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8개월째. 이젠 제법 편하게 느끼는 길도 생겼고 신호등에 서개 되면 운전대에서 손이 떨어지기도 한다! 여전히 주차는 어렵지만 내가 출근하는 시간에는 주차장이 텅 비어있기 때문에 괜찮다. ‘실력쌓기’ 따위의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면 이대로도 괜찮아! 부럽다 스노우캣. 그냥 처음부터 주차가 막 되었다니!여전히 내 차에 붙은 초보운전 스타커는 3개. 신호에 맞춰 멋지게 좌회전한 어떤 날은 그래 이제 하나쯤은 떼도 되겠네 싶다가도 오른쪽 차선으로 끼어들기를 하고 나면 그냥 계속 붙이고 다니리라 한다...
1. 2부까지는 방향이 있고 집중력도 있었는데 3부는 다소 엉망진창이다. 이 작가에게 (그 세계 나름의 최소한이라도) 논리정연한 인과관계를 요구하는 게 아니란 걸 알고는 있지만... 아주 초기작이어서 이런가 했는데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보다도 거의 10년이나 늦게 출간된 거라니 할 말이 더 없다. 2. 가노 마르타와 가노 크레타 자매의 실종이 가장 황당하다. 왠 낭비?3. 넛메그와 시나몬의 이야기를 읽다가 문득 천명관의 <고래>가 떠올랐다. 무라카미는 그래도 퇴고를 하는 작가이기에 읽으면서 어리둥절함은 느꼈을지언정 짜증은 나지 않았다. 4. 일곱 번째 무라카미 하루키였는데 3부 때문에 마지막 장을 덮는 기분이 가장 껄쩍지근하다. 막 신나게 달리다가 흐지부지 멈춘 듯. 일곱 개 중 최고는 <해변의 카프카>.
하루키는 몰아서 읽으면 안 되는 작가다. 이전에 읽었던 소설의 기억이 가물해졌을 때 쯤 다시 읽는 게 적당하다. 몇 페이지 넘기지 않아 아아, 하루키군, 하루키가 이랬었지 이런 작가야, 하고 이전 책들의 느낌이 대략 소환되지만 아무튼 나름 매력적인 하나의 세계를 만들었고 그 안에서 완전한 동어반복을 하는 작가는 아니기 때문이다. 하루키의 책을 처음 읽은 게 25년 전이었는데 이렇게 시나브로 마니아가 되는... 지는 아직도 두고봐야겠지만.
읽는데 장장 백 일이 걸림. 읽는 맛이 없지 않았는데 이렇게 오래 걸린 이유는 우리의 주인공 지식인께서 너무나 지나치게 당당한 찌질이였기 때문이다. 말이 안 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정말 중국답게 찌질함도 ‘대륙적’이다. 지식인이란 무엇인가? 지식인이라면 인간들 중 더 나은(어떤 면에서?) 인간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결국, 사람이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