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시대의 그리스도인> 중에서 양혜원 선생님과 백소영 선생님의 글을 읽었다. 두 분 모두 교회에서 자라며 전통적인 신앙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였고 동시에 교회, 전통적 신앙에서 어떤 부조리함을 경험했다. 자칫 길을 잃을 뻔 했지만 두 분 모두 페미니즘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보려 했고 나름의 해답도 발견 했다. 물론 두 분이 비슷한 페미니즘에 입문하였지만 선택한 길은 달랐다.
양혜원 선생님은 페미니즘을 공부하며 기존의 교회 안에 있는 왜곡된 성경관, 신앙의 모습들을 분별해 낼 수 있는 유익함도 얻었지만 페미니즘이 자신에게 닥친 몇몇 사건들을 해석할 수 없는 난관에 부딪힌다. 이때 양혜원 선생님은 기독교 신앙, 특별히 청년 시절부터 붙잡고 있던 제자 담론 안에서 그의 고민을 풀어나간다. 백소영 선생님의 경우엔 자신 개인의 이야기를 하진 않는다. 그러나 진보적인 성경 해석으로 기독교 신앙과 페미니즘의 조화를 추구한다.(사족인데 백소영 선생님이 성경을 해석하는 방법이 진보적이긴 해도 성경에 계시된 하나님의 뜻을 알고 그것에 순종하고자 하는 저자의 모습은 그 어떤 보수적 학자들보다 경건해 보이기까지 한다.) 80년대부터 치열하게 공부하며 기독교 신앙과 페미니즘을 동시에 추구했던 두 분이기에 한 문장, 한 문장이 가볍지 않았다.
이분들 중에서 양혜원 선생님은 자신의 아픈 경험을 진솔하게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그러한 과정 중에 치열하게 고민했던 것을 담백하게 풀어 놓아 읽는 중에 글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특히 쉐퍼와 유진 피터슨, 페미니즘이라는 비슷한 관심사를 이미 거친 저자였기에 평소 내가 고민하고 있던 것을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정확한 언어로 풀어놓았다.
그러나 이분의 글에서 한 가지 꼭 짚어야 할 부분이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이분의 글보다는 이분의 글을 오해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이분이 결정적인 순간에 페미니즘에서 위로를 받지 못했다고 말한 부분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분의 이야기에 충분히 공감도 되었고 방향도 옳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이 부분을 읽으면서 ‘오랜 시간 신앙 안에서 페미니즘을 고민한 분이 페미니즘을 버렸다’고 느낄 수 있고 결국 ‘교회와 페미니즘은 함께 갈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느끼기에 이제야 교회에서 페미니즘의 ‘ㅍ’자 정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교회에는 잘못된 성경 해석 혹은 잘못된 전통에 의해 많은 여성들이 차별을 받고 있다. 심지어 그것을 차별이라고 느끼지 않는 경우가 절대 다수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러 사건들을 계기로 하여 페미니즘의 물결이 교회에도 조금 들어오기 시작했다. 물들어 올 때 노를 저어보자는 말이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 성경이 분명히 말하고 있는 여성에 대한 관점을 정당하고 꼼꼼하게 드러내야 하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시대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어진 중요한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길지 않은 두 글을 통해서 성경이나 페미니즘을 진지하게 대하는 귀한 선배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분들의 활동을 기대하게 되는 글들이었다. 시간이 되시는 분들도 한 번 읽어보면 좋겠다. 시간이 안 되면 강의도 유튜브에 있으니 한 번 찾아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