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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 4 - 제1부 듄
프랭크 허버트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0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듄이라고도 불리는 행성 아라키스는 사막과 비행기까지도 씹어먹을 수 있는 모래벌레, 그리고 어떻게든 적응한 원주민-프레멘-이 살고 있는 아주아주 척박한 행성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곳에서만 (알려진) 온 우주에서 가장 귀한, 그래서 가장 비싸고 막대한 이윤이 남는 상품(일종의 약물인 스파이스)이 생산된다. 이 척박한 행성은 바로 이 때문에 황제와 대귀족들의 권력다툼의 장이 된다. 이윤에만 혈안인 하코넨 가문(알고 보니 황제를 등에 업고 있었다)은 명예를 더 중시하는 아트레이드 가문을 아라키스로 끌어들어 멸족시킨 후 아라키스에 대한 지배권과 이윤을 더 확실하게 다지려고 한다.
아트레이드의 상속자 아들은 (이야기가 계속되어야 하니까 어쩌면 당연히) 살아남았다. 아들 뿐만 아니라 그의 어머니도. 그런데 이 두 사람은 ‘보통’ 사람이 아니다. 어머니는 3천 년은 족히 된 베네 게세리트라는 어느 정도는 베일에 싸인 일종의 지식권력기관의 일원이었고 아들인 폴 ‘무앗딥’ 아트레이드는 (알고 보니) 베네 게세리트가 가장 뛰어난 두뇌를 지닌 인간을 만들기 위해 무려 90세대에 걸쳐 행한 신중한 유전자 선택 교배의 최종 산물(!)이었던 거다. 척박한 환경에서 고난에 익숙하고 그만큼 해방을 기다려 왔던 원주민 프레멘들에게 (베네 게세리트가 이런 상황을 예상이라도 했던 것처럼 수천 년 전에 프레멘들에게 심어놓은 메시아 예언 때문에 더 쉽게) 이들 모자는 거의 구세주처럼 받아들여지게 되고이들의 지지와 복종적인 헌신을 무기로 폴 무앗딥 아트레이드는 하코넨 일가와 황제를 제압하고 새로운 우주연합의 황제가 된다.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전 우주적인 지하드의 막이 오른 것이고.
이게 듄 1부인데... 일단 재밌었다. 고 해야되겠지. 그런데 이걸 종교와 광신도는 어떻게 탄생하는가로 읽으면 섬뜩한 게 있다. 이제 곧 광신도로서 지하드에 뛰어들게 될 프레멘들의 고난의 세월과 소망, 그런 것들이 ‘구원자’를 만나면 얼마나 쉽게 광신도의 연료가 되는지. 사실 그 구원자라는 것, 퀴사츠 헤더락의 미래를 보는 능력이라는 것은 미래의 무수한 가능성을 매우 짧은 시간 안에 모두 계산해서 파악할 수 있는 능력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능력은 유전자의 조작(우수한 형질만 모일 때까지 주의 깊게 ‘교배’를 반복)을 통해 얻어진 것이다. 한마디로, 종교적 신앙의 대상이 될 만한 것이 아니다! 게다가 무앗딥은 말한다. 종교에 의무가 씌워지면 인간은 자신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게 되고 항상 개인 이하의 존재가 된다고 했다. 여기서 의무에는 당연히 무조건적인 복종이 포함될 것이다...
그밖에도 많은 생각을 하게 했는데 엄지 두 개로 스마트폰 작은 화면을 보면서 여기까지 찍다보니 좀 지겹다. 아, 한 가지 더. 지하드로 향하는 이 세계의 많은 단어들이 이슬람의 단어들과 비슷하다는 게 묘하다. 작가의 편견이 개입된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