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문 협동조합 - iCOOP 생협 2015년
(재)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엮음 / 알마 / 201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 전 읽은 책에 보면 이런 얘기가 나온다. “소수에게 자본이 쏠려 있는 세상에서 1인 1표제의 민주주의는 사기나 마찬가지이다.” 1인 1표에 이르기까지도 엄청난 희생들이 뒤따랐다. 대통령도 내 손으로 뽑고, 국회의원도 내 손으로 뽑고, 지역의 단체장들과 의원들까지도 내 손으로 뽑았다. 큰 권리이고, 소중한 권리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사는 세상이 결코 평등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정확하게 뭐가 불평등한지, 감이 오질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21세기 자본’을 읽으면서 왜 그런 ‘감’이 오질 않는 지에 대한 이유를 조금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본’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었다. 돈이 없으니 돈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 ‘감’이 없는 것이고, 그 돈으로 얼마나 큰 ‘불평등’이 발생했고, 그것이 점점 커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짐작조차 힘들었던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언론이 큰 역할을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고.

 

정직하게 말하자면, 우리가 사는 현실은 1인 1표. 표면적으로 드러난 이 제도가 아니라, 1주당 1표에 해당하는 기업들의 세상에 훨씬 가깝다고 해야 할 것 같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똑같은 권리를 갖는 것이 아니라, 해당 주식을 더 가지고 있으면 더 큰 권리를 갖는다. 이상한 건, 권리가 커져도 의무가 동시에 커지는 것도 아니라는 점.

 

이러한 방식으로 돌아가는 세상에 대해서 조금씩 궁금점이 생기고,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 대하여 찾고 싶어졌다. (목사님께서 ‘경제공동체’에 대한 언급을 해주신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그러한 과정 중에 알게 된 것이 ‘협동조합’이고, ‘입문 협동조합’이란 책이다.

이 책은 머리말에서 밝히는 바와 같이 1차적으로는 icoop 생협에 지원하는 입사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쓰였다. 시험공부용으로 나온 책이다. 그리고 나같이 ‘협동조합’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입문서로 나온 책이기도 하다.

 

요약

이 책은 전체적으로 크게 세 파트로 구성이 되어있다. “1부. 협동조합을 배우다.”, “2부. 생협의 운영과 재무”, “3부. 아이쿱 생협을 배우다.”. 1부에서는 협동조합의 정의와 그 기원과 원리. 그리고 세계적인 협동조합의 사례와 우리나라 협동조합의 역사를 다룬다. 2부에서는 협동조합의 구체적인 조직운영과 경영, 그리고 재무화계의 이해를 돕는다. 마지막으로 3부에서는 icoop 생협의 설립과 발전 방향에 대해서 간단하게 소개한다. 머리말에서 저자가 밝혔듯이, 이 책은 협동조합의 관심자들을 대상으로 집필하기도 했지만, 우선적으로 지원자들 ‘시험대비용’으로 만들어졌다. 그렇기에 나같이 ‘생협 지원자’가 아니라, 단순 협동조합 관심 자들에게는 1부에 나오는 협동조합에 대한 정의. 설립의 배경과 역사 속 발전과정, 세계와 우리나라의 사례들만 살펴보더라도 큰 무리 없이 읽을 수 있다.

 

우선 저자는 협동조합을 소개한다. 협동조합이란 무엇인가? ‘조합원이 소유한 사업체’를 말한다. 협동조합에 대한 가장 간단한 정의이다. 더 많은 정의들이 있지만, 이 정의만큼 간단하고 분명하다. 또한 ‘협동조합’을 기존의 ‘주식회사’의 차이점을 통해서 협동조합이란 무엇인지를 더욱 분명하고, 이해할 수 있다.

 

*협동조합의 목적 – 조합원 공통의 필요와 요구를 충족시키고 생활의 질을 향상하는 것

*통제 방법 – 1인 1표 의결권. 운영과 소유가 원칙적으로 일치. 유한책임과 유한 권리

 

*주식회사의 목적 – 기업의 비전 실현과 함께 이윤을 실현

*통제 방법 – 1주 1표의 의결권. 운영과 소유의 분리. 유한책임과 무한권리 가능

 

여기에서 협동조합이 갖는 중요한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기업들이 비전을 제시하고, 사회적 사명을 감당한다고 말은 하지만, 공익을 주주들, 소유자들의 이익과 함께 추구하는 것에는 원천적인 한계가 있다. 그러나 협동조합의 경우엔 소유와 운영을 (원칙적으로) 일치시킴으로서 조합원 공통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목표를 추구하려 한다. 즉, 얼마나 많은 수익을 올리느냐에 초점을 두기 보다는, 개인과 공동체의 필요를 얼마나 충족시키고, 생활의 질을 얼마나 향상시키는 지가 훨씬 중요한 것이다.

