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정의 (특별판) 라드츠 제국 시리즈
앤 레키 지음, 신해경 옮김 / 아작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굉장히 치밀하고 복잡한 소설이다.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고 그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여주려는 작가는 종종 ‘이야기’에 앞서 독자들에게 그 세계를 장황하게 설명하려고 하면서 독자들을 지루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는데 (<은하영웅전설>도 내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결국 제 1권만 읽은 채로 진전이 없네 ㅠ) 이 소설은 그 함정을 아주 잘 피해간다. 설명문 없이 1인칭 주인공이 자신의 기억과 보고 듣는 것과 추론을 이야기하는 것을 읽다보면 ‘라드츠 우주’의 전모가 가까와지면서 점점 자세하고 분명해진다. 대단한 능력이다.

제목인 ‘사소한 정의(Ancillary Justice)’는 그냥 (중요하지 않아서) ‘사소한’, (공정하고 옳다는 의미의) ‘정의’가 아니었다. ‘저스티스 Justice’급 함선의 ‘보조체 Ancillary’, 즉 주인공의 (만들어진) 정체성을 뜻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다 읽고 나니 그저 ‘사소한 정의’라는 말도 어울리는 제목이란 생각이 든다. 중의적인 제목인 거지. 이어지는 <사소한 칼 Ancillary Sword>나 <사소한 자비 Ancillary Mercy>도 마찬가지로 그런 중의적 제목일 거다.

윗대가리를 날려버린다고 정의가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방향을 정하고 그 방향으로 한 발짝 씩 움직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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