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체 : 2부 암흑의 숲
류츠신 지음, 허유영 옮김 / 단숨 / 201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1. 문명의 필요조건은 생존이며 우주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 우주에 존재하는 (또는 존재할) 수많은 문명은 시공간의 제약으로 간단히 소통할 수는 없으므로 결국 우주는 암흑의 숲이 된다. 암흑의 숲에서 마주치는 것들은 어떤 것도 그 의도를 알 수 없고 한정된 자원까지 고려하면 생존을 위해서 일단 먼저 공격하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우리(지구라는 행성의 인간이라는 종)에게 호감을 가진 외계인이 존재할 거란 상상은 순진하다.

2. 인간이 서로에게 그리고 자연에게 저지르고 있는 끔찍한 일들에 질려버린 일군의 사람들은 인간보다 뛰어난 과학기술을 가진 외계인(삼체인)을 심판자로서 지구로 부른다. 인류를 (거의) 멸종시키고 지구를 구하기(?) 위해. <킹스맨>의 악당이 사람들이 미쳐서 서로 죽이게 만드는 전파를 쏘고 다빈치코드 시리즈 중 <천사와 악마>의 악당이 인류의 절반을 쓸어버릴 바이러스를 퍼뜨리려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 소설이나 영화 속 이런 악당들은 무수하다. 그리고 언제나 격파 당해서 최종적으로 ‘악당’이 된다. 나는 항상 이런 악당들의 부지런함이 신기했다. 아니, 가만 둬도 알아서 망할 텐데 뭐하러 저리 애를 쓴담? 어쩌면 더 늦으면 지구라는 행성도 못 건질 것 같아서?

3. 사실 작가 자신도 이들 악당들의 의견에 왠만큼은 동조하고 있는 것 같다. 제삿날을 받아든 인간들이 패닉 상태가 되어 엉망진창 파국을 겪은 끝에 83억의 인구가 30억까지 줄어들고 난 후에 ‘문명의 자정작용’으로 스스로를 추스르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게 하는 걸 보면 말이다. 또 있다. 모든 면벽자들의 전략은 결국은 나 죽고 너 죽자였다. 뤄지까지도.

4. 뤄지가 어떻게 지구의 운명을 구하는지 소설의 마지막의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긴장을 놓을 수가 없었다. 뤄지가 지구를 구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를 쓰고 읽을 사람도 남아있을 수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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