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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라인에게는 미련한 것이요 - 복음과 서구 문화
레슬리 뉴비긴 지음, 홍병룡 옮김 / IVP / 2005년 6월
평점 :
몇 년 전부터 함께 일하는 목사님 한 분(다독가이고 합동 측 교리에 충실하면서 복음의 공공성에 대한 신념이 강한 분. 쓰고 보니 모순 같이 느껴지긴 하지만 어쨌든 그런 분)이 이 책을 안 읽어봤으면 읽고 있는 책 그만 읽고 이 책부터 읽으라고 했었다. 나도 나름 고집이 있어서 그 말을 몇 번이나 듣고도 그냥 넘겼고 몇 년이 지난 이제야 읽었다. 몇 해 전부터 미셔널 처치, 지역 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이번 달에 관련 책들인 <교회 너머의 교회>와 <함께 살아나는 마을과 교회>를 읽었다. 그러면서 ‘뉴비긴’의 책들을 피할 수 없겠단 생각이 들었고 그중에서도 <헬라인에게는 미련한 것이요>를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레슬리 뉴비긴이 이 책에서 논의하는 이슈는 다음과 같다. “이 책의 목적은 복음과 서구 근대 문화의 진정한 선교적 대면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는 것이다.”(9p) 저자는 본인이 제기한 질문에 따라 근대 서구 문화의 역사와 특징에 대해서 러프하게 다루고(2장) 그동안 서구의 교회들이 이러한 문화에 대응하여 어떠한 전략을 펼쳤는지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한다.(3장)
4장(우리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 과학과 나누는 대화)과 5장(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 정치와 나누는 대화)은 이 책의 본론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4장과 5장에서 과학의 발전은 근대 서구 문명의 기본 생각 – 실제 세계가 수학으로 표현이 가능하고 원인과 결과로 설명이 가능하다는 - 을 결정했고 여전히 그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것을 지적한다. 그리고 동시에 엄청난 발전을 이룬 과학이지만 여전히 그 목적과 가치에 대해 침묵할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하여 불합리한 지식과 사회적 횡포를 낳았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상황은 교회가 접한 위기이기도 하고 교회의 본질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기이도 하다. 저자는 교회들이 방향을 상실한 지식을 추구하며 탐욕에 휘둘리는 수많은 사람들을 위하여 할 수 있는 것이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삼위일체와 성육신 교리를 바탕으로 한 참된 지식을 추구하는 것이 가능하고 그러한 지식을 추구할 때 사랑과 정의라는 참된 질서로서 세상의 토대를 놓을 수 있다는 증언이다.
마지막 6장에서는 ‘야만인들’이 권력의 자리에 앉아 있는 상황(과학은 방향을 상실했고 정치와 경제는 부패했지만 교회들 역시 편안하게 공유해 온 상황) 가운데 교회가 합당한 역할을 하기 위하여 교회가 갖춰야 할 일곱 가지를 나열한다. 1. 참된 종말에 관한 확고한 이해 2. 자유에 관한 기독교 교리 3. 탈성직화된 신학 4. 교파주의의 이론과 관행에 대한 철저한 신학적 비판 5. 타문화에 의해 조성된 기독교적 사고방식으로 서구 문화를 보도록 돕는 것 6. 서구 사회의 공리로서는 그 진실성을 입증할 수 없다는 믿음을 견지하고 그것을 선포하는 데 필요한 용기 7. 찬양의 공동체(나는 이 책에서 6장을 가장 인상 깊게 읽었다. 나열한 일곱 가지 각각이 왜 중요한지 짧지만 설득력 있게 전한다.)
사실 위의 내용들에는 전혀 새로울 것이 거의 없다. 그러나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왜 이 책을 먼저 읽어야 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저자는 이미 30년도 전에 근래에 유행하고 있는 미셔널 처치나 복음의 공공성에 대한 직접적인 용어만 언급하지 않을 뿐 관련 논의들을 이 책에 잘 정리를 했다. 만약 이 책을 계속 읽지 않았다면 유행을 따라 등장하는 여러 책들을 헤맸겠지만 이 책을 읽었기 때문에 선교적 교회나 복음의 공공성 관련하여 나오는 책들이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해당 주제 관련하여 새로운 논의는 무엇인지를 파악하는데 분명 도움을 얻을 것 같다.
저자는 이미 30년도 넘게 선교지에서 그의 젊음을 보내며 헌신했는데 이후 고향으로 돌아와 근대 서구 문화 앞에 맥을 못 추는 교회들 때문에 더욱 치열하게 수고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는 이러한 현실을 방조하는 것을 넘어 부추기기까지 한 교회들이 선교적 교회가 되어 지식과 삶의 모든 영역에서 증인의 역할을 충실하게 감당하기 위하여 무엇에 초점을 맞추고 행해야 하는지를 적절하게 정리하고 분명하게 제시했다. 미셔널 처치, 복음의 공공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고, 다양한 실천 모델이 이미 많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교회가 왜 이런 논의에 참여해야 하고 실천으로 옮겨야 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있다면 이 책부터 읽으면 좋겠다. 그러면 모든 것이 환해지지는 않더라도 어느 방향으로 조심스럽게 한 걸음을 떼어야 할지는 충분히 소개 받고 설득될 것이라 생각한다.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