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에 이어 읽자니, 시대도 시대려니와 ‘일본스럽다‘는 것이 있다면 이런 것인가 싶은 것이 느껴진다. 이를테면 정신적인 결벽증, 죽음. 그런데 다자이보다 소세키가 더 일본적인 것 같다. 아니 소세키보다 다자이가 더 보편에 가깝다고 해야하나. 여하튼 소세키가 일본인들에게 존경받는 작가라지만 일본인이 아닌 나에게는 글쎄. ‘인간의 도리‘를 메이지 천황의 죽음 후 순사殉死하는 것에 병치시키는 작가라면 아무리 일본인이라도 현대인이라면 멈칫하게 될 것 같은데. 소세키가 말하는 ‘인간의 도리‘란 ‘사무라이의 의리‘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칼에 지다>의 요시무라 간이치로의 의리. 개인으로서의 자신을 먼저 직시하고 인정하지 않고 관계 속에 스스로를 묶어 놓고 옴짝달싹 못하는. 3부에 서술되는 주인공의 정신적 자기 해부와 결벽증은 지루하다 못해 화가 나서 1, 2부의 조용한 감동도 다 잊었다. 소세키의 다른 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좀 읽다가 덮었는데 원래 동물이나 어린 아이의 1인칭 시점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마음>에 기대가 컸는데. 실망이다. 작가 자신이 ˝자기 마음을 파악하고 싶은 사람에게, 인간의 마음을 파악할 수 있는 이 작품을 권한다˝고 했다는데. ‘그 시대 일본인의 마음‘이라면 인정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거기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