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의 신사
에이모 토울스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미국인 작가가 쓴 러시아 역사 격동기 러시아를 배경으로 한 러시아인의 이야기라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러니까 작가가 미국인인 주제에 러시아인을 이야기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살면서 깊이 겪어 보지 않고 그냥 책만 들입다 파도 ‘그 나라 사람’을 알 수 있는 건가? 진짜 러시아인이 이 소설 속에 묘사된 러시아를 보면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어쩌면 이 이야기는 배경이 꼭 러시아일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겠다. 장기간 호텔에 연금된다는 상황을 집어넣기가 가장 쉽거나 그럴 듯한 곳이 러시아라서 그렇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

2. 작가가 미국인이란 걸 덮고 보면 소설은 산뜻하고 우아하다(즉 러시아 소설스러운 면은 없다). 주인공 알렉세이 로스토프 백작(톨스토이 <전쟁과 평화>의 나타샤도 로스토프 백작가의 딸인데!)이 산뜻하고 우아한 인물이다. 뜨겁지 않지만 기분좋게 따뜻하고 차갑지 않지만 분명하게 선을 긋는 인물이다. 게다가 인문주의적 교양과 세련되고 우아한 귀족의 취향까지 갖췄다. 그가 이런 사람이 된 것은 어느 정도 타고나 성정도 있겠지만 소설에 설명된 대로 물질적으로 아무런 걱정없이 충분히 누리고 일상잡사는 시중드는 사람들이 챙기는 부유한 귀족의 아들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그가 메트로폴 호텔에서의 연금 생활에서도 바래지지 않았던 건 서른 셋이 될 때까지 이런 배경에서 쌓아온 내공 때문이다. 알렉세이 로스토프가 매력적인 만큼 나는 극소수의 사람만이 누렸던 그 배경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일종의 열폭인가..?

3. 사람은 환경을 지배하지 않으면 환경에 지배당하게 된다. 환경에 지배당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지 금방 알겠다. 그러면 환경을 지배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Be the person you decide to be, not you are forced to be. 환경을 지배하려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혹은 어떤 사람이 될지를 먼저 결정해야 할 것이다.

4. 오바마 추천이라는데 빌 클린턴 추천인 <백년 동안의 고독>과 너무 비교되잖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의 용광로 - 유럽을 만든 이슬람 문명, 570~1215 신의 용광로 1
데이비드 리버링 루이스 지음, 이종인 옮김 / 책과함께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God’s Crucible - Islam and the Making of Europe, 570-1215
David Levering Lewis (2008) / 이종인 역 / 책과함께 (2010)

2018-6-5(?) ~ 2018-7-19

오래 전에 사다 놓았지만 남편이 먼저 읽고 칭찬한 드문 책.
스페인 여행을 가게 되지 않았더라면 아직도 읽지 않고 있을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스페인 여행도 잘 했고 이 책도 매우 훌륭하다. 특히 이 책으로 알게 된 코르도바의 메스키타 대성당을 직접 보았을 때의 감동이란. 그 곳은 아무 것도 모르고 봤어도 신과 그 앞에서 작아지는 자신을 느끼게 했겠지만, 남아있는 것이 얼마나 작은 부분일 뿐이고 어떻게 망가진 모습을 하게 되었는지를 알면서 돌아볼 때의 마음은 비교할 수 없다. 그 곳을 파괴하고 카톨릭 성당을 욱여 넣은 왕이 와서 보고는, 어디에나 있는 것을 만들기 위해 어디에도 없는 것을 파괴했다고 한탄했다는, 그 코르도바의 라 메스키타.

역사는 반복된다. 하지만 이긴 편과 진 편, 끌고 가는 자와 끌려가는 자, 누르는 자와 눌리는 자가 늘 같은 것은 아니다. 이런 점들이 우리가 역사를 통해 미래를 그려보는 이유, 그러면서 절망하고 때로 희망을 느끼기도 하는 이유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쩌다 스페인 어느새 포르투갈 - 찬란한 청춘의 첫 번째 홀로여행
김미림 지음 / 성안북스 / 2017년 2월
평점 :
품절


아주 괜찮은 여행기다. 딱 적당한 무게라고 할까? 너무 진지하지 않고 그렇다고 어디서나 최고나 감탄만을 연발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자기가 다녀온 곳들의 간단한 인상들을 따뜻하고 간결하고 발랄하게 써놓은 것 뿐인데 어떤 여행안내서나 에세이보다 당장 그 곳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여행안내서로서의 정보도 적당한 편인데 다 가 볼 수 없는데 쓰잘데기 없는 많은 정보들(수많은 맛집, 예쁘다는 가게들, 등등)은 단 하나도 없고(심지어 식당 이름 하나 묵은 호스텔 이름 하나 없음) ‘소매치기 주의’나 국제학생증의 유용함 같은 정말 유용한 팁들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스페인 포르투갈 여행 안내서를 두 권이나 샀는데 그냥 이 책이나 들고 가야겠다. 세부사항은 인터넷에서 찾으면 되니까.

