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디는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뼛속까지 시린 경련에 무심코 무릎을 꽉 움켜잡았다. 그는 알 수 없었다. 싸구려 위스키 탓인지, 지하실에서 밤을 보낸 탓인지, 돼지 콜레라 탓인지, 쇠 재갈 탓인지, 웃는 수탉탓인지, 불타는 발 탓인지, 껄껄 웃는 죽은 자들 탓인지, 바람 소리를내는 풀밭 탓인지, 비 탓인지, 사과꽃 탓인지, 목걸이 탓인지, 도살장의주디 탓인지, 버터를 처바른 핼리 탓인지, 유령이 나타나는 하얀 계단탓인지, 벚나무 탓인지, 카메오 장식 탓인지, 사시나무 탓인지, 폴 에이의 얼굴 탓인지, 소시지 탓인지, 아니면 붉디붉은 심장을 잃어버린 탓인지.
"말 좀 해보세요, 스탬프." 폴 디의 눈가가 축축해졌다. "나한테 이거하나만 말해보세요. 대체 검둥이는 얼마나 참아야 합니까? 말 좀 해보세요. 네?"
"참을 수 있는 만큼 참아야지." 스탬프 페이드가 말했다. "참을 수 있는 만큼."
"왜요? 왜? 왜? 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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