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이지 않은 독자
앨런 베넷 지음, 조동섭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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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의 감상문을 보고 (처음엔 역자란 걸 모르고 읽었지만), 확 땡겨서 주문해서 읽은 책. 책 띠에 헬렌 필딩의 추천글이 붙어있다. 난 브리짓 존스를 믿으니깐, 더 만족.  

 일반적이지 않은 독자는 바로 영국여왕이다. 불편부당한 군림을 위해 어떤 취향도 갖지 않으려 했던 그이가 우연히 이동도서관에서 소설 한권을 들고 나오면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로, 그녀가 공부하듯, 목표/임무를 완수하듯, 그리고 점점 즐거움 그 자체를 위해, 결국에는 책읽기 자체를 위해 책을 읽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독자에게 '당신은 왜 책을 읽습니까?', "왜 '그' 책을 읽습니까?',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당신의 책읽기는 어디로 가고 있나요?를 묻는다. 잔잔한 호수에 조약돌을 던진 후 퍼져가는 파문을 그린 듯한. 마지막 문장은 문득 마지막 파문이 파도처럼 높아져 가슴을 퉁 치는 듯한.  

나는 왜 책을 읽지? 내가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때, 엄마 아빠는, 니가 세상의 모든 것을 직접 경험할 수는 없으니 책을 통해 간접 경험을 하고, 시야를 넓히거라 정도로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주셨다. 지금은..? 내가 읽는 책은 거의 대부분 소설이다. 소설 대 비소설이 3-4:1 정도 되고, 시는 연애시만 (또는 모든 시를 연애시로 마음속에서 바꾸면서 읽거나), 시 이외의 비소설에서 순수한 수필은 거의 읽지 않으며, 인문사회학 책 중 좌파적 관심사에 대해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한 입문서 정도만 읽는다. 한 주제를 파고 들면서 체계적으로 책을 고르는 것도 아니고, 딱히 작가를 따지지도 않는다 (마르께스, 쿤데라, 이사벨 아옌데, 폴 오스터, 위화 등은 되도록 다 읽어보려고 했지만). 또 베스트셀러는 거의 읽지 않는다. (이건 물론 그냥 허영이다.) 책을 좋아하고, 몇백권의 종이책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책을 고르는 기준은 처음 책을 읽기 시작할 때, 그러니까 초딩 때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그러니까 그때그때 내키는 대로인 것이다.  

한가지 막연한 생각은, 왠만하면 나중에 내딸이 읽어도 재미있을만한,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난 후에도 곱씹어 보게 만들 것 같은 책을 고르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그런 책을, 그러면 왜 읽느냐. 소설은 순전히 재미를 위해서 읽는다. 남들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서 읽기도 하고. 대부분은 내 일상에서 벗어나 남의 세계에서 한번 살아보고 싶어서 읽는다. 읽기란 결국은 구경하기이다. 직접 살지 않는다면, 무엇에든 재미와 동경을 느낄 수 있다! 인문사회책들을 읽는 것은, 일관되게 좌파적 생각을 갖고 싶은데 그 '좌파적 생각'이란게 뭔지 사실은 잘 모르기 때문에 배우려고 읽는다. 내가 생각하는 '좌파'란, '혼자 잘나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 뒤집어서 말하면 '어떤 비참함도 그걸 겪는 개인 혼자만의 잘못은 아니다'라는 것을 믿고, 이를 실천하는 사람이다. 음, 쓰다보니 나름 책 읽기에 나쁜 이유는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군.  

그럼 내 책읽기 지향하는 것은 무엇이지? 작가는 결국 '쓰기'라고 말한다. '쓰기'란 나를 드러내는 것, 즉 취향을 드러내는 것이다. 남들의 세상을 주욱 구경하고, 그런 것들로부터 자기만의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렇게 변하는 것이다..  나는..? 나도 쓰고 싶다.. 나를 벗어난 나의 이야기. 진짜 소설. 이것이 나의 꿈. 몇년 동안 그저 즐거움을 위한 독서는 거의 할 수 없는, 즐거움을 위한 독서를 하려면 직업적으로 해야하는 일을 어느정도 희생할 수밖에 없는, 그런 시간을 살다가, 요즘은 훨씬 많은 시간을 얻었지만, 몇년씩이나 책을 읽지 않았더니 책읽기신경들이 많이 퇴화되어 버렸다. 여왕처럼 조급한 마음이 들고, 그저 일상의 시간도 귀찮고 아까워서 아무것도 않고 온전히 책만 읽을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럼 쉬는 날에는 푹 물러앉아서 책만 읽으면 될텐데, 또 인터넷이랑 드라마랑 잡가지 생각에 책에 잘 집중하지 못한다. 끈기도 많이 없어져서, 전에는 '다 읽고 최종적으로 판단하자' 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단 몇 페이지 안에 확 띄는 사건이 없으면 자꾸 다른 책을 기웃거려서 결국 이책도 저책도 마치지 못하는 일이 많아졌다.. (유저스토리북에 읽는 중으로 올려진 책 중 몇 달 된 것도 있다..흑.) 읽지 않은 책이 이렇게 많이 쌓인 적이 있었던가? 그러나 기록!은 매일단위로 갱신될 것이다.. ㅠ.ㅠ  

(요기부터는 '작품'과는 관련 없는 몇 가지, 그러니까 사족)   

1. 책이 좁 얄밉다. 중편 정도를 단행본으로 묶어서, 페이지수가 적어서인지 여러개의 삽화가 들어있다. 커버는 또 하드커버여서, 이 모든 것이 합해져서 1만원. 왠만한 단행본이 6천원 정도 할 때부터 책을 사봐서 그런가. 꼭 이렇게 해서 책값을 올려야 했나라는 생각이 든다. 책값이 '작품'값이 아니란 것 정도는 알고 있다.   

2. 삽화는 약간 장 자끄 상뻬 느낌이다. 나쁘진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표지는 맘에 들지 않는다. 넘 동화책 같잖아. 그리고 원서의 삽화가 아니고, 번역서에 우리나라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린 그림인데.  

3. 여왕이 읽는 많은 책들이 언급되는데, 내가 읽은 건 정말 거의 없었다. 디킨스의 위대한유산과 브론테 자매, A S 바이어트 정도? 이언 매큐언을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프루스트에 정말 도전해볼까 싶었다. (스완의 집 쪽으로가 알라딘 보관함에 담겨 있다.) 그외 듣도보도 못한 작가와 작품은 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데, 분위기를 느끼는 데는 별 문제는 없었다. 4. 여왕은 이 소설을 읽었을까? 기분이 어땠을까. 특히 마지막 문장을 읽을 때 그녀의 표정이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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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sum 2010-08-01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짜증. 복사해서 붙이기 하는데, 줄바꿈은 다 어디로 먹어버린 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