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까지 읽는 바람에 잠의 절대적 부족으로 한 주의 시작인 월요일이 다소 엉망이다. 결말이 궁금해서 놓아버릴 수가 없었다. 시간여행이 주 테마로 SF로 분류되어 있지만, 시대극에 추리극에 로맨스 소설이기도 하고 그만큼 시끄럽다. 정말 혼이 쏙 빠지도록 촘촘하게 수다스럽다. 정말 코나 윌리스를 읽으려면 이 책부터 시작했어야 했다. 나는 괜히 <둠즈데이 북>으로 시작해서 페스트가 횡행하는 암울한 14세기에 질리고 질리고 또 질려서 이렇게 재미있는 책을 봐도 작가가 완전히 용서가 안 된다! 이 책 다음에 <둠즈데이 북>을 읽었다면 그 책조차 다소 사랑스럽게 봤을지도 모르는데 순서가 거꾸로 되어 이 책을 완전히 사랑할 수 없다! (뭐래?!)시간여행이 가능하다는 것은, 우리가 물리적으로 부피와 질량을 가지고 과거로 가서 부피와 질량을 가진 존재들을 만나 신체적으로 접촉할 수 있다는 것은, 과거 시간의 세계가 결코 흩어지지 않고 우주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따금 미래에서 온 연구자나 관광객들이 일상의 시공간에 작은 파문을 일으킬 수 있지만 ‘대세’는 바뀌지 않도록 시공간은 스스로를 꼼꼼히 보살핀다... 지금 내가 ‘현재’라고 생각하는 이 시공간이 누군가에겐 이미 ‘대세’가 결정된 과거일 수도 있다. 미래에서 이 시공간을 연구하러 온 얼빵한 연구자 때문에 오늘 점심을 맘스터치 인크레더블 버거가 아니라 김밥을 먹게 된 건지도 모른다. 내가 아무리 용을 쓰더라도 시공간의 그물에서 사람과 사람 사건과 사건은 너무나도 촘촘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결정론적인 세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시간여행이란 그런 것이다. 모든 것을 포함하는 궁극의 우주에서는 모든 것이 이미 결정되어 있다는 것. 덧) 이 책에서 언급 또는 인용하고 있는 추리소설을 나는 거의 대부분 다 읽었다. 도로시 세이어즈의 피터 윔지 경, 애거서 크리스티의 에르큘 포와로와 미스 마플, 셜록 홈즈까지. 그런데 무슨 사건이었는지 누가 범인이었는지 어떻게 풀렸는지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특히 피터 윔지 경의 파트너인 해리엇조차 기억나지 않는 것은 정말 충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