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호스
강화길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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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 년만에 읽은 한국단편소설(집). 순식간에 읽힌다. 그리고 결론은...

표제작인 <화이트 호스>는 썩 마음에 든다. 주인공 화자가 역시 여자 사람이긴 하지만 ‘여자’보다 ‘사람’으로서 드러난다. 짜임새도 내 취향(!)이고 테일러 스위프트의 노래도 찾아서 듣는다. 기대했던 것보다 괜찮다. 이 한 편만으로도 강화길이란 작가를 읽을 만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른 단편들은... 취향이 아니라고 말하고 그냥 제껴버리면 안될 것 같을 만큼 현실에 딱 닿아 있는 이야기들. 특히 ‘여자’라면, ‘여자’이기에 ‘정치적으로 올바른’ 문제 제기를 취향이 아니라고, 즉 불편하다고 별점을 안 줄 수는 없는 소설들이다. 특히 (두 번째... -.-) 앞의 네 편이 그런데 그 중에서도 <손>은 아주 신경을 북북 긁고, 긁힌 상태에서 황망히 끝나버린다. 대체로 폐소공포증을 자극하는 것 같다.

이것(사회문제를 환기하는 것, 그리고 신경을 북북 긁히는 것)은 내가 소설을 읽는 이유가 아니다. 차라리 신문 기사나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다룬 책들을 따로 읽는다. 내가 소설을 읽는 이유는 언제나 ‘지금, 여기’가 아닌 다른 곳으로 피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지금, 여기’는 그저 더 큰 우주의 한 점에 불과하다는 감각을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한국소설들은 여전히 잘 읽지 않을 것이고. 결국 지극히 취향에 관한 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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