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딴데로 새지 않고 한번에 읽은 책이다. 신나게 포스트잇으로 태깅하고 언급되는 책들 중 흥미로운 책들을 보관함(그리고 곧 장바구니 ㅠ)에 쌓으면서 말이다. 2주 전 시어머니 병상 옆에서 반 읽고 나머지 반은 2주에 걸쳐 찔끔찔끔 읽었지만. 그러니까 지난 2주 동안 읽은 것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일단 ‘읽는 직업’이란 게 부러울 뻔했는데 다행히 그렇게 되진 않았다. 아무튼 나에게는 저자가 보여주는 그런 집중력을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끌고갈 만한 끈기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끝이 보이지 않는 일, 아니 끝이 있기나 한지 때로 알 수조차 없는 일에는 아예 눈길도 주지 않는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실패하더라도 해보는 것이 낫다고들 하지만 나의 선택은 언제나 차라리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이다. 이 정도가 꽤 오랜 세월 나의 자아란 놈과 타협한 결과이다. 게다가 좋아하는 것이 결국 ‘일’이 되는 것은 내 생각엔 바람직한 것과 거리가 멀다. 아무리 좋아하는 것이라 해도 정말 속속들이 알고 나면 별로 맘에 들지 않는 부분들도 있는 법이다. 취미로 즐길 때는 그런 걸 무시할 수 있지만 ‘일’이 된다면 그런 것도 다 감수해야만 한다. 오랫동안 그걸 감수하다 보면 사랑이 미움으로 바뀔 수도 있다. 그래서 좋아하는 일을 아예 밥벌이 ‘직업’으로 삼는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로서는 그런 모험(!)을 시도할 생각은 없다. 모든 읽기의 끝은 결국 쓰기로 이어지는 건가. <일반적이지 않은 독자>라는 소설에서 심심해서 책을 읽기 시작한 여왕은 소설의 끝에서 이제 글을 쓰기 위해 여왕 자리에서 내려오겠다고 선언한다. 그 소설을 읽으면서 여왕의 결정에 마치 내 일인 듯 설레었었는데 그건 나도 닥치는 대로 읽다 보면 언젠가는 ‘그래, 이제는 써야 해!’라는 순간이 닥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읽고 싶은데 읽지 못하고 쌓인 책들이 이제는 세기도 무서운 지경에 이르고 보니 괜찮은 독자로 남는 것도 만만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뭐 나에게도 비밀이 있고 조금씩이라도 계속 읽고 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