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의 역사 : 신약부터 새 창조까지
후스토 L. 곤잘레스 지음, 이여진 옮김 / 비아토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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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스토 곤잘레스 지음. 이여진 옮김. <일요일의 역사>. 비아토르

 

일요일이면 많은 사람이 교회 건물에 모여 주일 예배를 했다. 여느 사람들의 말처럼 식민지 시대 때도 전쟁 통에도 상당수 이어졌던 것이 주일 예배인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천주교회도, 개신교회에서도 많은 교회가 모이지 못한다. 영상예배가 없던 것은 아니지만 요즘처럼 거의 유일한 예배 수단처럼 되어버린 것은 처음이고 낯선 상황에 기존의 신도들이라면 너나 할 것 없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현재 모이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이나 기존 예배 방식에 대한 반성을 넘어 현재 상황의 옳고 그름에 대한 논쟁과 모이는 교회, 흩어지는 교회의 전망까지 무수한 주일 예배 논쟁까지 일어났다.

 

<일요일의 역사>는 이런 상황에서 일요일이 기독교인에게 어떤 날이었고 기독교인들이 일요일을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에 대한 유익한 통찰을 준다. 여기에서 논의의 범위를 좀 더 구체적으로 해야 하는데, 이 책이 다루는 주제는 안식일의 역사도 아니고 주일 예배의 의미도 아니다. 책의 제목처럼 ‘(기독교인에게 있어서) 일요일의 역사가 이 책이 다루는 범위이다.

 

물론 책의 원제가 ‘A Brief History of Sunday’인 만큼 2천년 교회사를 자세하게 다루지 않는다. 각각의 시기별로 나누어 그 시대의 교회를 대표할 만한 인물이라든지 기록을 짧게 인용하면서 일요일이 처음에는 어떤 의미로 시작되었고 수 세기에 걸쳐 어떤 변화를 겪었으며 지금은 어떤 양상을 보이는지를 개관한다.

 

1콘스탄티누스 이전에서는 초대교회에서 일요일을 어떻게 지켰는지를 보여준다. 당시 성도들은 주의 날이 갖는 정치적인 의미, 즉 주일이 로마 황제의 날이 아닌 예수님의 날이라는 의미를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주님이 부활하셔서 악으로부터 승리하셨다는 기쁨이 그들 모임의 전반적인 분위기였다. 그럼에도 그들에게는 안식일(일곱 번째 날)과 주일(첫 번째 날) 개념이 혼재되어 있었다. 저자는 초대교회에서의 일요일을 약술하면서 특히 초기 기독교 문헌에는 일요일이 안식일을 대체했다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54)는 점을 강조한다. 교회 안에 유대인보다 이방인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점차 첫 번째 날을 모이는 날로 정하는 곳이 많아진 것이다.

 

2고대 말기까지는 콘스탄티누스의 칙령이 교회가 일요일을 주일로 지키는 것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음을 잘 보여준다. 일요일이 공식적인 쉬는 날이 되면서 주일과 안식일을 연결하여 생각하는 것도 자연스럽게 되었고 일요일에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법으로 정해지기 시작했다. 또한, 예배를 위한 단독 건물들이 생겨나면서 예배는 점점 화려해졌고 규칙도 정교해졌다. 이러한 중에도 아직은 일요일이 안식일을 대체했다는 명제는 유명한 교부들의 문헌에서도 잘 보이지 않았다.

 

