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와 바울
김세윤 지음 / 두란노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김세윤 교수의 논문집이다. 30년 넘은 오래된 책이기에 정치참여와 같은 논쟁적인 적용 부분은 러프하거나, 나이브하다 볼 수 있겠지만, 예수님의 자기인식과 성전시위를 구약의 시편, 다니엘, 스가랴서로부터 이끌어내는 과정은 탄탄해보이고 여전히 설득력이 있는 주장으로 다가온다. 특히 바울은 자신의 편지에 예수님의 말씀을 직, 간접적으로 인용하는데, 어떤 방식으로 인용했는지를 잘 살피면 우리가 성경을 어떻게 읽고 해석,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건전하면서도 중요한 통찰을 발견할 수 있다. 아직 김세윤의 책을 읽어보지 못했거나, 복음이란 무엇인가, 구원이란 무엇인가 정도만 읽었다면 그 다음으로 이 책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예수님의 세례와 시험, 그리스도인의 정치적 실존, 예수와 성전, 바울의 복음의 기원 등 총 12편, 부록까지 13편의 소논문을 모아 놓았는데, 비슷한 내용이 다소 겹치기도 한다. 저자가 펼치는 주장의 중요한 부분은 다음과 같다.

예수님의 메시아 인식과 성전 시위. 예수님께서는 자신이 하나님으로부터 하나님을 대신하여 통치하도록 이 땅에 보냄을 받았다는 인식, 즉 자신이 메시아라는 것을 알고 계셨다. 이것은 사무엘하 7장의 나단의 신탁을 넘어 선지서와 시편에서 메시아를 전망하는 모든 말씀들을 자신의 것이라 인정하고, 그것을 실현하고 계셨다는 것을 뜻한다.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신 사건과 성전에서 시위하신 것이 그것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유대 당국자들은 예수님의 성전시위가 자신이 메시아라는 것을 주장한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이다. 그들은 예수님이 예루살렘 성전을 헐고 새로 짓겠다고 말한 것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물론 예수님께서 새 성전을 짓겠다고 하신 것은 건물이 아닌 자신이 다스릴 새로운 백성, 새로운 공동체였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스도인의 정치참여. 예수님께서는 하나님의 나라를 선포하셨다. 미래적인 관점만 있지 않았고 예수님의 말씀과 사역을 통하여 실재가 되고 있다고 선언하셨다. 그런데 이와 관련된 말씀을 보면 하나님의 나라가(를) ‘온다‘, ‘주신다‘, ‘들어간다‘, ‘받다‘ 등의 단어가 사용되었다. 하나님의 나라가 초월적인 성격을 띄고, 오직 은혜로 주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예수님의 선언은 사랑과 적극적인 제자도를 요구하지만, 사회개혁을 외치시거나, 특정 정당, 특정 프로그램을 지지하셨던 것은 아니었다. 현실정치는 기본적으로 자기주장을 관절하기 위하여 대결하는 투쟁의 장이다. 그리스도인은 이것을 정확히 인식하고 현실 세상에서 타인을 섬기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희생하되, 자신의 욕심이나 생각을 관철하기 위하여 폭력적이 되거나, 분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바울의 예수 전승 인용. 바울의 글에는 이상할정도로 예수님의 말씀에 대한 직접 인용이 없다. 그렇기에 일부 비평적인 학자들은 바울과 예수의 관계를 저만치 멀다고 주장하지만, 바울의 삶과 글의 맥락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바울은 그 누구보다 예수님을 닮기 위해 노력했고, 바울의 글에는 그 누구의 글보다 예수님의 말씀과 사상이 녹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수님의 하나님 나라 선포와 바울의 칭의 교리 사이에 진정한 연속성이 있다는 것은 이미 학자들에게서 널리 인정받고 있기도 하다. 그는 교회의 필요와 상황을 인식하여 그에 맞춰 자신의 말과 삶으로 예수님의 말씀과 사역을 전했다. 예수님의 말씀과 사역은 바울의 해석을 거쳐 바울의 편지로 각 교회에 전달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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