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로주점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178
에밀 졸라 지음, 유기환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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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sommoir
Emile Zola (1877) / 유기환 역 / 열린책들 (2011)

2015-3-3

목로주점 상을 다 읽은 게 작년 5월. 1년을 그냥 내버려 두었다가 이틀 만에 하권을 다 읽었다. 하권을 시작하면서 이렇게 미적거린 이유는 남아있는 분량이 오로지 제르베즈의 급속하고 끔찍한 타락과 추락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고 때인지 대학 때인지 아니면 그 이후인지 아무튼 오래 전에 이 소설을 한 번 읽었었는데 그 때도 자기 인물들에게 손톱만큼의 연민도 보이지 않고 가차없기만 한 작가에게 질려버렸네 했던 기억이 난다.

왜 다시 읽었을꼬? 멋들어진 친구, 내 오랜 친구야~ 하는 멋진 노래 목로주점을 들을 때마다 흥얼흥얼 따라하면서도 제르베즈를 떠올렸으니 이 소설도 결코 좋아할 수 없으면서 잊을 수도 없는 그런 이야기였는데.

여하튼 세상에 둘도 없는 나쁜 놈팽이 랑티에에게 버림받고 혼자 힘으로 행복을 만들어가는 상권을 읽을 때도 정신없이 빨려들어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1년의 숨고르기 후 맞닥뜨린 제르베즈의 추락은 기억에서 희미해졌던 것 이상으로 경악스럽다.

아 왜 그러고 살아. 차라리 목을 매. 그렇다면 동정이라도 줄 수 있겠어. 그렇지만 이런 종말은 저금도 동정할 수 없다. 그냥 나에게는 오물이 튀지 않기를 바라며 펄쩍 물러서고 싶을 뿐. 제르베즈가 동시대 인물이었다면 나는 아마 끝까지 읽어내지 못했을 것 같다. 같은 하늘 아래 이렇게 타락해가는 인간이 있다는 걸 차마 볼 수 없었을 것이야. 그러나 그 때보다 과연 우리 문명이 진보한 걸까... 이런 생각은 애써 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제 제르베즈보다 더 어린 나이에 자진해서 타락으로 돌진한 딸 나나를 읽어야지.

˝사람들은 찬양했다. 사람들은 경악했다. 사람들은 칭찬했다. 격찬과 비난은 하나같이 격렬했다...... 그런 가운데 작품은 점점 위대해져 갔다.˝
- 졸라의 무덤 위에서 읽은 아나톨 프랑스의 조사(弔辭) 중. (역자 해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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