쁜 문화는 좋은 문화로만 몰아낼 수 있다.”

 

전체적으로 세계관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그것을 근대와 현대의 예술품들을 대상으로 분석한 저자의 수고가 돋보이는 책이다.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오래 되었지만, 쉐퍼의 저작을 읽었던 느낌이 살아난 동시에 그 책들보다 훨씬 쉽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쉐퍼의 저작들이 거칠거나, 철학적인 사조를 살피고 분석하는 것에 집중하기에 어려운 점이 분명 있다. 그러나 저자는 세계관의 내용을 좀 더 쉽게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하여 부단히 애를 쓴 것 같다. 또한 여러 미술작품, 음악과 건축물까지 살피면서 세계관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저자나 작가의 세계관이 예술품에 어떤 식으로 표현이 되는 지를 보여줌으로서 저자의 주장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사실 세계관도 세계관이지만, 예술작품들을 접한다는 자체만으로도 나에게는 도움이 되었다. 오만가지 핑계를 가지고 미술작품 한 점 보지 않은지 얼마나 오랜지....^^:: 특히 책값이 3만원인데, 여러 그림들을 컬러로 실어 놓았다는 건, 아무래도 이 책이 가진 큰 미덕이 아닐까 싶다.^^

 

예술작품들을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소개하는 글들이 별로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더군다난 국내 번역된 작품들은 더더욱 없다 들었다. 그러한 점에서 세이빙다빈치는 괜찮은 저작일 수 있다. 하지만 쉐퍼의 저작들에서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들이라면,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쉐퍼의 생각들이 발전했다거나, 새로울 것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 특정 세계관들을 강요받고 있는 세상에 살고 있는 이 시대에, 기독교인으로서 세계관의 중요성과 그것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좋은 지침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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