3중세시대는 예배의 분위기가 이전과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지적한다. 모두가 쉴 수 있는 날, 함께 모여 예배할 수 있는 공간을 배경으로 교회들은 여러 규칙들을 만들어냈고 그러한 규칙들은 예배의 분위기와 방식을 크게 바꾸었다. 초대교회에서 주의 날을 지킬 때에는 주로 부활을 기념하여 성찬에 적극 참여하고 축하하며 예배했지만 그러한 분위기와 방식이 수동적이면서 침울하게 바뀐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당시 사람들은 평일에는 바빠서 할 수 없었던 여분의 일이나 여가 활동들을 예배를 보고온 뒤에 했는데, 이러한 모습은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4종교개혁과 그 이후에서 주로 종교개혁 시기와 이후 개신교회들이 어떻게 일요일에 의미를 부여했고 어떠한 방식으로 그날에 예배했는지에 대해서 설명한다. 흥미로운 점은 자국어로 예배를 드리게 되었다는 점이 종교개혁의 여러 조치들과 어우러지면서 예배 순서 중에 설교가 단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개혁자들 뿐 아니라 그 이후에도 성찬이 예배에서 가장 중요한 순서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이 있었지만 자연스럽게 성찬은 일요일 예배에서 찾아보기 힘든 순서가 되었다. 특히 미국과 우리나라의 개신교회에 영향을 준 영국의 종교개혁과 청교도들에 대한 저자의 언급 중에는 일요일이 안식일로 확고한 자리를 잡는데 생각보다 덜 종교적인 이유가 나온다. 당시만 하더라도 안식일이 토요일인지, 일요일인지에 대한 논쟁이 많이 있었는데 당시 영국 지역에서 사용하던 요일 명칭이 일요일을 안식일로 정하는데 반감을 줄여 줬다고 한다.

 

저자는 자기가 진작부터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참고 있었던 것처럼 결론부에서 쏟아 놓는다. 오순절을 너무 무시 하지 말라는 뉘앙스의 이야기도 하고(이 이야기들을 보면서 우리나라가 아닌 서구 개신교 사회에서도 오순절이라고 무시하는 개혁주의자들이 있나??? 했다.) 본인 스스로가 역사가로서 예언자적인 힘을 빼야 한다고 하면서 어떤 부분에서는 너무 힘을 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 귀를 기울여 들을만한 좋은 주장이라고 생각했다.

 

책을 읽으면서 일요일에 예배하면서 유대인들에게 핍박을 당하거나 논쟁해야만 했던 초대교회의 신자들, 쉬지 않는 주변 사람들에게 눈초리를 받아가며 자신의 할 일을 모두 마무리한 뒤에야 겨우 예배할 수 있었던 초대교회의 신자들이 눈에 어른거렸다. 그럼에도 주님이 부활하셔서 죄와 죽음을 이기셨다는 기쁨을 매주 모여서 누리고 나누었던 신자들의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잠간 벅차기도 했다.

 

저자는 세속화된 일요일에 맞춰 각각의 모습으로 하나님을 예배하고 주일로 기념하기 위한 동시대의 성도들을 언급하는데 저절로 지금의 상황이 연결되었다. 나를 포함하여 적지 않은 사람들은 주일에는 모여서 예배해야 하는데 모이지도 못한 채 예배하고 있다. 단순히 낯섦을 넘어서 이전 했던 예배, 간절히 지켰던 주일성수에 대하여 원치 않았던 고민을 하고 있다. 교단의 신학자들이나 유명한 목사님들은 지금의 상황이 특수한 상황이니 비상상황에 맞게 주일을 지키고 예배하면 된다고 한다. 정말 그런 것이라면 마음이 편할 것 같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을 지나면서 일요일을 주일로 여기고 하나님을 예배했던 것을 잘 해왔는지에 대한 반성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넘어 그러한 형태가 과연 본질이었는지에 대한 질문, 옳고 그름에 대한 부분까지 생각이 뻗어 나간다. 분명 지금의 상황은 기존의 신자들의 머리와 마음을 크게 흔들고 있다.

 

<일요일의 역사>2천 년간 기독교인이 생각하고 지켰던 일요일의 역사를 거칠게 스케치만 하지만 우리 믿음의 선배들이 일요일을 어떻게 지켰고 잘 지키기 위해서 쉬지 않고 논쟁해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점이 혼란중에 있지만 일요일을 잘 지키기 위해 고민하고 논쟁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흔들리고 있지만 잘 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지나치게 나이브하고 낙관적인 결론일까? 드라이할 것 같은 역사책이었지만 곳곳에 벅찬 기쁨과 고민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이다. 강력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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