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있고 ‘정신(인격)’이 있다. ‘몸’은 클로닝으로 복제해내면 된다(이건 정말 근미래의 일일 것이다). 그 다음에 ‘정신(인격)’은 ‘마인드맵’이란 데이터로 컴퓨터에 저장할 수 있다. 몸이 여러가지 이유로 죽게 되면 복제한 몸에 마인드맵의 최신 백업을 다운로드하면 된다. 복제된 몸은 항상 이십 대 초반의 몸이라 영유아기와 사춘기를 겪지 않는다. 정신(인격)은 말할 것도 없이 데이터가 추가되기만 하면서 영원히 존재할 수도 있다. 이번 생이 망한 것 같으면 스무 살 짜리 몸에서 다시 깨어나 새롭게 살아볼 수 있다. 몇 번을 거듭해서. 한 마디로 시간은 더이상 부족하지 않다. 나라면 사서 쌓아놓은 책들을 다 읽는데 한 세 개 쯤 클론을 쓰고, 여러 나라의 말을 배우는데 한 세 개 쯤 클론을 더 쓰고...그런데 이 ‘마인드맵’이 컴퓨터에 저장할 수 있는 형태의 데이터로 변형이 되면 당연히 해킹할 수도 있다(‘몸’이 복제될 때 DNA 수준에서 얼마든지 수정할 수 있다는 건 이미 예측가능한 범위의 미래의 일이고). 몸이 수정되는 것, 예를 들면 심각한 유전병을 일으키는 유전자 이상을 교정한 클론은 정체성의 문제-적어도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본 수정된 사람의 정체성-를 일으키지 않는다. 그러나 누군가가 마인드맵, 즉 ‘정신(인격)’에 수정을 가했다면? 겁이 많은 성격을 지워 버리고 익스트림 스포츠를 열망하게 된다거나 연인의 바람기를 지워버린다거나 정치적 성향을 바꿔버린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것은 유토피아일까 디스토피아일까? 아니면 그냥 그런 것이 가능하도록 변한 또 하나의 세상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