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구두 꺼져! 나는 로켓 무용단이 되고 싶었다고! 코니 윌리스 소설집
코니 윌리스 지음, 이주혜 옮김 / 아작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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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시끄러운 코니 윌리스. 게다가 인물이 처한 물리적인 배경을 크로키처럼 쓱쓱 묘사해내는 능력도 대단하다. 얼마나 수다스러운지 다 읽고 나면 피곤하고 귀까지 얼얼한 느낌도 있고. 온갖 영화와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는 문학 작품들을 끼워 넣어서 그것들을 다 보고 읽고 나서 이 단편집을 읽었더라면 더 재밌었겠지만 뭐 필수는 아니다. 아무튼 코니 윌리스 여사가 나보다 나이도 훠얼씬 많고 그만큼 보고 읽을 날들도 많았을 테니까. 게다가 문화권도 다르고.

가장 맘에 드는 단편은 표제작인 <빨간 구두 꺼져! 나는 로켓 무용단이 되고 싶었다고!>. 이 제목도 맘에 드는데 뮤지컬 <코러스 라인>의 대사인가 보다. 원제는 <이브의 모든 것 All about Eve>라는 영화에서 따온 <All about Emily>. 에밀리(로켓 무용단이 들어가고 싶어하는 인공지능 소녀)는 또 손튼 와일더의 희곡 <우리 읍내 Our Town>의 여주인공 이름에서 따온 것인데 이 희곡은 몇 년 전 방송대 영어 교재에서 읽어서 이 소설집에 등장하는 수많은 레퍼런스들 중 접해본 몇 안 되는 것들 중 하나라 반가웠고...

벌써 10년이나 되었는데 크리스마스 시즌에 뉴욕에 가서 라디오시티홀에서 로켓무용단의 공연을 본 적이 있다. 무대와 먼 거리, 2층에서 봐서 무용수들의 얼굴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지만 로켓 무용단은 무용수 개인보다 덩어리 군무가 중요한 것이라 몇몇 장면들이, 점점 희미해져가지만 소중한 추억 속에 남아 있다. 록펠러 센터 앞의 크리스마스 장식들과 브라이언트 파크의 크리스마스 트리도. 우리나라에선 크리스마스가 (비기독교인들에겐) 그냥 놀고 먹고 상업적으로 이용당하기만 하는 날인 듯하지만 서양 문화권에선 (비기독교인들에게조차도) 우리의 설날이나 추석처럼 뿌리가 마음 속에 있는 축제의 날이구나 느껴지기도 했고. 이 책을 읽으면서 잠시 그때의 추억을 소환할 수 있었다.

다 읽고 문득 표지 사진의 로켓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로켓 무용단이 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테니까 진짜 로켓을 그려놓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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