 

이러한 협동조합의 정의와 주요 특징을 설명한 뒤, 저자는 전 세계에서 유명한 협동조합의 사례들을 제시하면서, 그들의 특징, 현황, 영향력 등을 말한다. 여기에는 우리가 들어봤을 법한 이름들이 등장하는데, 스위스의 ‘미그로’, 스페인의 ‘몬드라곤 협동조합’, ‘FC바르셀로나’, 덴마크의 여러 협동조합들이 있다. 이들의 규모는 협동조합에 생소한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할 수 있는데, 직원들의 규모가 수만 명에 달하고, 기업 전체 규모로 보더라도 각 나라에서 10위권에 드는 협동조합들이 다수가 있을 정도다. 그만큼 협동조합의 역사나, 규모, 운영의 노하우가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해 있었다. 이러한 협동조합의 발전은 (특히 스위스. 덴마크 등의 나라) 한 나라의 국가 경제를 건전하게 하는 것에 큰 기여를 했다.

 

저자는 이어서 우리나라 협동조합의 역사화 현재를 개괄한다. 1920년에 있었던 물산장려운동과 소비조합과 원산 노동자 파업과 소비조합의 사례가 대표적이고, 해방과 전쟁을 거치면서 탄생한 ‘농협’, ‘수협’, ‘축협’등과 ‘풀무생협’, 노동운동과 종교들을 통해 발생한 다수의 ‘협동조합’들이 있었다. 이후 1990년에 들어서 여러 소규모 협동조합들을 통합하고, 선진국들의 협동조합 경영의 기법들을 수용하면서 식품분야를 중심으로 하는 사업단위의 성장과 지역사회와 결합한 다양한 조합원 활동들이 활발하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감상평 - 최근 주변에서 ‘아이쿱생협’, ‘한살림’등과 같은 협동조합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그저 우리 유기농 농산물들을 사먹을 수 있는 곳 정도로만 알았다. 도대체 협동조합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생산자도 잘 되고, 소비자도 잘 되게 하려고 만든 사업체란다. 얼마나 그 취지가 달성되고 있는지는 잘 몰라도, 얼마나 멋진 의도인지 모른다.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까 생각은 해봤는데, 책을 통해 확인해 보니, 이미 그러한 협동조합에 속한 조합원들만 하더라도 벌써 수십만 가정이 넘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은 이미 많아졌다 해도 무방할 것 같다.

무엇이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을까? 저자는 우리나라에 발생한 협동조합의 특수성을 지적하면서, 먹거리에 관한 특별한 관심들이 최근 여러 생협들이 폭발적인 성장을 할 수 있게 했다고 말한다. 그런데 여태 나는 왜 몰랐을까....그 이유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우리나라 협동조합의 특수성 중 하나가, 조합원들의 생활수준이 평균 이상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이렇게 협동조합에 대하여 전혀 모르고 있던 나는 책을 읽어가면서 협동조합에 대한 특징과 여러 정보들을 쉽고, 재미있게 확인할 수 있었다. 심지어 협동조합에 대하여 더욱 관심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조금 아쉬웠던 점은, 책의 집필 의도가 ‘icoop 생협에 지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수험서 제공’에 있기 때문에, 책의 절반 정도를 지나가면 조금 지루한 면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협동조합의 운영과 재무회계, icoop의 발전 모습에 대한 내용은 나름 협동조합에 대한 구체적인 모습과 예가 될 수 있겠지만, 읽는 동안 머릿속에 잘 들어가지 않았다. ^^;; 그럼에도 이 책은 협동조합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 그리고 알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 특히 이미 조합원이지만 자신이 지금 무엇을 감당하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그리고 책 마지막 부분에 icoop 생협의 직원들을 인터뷰 한 챕터가 있는데, 구직자라면 정말 이 직장 매력있네! 할 정도로 회사 자랑을 잘 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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