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부까지는 방향이 있고 집중력도 있었는데 3부는 다소 엉망진창이다. 이 작가에게 (그 세계 나름의 최소한이라도) 논리정연한 인과관계를 요구하는 게 아니란 걸 알고는 있지만... 아주 초기작이어서 이런가 했는데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보다도 거의 10년이나 늦게 출간된 거라니 할 말이 더 없다. 2. 가노 마르타와 가노 크레타 자매의 실종이 가장 황당하다. 왠 낭비?3. 넛메그와 시나몬의 이야기를 읽다가 문득 천명관의 <고래>가 떠올랐다. 무라카미는 그래도 퇴고를 하는 작가이기에 읽으면서 어리둥절함은 느꼈을지언정 짜증은 나지 않았다. 4. 일곱 번째 무라카미 하루키였는데 3부 때문에 마지막 장을 덮는 기분이 가장 껄쩍지근하다. 막 신나게 달리다가 흐지부지 멈춘 듯. 일곱 개 중 최고는 <해변의 카프카>.
하루키는 몰아서 읽으면 안 되는 작가다. 이전에 읽었던 소설의 기억이 가물해졌을 때 쯤 다시 읽는 게 적당하다. 몇 페이지 넘기지 않아 아아, 하루키군, 하루키가 이랬었지 이런 작가야, 하고 이전 책들의 느낌이 대략 소환되지만 아무튼 나름 매력적인 하나의 세계를 만들었고 그 안에서 완전한 동어반복을 하는 작가는 아니기 때문이다. 하루키의 책을 처음 읽은 게 25년 전이었는데 이렇게 시나브로 마니아가 되는... 지는 아직도 두고봐야겠지만.
읽는데 장장 백 일이 걸림. 읽는 맛이 없지 않았는데 이렇게 오래 걸린 이유는 우리의 주인공 지식인께서 너무나 지나치게 당당한 찌질이였기 때문이다. 말이 안 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정말 중국답게 찌질함도 ‘대륙적’이다. 지식인이란 무엇인가? 지식인이라면 인간들 중 더 나은(어떤 면에서?) 인간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결국, 사람이란 무엇인가?
아이들에게 이렇게 슬픈 이야기를 읽게 해도 되는 거야???어른이랍시고 나는 이런 걱정을 하지만 정작 아이들은 작가가 알고 기대한 대로 슬픔과 용기와 희망의 이야기를 마음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열 살이나 열한 살의 나였다면 그랬을 것 같다. 그 시절에 읽었던 몇 개의 이야기를 기억하는 걸 보면 말이다. 아무튼 어른이 되어서 읽기엔 너무 슬픈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