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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조 하늘 ㅣ 부서진 대지 3부작
N. K. 제미신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11월
평점 :
드디어 부서진 대지 3부작이 끝났다. 시리즈 전체가 휴고상을, 그것도 3년 연속 수상한 첫 번째 작품(한 번 받기도 어렵고, 두 번 받기는 더 어렵고, 그것도 연속해서 받기는 더더 어렵고, 시리즈물이 연속해서 받은 경우는 이전에 엔더 시리즈의 첫 두 권 뿐이라고 알고 있는데 이 작가는 3년 연속 그것도 하나의 이야기로 받은 것)이니 읽을 만한 가치는 차고 넘친다고 생각한다. 영어를 쉽게 했으면 이런 소설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던 작년 봄에 끝을 봤을 텐데. 대략 10개월마다 번역본이 나와서 그 정도 간격을 두고 3부까지 읽느라 전편의 내용이 이미 희미한 상태에서 따라가려니 참. 1부와 2부를 복습하고 읽었어야 하는데.
아무튼, 그래서 이 세계가 어떤 세계인지는 대충 알겠다. ‘마법’은 뚜렷하게 그려지지 않고 마법과 조산력이 어떻게 다른 건지는 모르겠다. 스톤이터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겠는데 수호자는 어떻게 만들어진 건지? 이건 정말 소설 속에서 풀어주지 않은 것 같은데. 특히 최후의 전투(!) -전투라 해봤자 겉보기에는 엄마와 딸의 마법+조산력 싸움-의 서술과 묘사는 뭐가 어떻게 되는지 잘 모르겠으면서도 너무 장황하다는 느낌.
그런데 이 소설이 묘한 것이, 작가의 묘사에 맞춰 열심히 머릿속에서 이미지를 그려 보려 하다가 잘 되지 않으면 내 빈약한 이해력 또는 감수성을 탓하게 된다는 것이다. 문장이 매우 밀도 높고 아름다워서(번역문임에도 불구하고! 번역자의 수고에 갈채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고 느끼면서도 한 문장 한 문장 지치지 않고 따라가게 된다.
결론은, 소수자에 대한 사회의 박해(지배 계급이 교묘하게 조장한 것)가 쌓이고 쌓여서 결국 소수자들이 각성하게 되면 다 죽이고-죽는 파국이 올 수밖에 없다는 것. 그것을 멈추는 길을 보여주는 인물은 카스트리마의 야생 오로진 향장인 이카이다. 에쑨이 카스트리마를 겪지 않았으면 아마도 나쑨과 똑같은 선택을 했겠지. 다 쓸어버리는.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조산술을 가진 오로진들이 어째서 권력을 잡거나 소중한 존재로 사회에서 대접받지 못하고 도구로 핍박을 당하느냐 하는 것이다. <시녀 이야기>의 길리어드에서 임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특권이 되지 못하는 것처럼. 마블 우주의 메타휴먼들은 인간들의 보호자로 많은 것을 누리는데(이들도 토니 스타크 정도를 빼면 평소에 숨어 살기는 하는구나) 말이다.
하지만 더 생각해 보면 특별한 재능을 지닌 이들이 권력욕까지 강하다면 이 역시 -어쩌면 더 지독한- 지배와 피지배의 구조를 만들고 피지배자들에게 가해지는 압박이 임계점(임계점은 반드시 있다)을 넘어 이들을 각성시키게 되면 역시 결론은 전쟁과 파국 뿐이겠지. 지금의 세상은 돈이 특별한 재능인 듯하고 이 재능을 지닌 사람들은 -거의- 하나같이 권력욕도 강해서 재능이 없는 사람들을 내리누르려고 한다. 계급이 생기(겼)고 격차는 점점 더 커지고 그만큼 눌리는 압력도 커진다. 인종, 성별, 성적 지향 등등 수많은 잣대에서의 소수자들도 마찬가지고. 이대로 가면 언제까지 버틸 수 있겠는가, 인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