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폭스 갬빗 3 - 나인폭스 갬빗 3부작, 완결
이윤하 지음, 조호근 옮김 / 허블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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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이 끔찍하게 지루했어서 이걸 이어서 읽어야 하나 했었는데 거의 손에서 놓지 못하고 읽어버렸다. 아니 처음부터 이렇게 쓰지 그러셨어요! 1탄은 제다오 망령에 눌린 체리스, 2탄은 제다오인 척 하는 체리스를 따라 가는 단선적인 플롯으로 뭘 이렇게까지 복잡한 척 썼나 싶었는데. 이능력과 그 효과는 그냥 뜬구름 잡는 것처럼 묘사되어 있어서 도대체 뭐라는 거야 투덜거리면서 거의 제치다시피 했고. 그러나 3탄은 쿠젠-제다오(또 제다오!), 체리스, 보호령-협정국 3축의 이야기가 긴박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플롯도 흥미진진하고, 제다오, 체리스, 쿠젠은 물론 다른 인물들도 1, 2부보다 입체적이고, 무엇보다 헤미올라와 1491625라는 걸출한 서비터들이 읽는 것을 즐겁게 해준다. 작가의 플롯과 인물을 만드는 능력이 일취월장했다!

근데 플롯과 관계 없는 일화나 대화들은 정말 너무나 쓸데가 없다. 특히 성적인 묘사들은 뭐, 너무 빡빡한 이야기라서 중간중간 쉬어가는 코너야 뭐야. 클릭 수 올리려고 뽑은 자극적인 인터넷 기사 제목을 보는 것처럼 기분이 나빴다. 이런 쓰잘데기 없는 문장들만 들어내도 분량이 1/5은 줄고 훨씬 밀도 높은 소설이 되었을 것이다. 내가 편집자였다면 다 쳐내라고 작가를 들들 볶았을 텐데.

한 사람의 영생을 위해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잔인하게 도륙하면서 유지하는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한 전쟁. 대안으로 민주정(어떤 대표자든 선거로 뽑는 체제)을 제시하고 있지만 정작 전쟁이 끝난 후 민주정이 ‘같은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뭉칠수록 힘이 강해지는 “역법”의 세계’에서 어떤 이점이 있고 아떤 식으로 실현되는지는 보여주지 않는다. 민주정의 핵심인 다양성은 역법의 적, 아닌가? 주의해서 봐야 할 인물은 슈오스 미코데즈. 속임수를 몇 겹으로 두르고 여차하면 누구보다도 단호한 수단으로 걸림돌을 제거하면서도 이런 수단이 전면적인 전쟁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하고 나름대로의 평화를 유지하려고 애쓰는, 결코 정의롭지 않고 오직 실용적이기만 한 마키아벨리적 리더. 민주정의 지도자로는 절대 어울리지 않는 이인 듯 하지만 협정국을 안정시키는 정치력은 누구보다도 출중한. 제다오가 사람이 되고 싶어한 여우라면 미코데즈는 그냥 여우로 자신이 해야할 일을 하는 알고 하는 노회한 정치가이다. 미코데즈가 알고 있는 것의 백 분의 일의 정보고 갖고 있지 못한 일반 대중은 그의 가치를 알 수도 평가할 수도 없겠지. 인류의 역사에 이런 정치가가 있었던가?

재밌게 읽었지만 휘발되고 말 즐거움 외에 뭔가 더 생각해볼 만한 것이 남지는 않았다. 아, 그리고 알고 보니 구미호는 두 마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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