스물 넷에 여행을 했다는 저자는 지금은 스물 대여섯이겠네. 부럽다!!! 여전히 발랄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나도 마음만큼은, 이십 대의 기억은 이미 희미하니, 서른 둘쯤의 것을 소환해서 가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이지 않는 고통 -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어느 과학자의 분투기
캐런 메싱 지음, 김인아 외 옮김 / 동녘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어떤 책을 읽고 인생을 바꿔야 한다면 이 책이다. 뜨거운 가슴으로 차갑게 쓰여진 책이고 그만큼 쉽고도 괴롭게 읽힌다. 읽는 내내 죽비 같은 것이 내 머리를 후려치는 느낌이었다. 캐나다의 노동자들의 환경이 이러할진데 도대체 우리나라에서는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역자들이 모두 작업환경전문의인데 그런 전문의가 (정말 부끄럽게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있는지도 몰랐다. 내가 수련받은 병원에도 있었던가? 있는 걸 알았다고 하더라도 전공과를 선택해야 했던 그 때는 지금보다 훨씬 근시안이었고 내 새끼손가락의 고통을 다른 사람의 단말마의 고통보다 더 크다고 생각했었기에 이 과를 선택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 책은 특히 과학자들의 ‘공감 격차’를 우려하고 있다. 자신이 과학자로서 노동자의 편에 서서 공감 격차를 줄이고 노동자의 작업 환경을 개선하고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일생을 ‘싸워 온’ 저자다. 노동자의 ‘편에 섰다’는 것부터 그는 중립이니 불편부당이니 하는 과학의 신화를 맹신하는 과학자들에게는 진짜 과학자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간이 그 가치를 판단하지 않는 것은 없으며 판단이 개입하는 순간 중립도 불편부당도 눈속임일 뿐이다. 오늘날 판단의 저울은 누구의 선에 들려 있는가? 바로 자본이다. 자본이 과학자를 사고 과학자는 얼마든지 그 자본에게 유리한, 그렇지 않으면 최소한 불리하지는 않은 결과가 나오도록 연구를 설계할 수 있고 적절한 표현을 이용해서 결과를 포장할 수도 있다. 물론 그것을 인정하는 과학자는 한 사람도 없겠지만.

사실 완전한 ‘공감’이란 정말 그 자신이 되어보기 전에는 성취하기 어려운 것이다. 또한 그 사람의 입장에 일시적으로 서게 된다 하더라도 나 자신이 그곳에 영원히 머무르지 않을 것이라는 알고 있다면, 어쩔 수 없이 계속 그 자리에 있을 수밖에 없는 사람과는 다른 생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저생활비로 한번 살아보라고 시켰더니 마트에서 세일하는 햄 같은 것을 사다가 상을 차리고 ‘황제의 식탁’ 운운 했던 과거 모 국회의원의 태도는 카메라에 찍혀서 알려졌기에 비난의 대상이 되었던 것일 뿐 나라는 인간도 별반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가 ‘완전한’ 공감을 원한단 말인가? ‘완전’은 불가능하지만 공감의 ‘격차’를 줄이는 일은 가능하고 당연히 해야할 일이다. 위의 국회의원을 경멸하는 것은 처음부터 공감에 대한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없어도 되는 것’으로 여기기 때문에 그렇게 천박해질 수 있는 것이다. 완전한 인간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천박한 인간이 되는 것은 그저 천박한 선택일 뿐이다.

결론: 나 자신의 공감 격차를 점검하고 인간이란 어떤 존재이어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하는 훌륭한 책. 그러나 20년은 늦게 읽은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티파니에서 아침을 트루먼 커포티 선집 3
트루먼 커포티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1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알라딘에서 내 주문을 검색해 보니 트루먼 커포티의 <인 콜드 블러드>를 구매한 게 2006년이다... 여지껏 읽지 않았다. 왠지 무서울 것 같고 작가에 대한 소문(?)도 좋지 않고... 그런데 이 작가가 명랑과 긍정 그 자체인 오드리 헵번의 <타파니에서 아침을>의 원작자라고? 호기심에 동해 집어 듬.

오드리보다는 소문의 커포티에게 더 가까운 이야기란 생각이 든다. 쓸쓸하고 낭만적이고 다시 쓸쓸하고 또 낭만적이고... 다른 생에서 살았던 별에 대한 향수鄕愁 같은 것을 생각하게도 하고. 가차없이 깔끔한 문장이 여백을 많이 내어 내 감정이 더 많이 박히는 것 같기도 하고.

이제 정말로 <인 콜드 블러드>를 읽어 볼까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