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우리 슬픔의 거울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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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부아르>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
1부 <오르부아르>는 정말 굉장했고, 2부 <화재의 색>은 좀 쉬어가는 편, 3부에서 다시 힘을 냈군, 해서 후아, 속을 비우는 한숨을 쉬었다.

(… 읽은 책에 대해 글을 쓸 때는 읽은 직후에 써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처음 마음에 안겼던 느낌을 더 그럴 듯한 문장으로 만드려고 덧붙이는 단어들이 감동도 문장도 더 진부하게 만들 뿐이다. 하여 한 시간 정도 끙끙거리며 찍었던 한 단락을 날려버렸다. 잘 했어! 이제부터는 그냥 아무렇게 써야지.)

1. 이 소설은 두 개의 축을 따라 진행된다. 전쟁과 한 세대 전의 사랑. 전쟁은 세상을 망가뜨리고, 연인의 비겁함과 주변인의 악의에 망가진 사랑도 서로 사랑한 사람들은 물론 후세대 사람들까지 망가뜨린다. 부모 세대의 사랑 때문에 망가진 사람들이 전쟁으로 망가지는 세상에서 ‘너무나 가까우면서도 너무나 다른 타인’을 만나 서로를 다시 서게 하는, 그런 이야기로 읽었다. 사람에게는 결국, 사람 뿐이다. 가족, 연인, 친구가 아니라 재난 속에서 각자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는 와중에 우연히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 있게 된 사람. 이런 주제의식이 이전 작들에 비해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이 장점인지 단점인지 모르겠다.

2. 등장인물들을 어쩌다 한 장소에 모이게 하는 이는 데지레 신부/미고/미뇽인데 이 인물만으로 소설을 읽을 가치가 충분했다라고 생각하게 하는 그런 인물이다.

3. 정말 끔찍한 인물도 있는데 남편의 외도로 자신이 당한 모욕을 갚겠다고 남편의 외도로 생긴 아이를 친모에게서 뺏어 입양한 후 학대하는 여자가 있다. 이 여자 때문에 우울해져서 책을 그만 놓아버릴 뻔했다..

4. <오르부아르> 3부작의 피에르 르메트르와 카미유 베르호벤 시리즈의 르메트르는 전혀 다른 사람인 것 같다. 일단 이야기의 분위기가 전혀 다르고… 그러나 이 소설을 여는 사건은 베르호벤 시리즈의 르메트르가 쓴 것 같긴 하다. 쓸데없이 잔인하고 충격적인 도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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