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위한 시간 - 인생의 상실들을 맞이하고 보내주는 일에 대하여
박정은 지음 / 옐로브릭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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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은 언제나 당혹스럽다. 늘 있던 사람, 사물이 갑자기 없으니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난감할 때가 있다. 사라진 사람이나, 사물, 환경이 중요했다면 당혹스러움은 더욱 크다. 사랑하는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없다면,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가. 최근 장인어른이 돌아가셨다. 장모님, 아내, 처남들, 그리고 나. 담담하게, 빠르게 일상을 회복하는 중이다. 그럼에도 수십 년을 함께 했던 가족이 갑자기 없으니 머리보다는 몸에서, 그리고 마음에서 생각지도 못한 불안, 슬픔이 튀어나오는 것 같다. 그런 가족들을 보면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고민하던 중, 그동안 미뤄두고 있던 이 책을 읽었다.

저자는 처음에 이런 이야길 한다. “우리 삶은 매 순간 움직이며 변해갑니다...그러므로 삶의 반대말은 죽음이 아닙니다. 삶의 반대말은 매 순간 변해가는 삶의 조건을 새롭게 만나고 받아들이지 않는 게으름, 어리석음, 혹은 완고함일 것입니다.”(8p) 삶이란 매 순간 변하는 상황에 대처하는 것. 참 멋진 표현이다. 그런데 상실에 대처하는 것은 익숙하지 않고, 마땅히 준비하기도 쉽지 않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가 어떻게 상실로 인한 슬픔을 대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따뜻하게, 그리고 때로는 꼼꼼하게 알려준다.

1장에서는 우리가 경험하는 수많은 ‘상실(들)’에 대해서 말한다. 헤어짐, 죽음, 타인의 변심, 실패, 은퇴, 신체적인 변화, 타의에 의한 소외, 직업적으로 마주하는 상실 등에 대해서 간단하게 언급하고, 이들에 대해서 정확하게 인식하고, 이름을 붙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얘기한다.

2장에서는 애도의 과정을 다룬다. 학계에서 다루는 몇 가지 이론을 다루는데, 5단계, 6단계, 그리고 4단계 이론까지. 그런데 중요한 것은 각각의 이론에 등장하는 여러 과정들이 개별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는 상실과 슬픔을 이론적으로 접근할 지라도 하나의 통합된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75p) 그리고 우리가 삶으로 마주해야 할 때, 반드시 서두르지 말고, 각 단계별로 일어나는 감정을 자연스럽게 대해야 한다. 부드럽게, 그리고 오래 참으면서 말이다.

3장은 트라우마를 다루는데, 폭력으로 인한 가슴 아픈 상실은 그 상처가 유독 크고 깊다. 한 사람뿐 아니라 전체 가족,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최근의 연구들마다 트라우마 치료를 위해 공동체의 중요성이 부각된다.(85p) 트라우마 당사자가 공동체 안에서 안전하게 말할 수 있고, 그러면서 자신의 삶을 용기 있게 돌아볼 수 있다면 다시금 일상을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당사자의 용기와 주변 사람들의 지지가 회복을 위해 너무나 중요하다.(97p)

4장은 ‘상실’을 보내주기와 맞이하기를 말한다. 보내주기란 상실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 상황을 억지로 극복하거나 판단을 내리지 않아도 된다. 자신에게 너그러워질 때 비로소 무엇이든지 잘 떠나보낼 수 있다. 나중에라도 슬픔을 돌아볼 수 있다면, 그 안에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여기에서 의미를 발견한다는 것은 상실의 경험을 자신의 삶의 깊은 맥락에서 이해하고 수긍하게 되는 상태를 뜻한다.(118p) 이를 위하여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고, 함께 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적절한 예전과 개인의 건전한 취미와 작은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5장에서는 슬픔에 대해 말을 주라고 한다. 말하기와 글쓰기는 상실의 의미를 찾는 과정에서 보편적이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143p) 그리고 6장에서는 슬픔의 과정을 통과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동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여러 가지 제안을 한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청’이다.(196p) 슬퍼하는 과정이 저마다 다르다는 것을 기억해야 하고, 상실을 경험한 사람과 동행하는 것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 해결이 아니라 그저 함께 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199p)

목회의 현장에서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이 겪는 당혹스러움을 자주 목격한다. 교회에 있지만, 표현하기 어려운 순간이 있고, 그러한 성도를 볼 때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고민하는 때도 참 많다. 그렇게 당황스러워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안내서가 될 것 같다. 차분하면서도 따뜻한 어조로, 꼭 필요한 이야기를 너무 가볍지 않게 조곤조곤 말해준다. 분명 글이고, 책인데, 따뜻한 상담자로서 옆에서 말해주는 느낌을 받았다.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는 힘이 났고, 목회자로서 여러 인사이트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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