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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몸, 네 맘 얼마나 아니? - 사실 십 대가 진짜 알고 싶었던 솔직한 성 이야기
배정원 지음, 최해영 그림 / 팜파스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니몸,네맘얼마나아니? #배정원
우리 교회 중, 고등부 수련회 특강을 하게 됐다. 아무 주제나 달라고 했더니 이성교제 특강을 해보란다. 아이들이 관심 있어 하는 부분인데, 아무래도 특강을 부탁한 이 부분에 담당 교역자가 자신이 없었던 것 같다. 나라고 특별할 것도 없는데....하나 나은 게 있다면 결혼 한 정도? 여튼, 내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할까 했지만, 최소한 청소년 이성교제 관련 책들이라도 좀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에 여기저기 물어봤다. 그중엔 청소년 전문가도 있었고. ‘배정원’이라는 이름이 나왔고. 이 책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얘기를 듣고 바로 구글링을 해보니 구성애씨 만큼이나 유명한 분이었다. 이 쪽 업계에서는 이미 20년이 넘는 경력이 있고, 청소년, 예비 신혼부부들에게도 많은 강의, 상담을 해왔다. 나름 참고 할 만하겠다는 생각에 이 책을 어렵지 않게 선택했다.
책의 제목이 참 신선했다. ‘니 몸, 네 맘 얼마나 아니?’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쓴 책이다 보니 이런 제목을 썼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니 삼십도 중반이 넘어가는 나도 잘 모르고 있었다. 너무 솔직한 얘기지만 성교육에 대한 지식은 잡지나 신문, 혹은 ‘구성애’씨의 강의를 통해 들었던 부분적인 얘기들이 전부였던 것 같다. 단행본 책 한권을 읽은 것.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그런 것인지, 남성의 몸, 여성의 몸에 대해서 너무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당연히 아는 것도 별로 없었다.
이 책은 제목답게 처음부터 여성의 몸과 남성의 몸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려준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몸에 대한 오해, 특히 성과 관련하여 잘못된 지식들을 언급하며 바로잡아 준다. 그리고 내가 놀랐던 부분은 자신의 몸을 자세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자신의 성기를 관찰하라는 저자의 주장이었다. 이 얘기를 아내나, 함께 일하는 동료에게 물어보니 다른 성교육 강사들도 종종 하는 얘기라고 했다. 자신의 몸을 제대로 본 적도 없고, 막연한 부끄러움을 가지고 있다면 자존감이나,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차원에서. 아이고. 내가 몰라도 너무 몰랐다. 너무 관심이 없었다.
이어서 저자는 청소년기에 자라나는 신체와 변하는 외모, 그에 따른 심리적인 혼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특히 이성에 대한 호기심, 성에 대한 호기심, 잘못된 성적 호기심과 중독, 충동적인 욕구의 표출이 가져오는 파괴적인 결과들에 대해서 차근차근 상담하듯이 자세하게, 그리고 현실적으로 설명해준다.
그 중에서 저자가 말하는 청소년의 성관계 대한 분명한 생각을 볼 수 있는 구절이 있다. “성관계를 하기 전에 이런 문제들을 충분히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해....네가 스스로 성관계를 할 준비가 되었다고 할 때가 되면 하는 거야.”
보수적인 교회에서 자랐고, 여전히 그러한 분위기에서 있다 보니 이러한 말들이 여간 거슬리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많은 청소년들이(사실 어른도 그렇지 뭐.)성에 대해서 관심은 많고, 이성과의 교제 시에 충동적으로 행동하기에 전에 충분히 생각해 보란 조언이 너무나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는지, 이 사람은 나를 정말 사랑하는지, 관계에 따른 여러 결과들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지, 책임질 수 있는지....등.
저자의 글이 자세하고, 어찌 보면 수위가 너무 높은 거 아닌가 싶을 정도이지만, 내 몸과 마음조차 잘 몰라 더욱 잘못된 지식을 쌓고, 그러한 지식이 쌓여 막연한 기대나 환상을 만들어내고, 끔찍한 결과들을 만들어내고....지금은 이전보다는 그래도 어려서부터 건전한 성교육을 하는 것 같지만, 여전히 청소년들에게 성에 대하여 무조건 금기시하거나, 성에 대하여 수치스럽게 생각하게끔 하는 분위기가 팽배하지 않나 싶다. 그러하기에 이 책은 얇지만 청소년들에게, 아니 오히려 나 같은 어른들에게 유익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약간 아쉬운 점이 있다면 책이 저자의 전문 분야에 집중하면 좋았을 것을...하는 점이다. 술 이야기, 담배 이야기, 마지막 자신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한 이야기가 담긴 챕터는 차라리 빼거나, 다른 챕터에 자연스럽게 들어갔으면 좋았을 것을...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