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시대의 그리스도인> 중에서 송인규 목사님의 챕터를 읽었다. 논쟁 지점을 잘 짚어 분류해 놓아서 읽기 편하고 집중하기에도 좋았다. 좋은 통찰도 있었고 눈에 거슬리는 내용도 있었다. 무엇보다 성경의 권위를 강조하는 진영일수록 그 권위를 마치 자신의 권위인양 여성들을 차별하고 억압하는 쪽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눈에 들어왔다. 성경의 권위를 강조하는 사람일수록 사람들을 섬기는 모습이 나타나야 할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그 반대인 경우가 적지 않다. ‘성경을 따르라’고 말은 하지만 ‘나를 따르라’가 되는 경우가 어디 여성 이슈뿐이겠는가?
아쉬웠던 점도 있었다. 본인이 짧은 지면 안에 평가를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말해놓고서 페미니즘에 대한 주장을 동의하기 힘들다고 직접 표현하는 문장은 굳이 썼어야 할까.... 페미니즘 주장에는 이러이러한 점들이 좋고 새겨들어야 한다고 말은 한다. 하지만 이미 저자의 생각이 기울어진 것을 직접 표현한 상태에서 그런 부분을 정말로 새겨들으라는 건지는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나는 너희를 존중해 그러나....하는 느낌...
저자가 나눈 분류에 따르자면 나는 평등론과 페미니즘의 중간 쯤 어디에 위치하는 것 같았다. 저자는 상보론이 성경이 좀 더 직접적으로 지지하는 주장이라는 뉘앙스를 풍기지만 내가 보기엔 평등론까지는 복음주의 성경해석으로도 충분히 지지할 수 있는 것 같다. 크리스토퍼 라이트가 그의 책 <현대를 위한 구약윤리>에서 성경에는 노예제도를 폐지하라는 직접적인 주장은 없지만 그것을 뒤집을만한 씨앗을 품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그 주장을 여성 이슈에도 대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바울은 여성 이슈에 대해 관심이 없었을 수도 있으나 그가 전한 말씀에는 분명 기존의 남성중심, 가부장제를 뒤집을 만한 씨앗이 있다는 것이다.
페미니즘이 싫다는 표현을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짧은 지면 안에 무엇이 논쟁거리이고 어디에서 갈리는지를 잘 설명해주셔서 앞으로 페미니즘과 성경을 주제로 공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방향을 잘 잡아주신 것 같다. 다음 글들도 기대가 되고. 재미있게 읽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