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 잘 팔리는 책들의 비밀
한승혜 지음 / 바틀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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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집중력을 동원해야만 지루함을 잠깐 잊을 수 있는, 그러다 보니 한번에 다섯 페이지 읽기가 벅찬 듯한 소설을 끈질기게 한 달 째 읽는 와중에 페북에서 이 책의 존재를 알게 됨. 거의 순식간이라고 할 만한 시간에 다 읽음.많이 웃었지만 또한 작가에게 정말이지 측은지심을 느꼈다. 취향이 아닌 책들을 읽는 괴로움을 알고 던져버릴 수도 없는(일이니까!) 고통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기 때문에. 재밌고 나의 책읽기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니 남는 것도 있다.

나도 베스트셀러는 거의 읽게 되지 않는데 베스트셀러니까 안 읽은 건 아니고 그냥 내 취향이 아니기 때문인 것 같다. 베스트셀러 리스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누구나 다 알고 있으면서도 막상 행동으로 옮기지 못해 좌절하는 자기계발서 원칙들의 의미없는 동어반복. 역시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정작 알맹이는 없는 미사여구들을 마치 자기만 아는 것처럼 나풀나풀한 문체에 담은 소위 힐링 에세이들은 한 문장 읽을 때마다 저절로 욕이 따라 나와 힐링은 커녕 앓아누울 수도 있을 것이다. 소설에 대해서 말하자면 적어도 50년은 견딜 소설일까를 생각하는 편으로 관심있는 작가가 아니면 따끈한 상태로 읽는 일은 별로 없다. 그래도 이 책에서 다룬 베스트셀러 중 내가 읽은 세 권은 모두 소설이네.

나에게 책이란 아직은(아직은?) 그냥 ‘물건’일 수 없는 것 같다. 마치 사람인 듯 ‘만나는’ 것이고 설레는 것이고 실망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인터넷 서점에서 온갖 책표지 사이를 떠돌며 인연의 감이 느껴지는 책들을 찾아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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