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이방인
이창래 지음, 정영목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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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말시험 때문에 초치기로 교과서에 실린 이창래의 글을 보고 진지한 관심을 갖게 되었지만 결국 읽기로 한 것은 스파이 소설이란 소릴 어디서 봤기 때문이다... 뭐 스파이가 중요한 역할을 하긴 하지만(정체성을 탐구하는데 스파이만큼 훌륭한 도구가 또 있을까?), 장르로서 스파이 소설은 아니었다.

전체 23장 중 6장 정도까지는 정말 모호했고 지루했다. 진정한 자기를 숨기는 것이 본능인 스파이(어쩌면 진정한 자신이란 게 뭔지 몰라서 또렷한 목소리가 안나오는 건지도 모르겠다)의 1인칭 주인공/관찰자 시점으로 풀려가는 이야기라 더 그랬던 것도 같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아이에게 사고가 생긴다... 기억하고 있는 어떤 사고보다 충격적인 묘사였다. 이 때부터 다시 심기일전하고 읽었지만... 사건을 화자의 심리로 은유로 느릿느릿 따라가면서 도대체 내가 읽는 것이 한국어가 맞나, 모르는 단어는 없는데 진정한 의미는 잡히질 않나, 독해력이 이렇게 형편없었나... 아무튼 끈질기게 읽었고 마지막 장은 모든 주제를 명료하게 폭발시킨다. 개운치 않은 여운... 그 말이 맞다.

영어로 쓰인 소설은 ‘서정적이고 신랄하고 명민한 언어‘라는 평가도 있던데 번역을 거쳐서 그런가(아니면 정말로 형편없는 독해력 탓일지도!) 잘 느끼지 못했다. 그래도 속 깊은 곳을 찌르는 몇몇 문장들을 건질 수는 있었다. 원제 <Native Speaker>와 한국어 번역서의 제목 <영원한 이방인>은 어찌 보면 정반대 방향으로 향하는 단어들인데 묘하게도 같은 의미를 지시한다. 개운치 않은 여운의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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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9 12: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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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9 13: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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