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손자병법 1
정비석 지음 / 은행나무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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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이 1984년. 64쇄 찍고 1993년 2판, 1995년 3판, 2002년 4판. 그 42쇄 찍힌 책을 읽다. 이 정도면 준- 고전이 아닐까? 아빠의 책장에 꽂혀 있던 걸 읽은 것이 대학에 들어가기 전이었을 것 같은데 그 책은 초판일 거고 집에 아직 있는지 모르겠다. 처음 읽은 후로 달달한 과자 같은 간식을 찾듯 두세 번은 더 읽었는데 마지막 읽은 건 적어도 15년은 더 되었겠다. 삼국지 이전 중국 역사에 관련된 이야기 중 내가 아는 거라곤 이 책의 이야기가 거의 전부. 최근 남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다시 떠올렸다. 이야기와 읽을 때의 재미와 즐거움을.

30년이 지났는데도 재밌네. 그런데 실소도 난다. 주로 영웅호색적 부분. 적자생존이 약육강식과 동의어로 간주되는 이유도 모르겠고. 여자들(아내나 어머니)이 남자들(남편이나 아들)의 앞날을 도모하는데 부담을 주지 않겠다고 죽어버리는(돌에 머리를 박고 나무기둥에도 머리를 박고 목을 메기도 하고) 일이 많다는 것도 새삼 눈에 들어오고(계백 장군 부인의 선례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다 어렸을 때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쓱쓱 넘겼을 것들인데 지금은 좀 짜증이 나네. 옛날 사람이 쓴 더 옛날 얘기니까 더는 잡지 않으마. 근데 요즘 시대에 이런 책을 들이대며 ‘가르치려는’ 사람은 없겠지?

아무튼 주연들 중 오자서의 고난이 거의 끝나고 또 한 명의
주연인 오왕 합려가 이제 등장했다. 히로인인 서시는 다음 권에 나오겠지?

다시 생각해 보니 단순히 오랜 세월 많이 찍었다고 고전 대접을 해줘야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아니, 과거에 정면교사였던 것을 현재에는 반면교사로 쓸 수 있다면, 그런 식으로 세월 속에 살아남은 것도 역사이고 고전일 수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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