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첫새벽부터 세차게 비가 내렸다. 따스한 날씨에 이게 봄비인가, 3월이니 겨울비는 아니겠지 싶었는데 착각이었다. 비는 추위를 다시 데려왔고 추위는 눈을 데려왔다. 빗물이 점점 진눈깨비로 굵어질 무렵 첫서재에 일하러 나갔다. 도착할 즈음에는 어느새 설국이었다. - P67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두 아이는 못내 아쉬워하며 내일 또 만나자고 약속했다. 그런데 어떻게 만나지? 두 아이는 시계도, 휴대전화도 없었다.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갈지 가만히 지켜보았다. 결국둘은 이렇게 약속했다. "내일 이 시간쯤에 여기서 다시 만나자!"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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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계절이라는 가을이 다가왔다. 가을이 되면 왜 책을 곁에 두고 싶은 사람이 많아져 보이는 걸까? 나도 그랬는지 짧지도 길지도않은 생을 되짚어봤지만 딱히 계절과 독서의 명료한 상관관계를 찾아내지는 못했다. - P39

그렇지만 역설적으로 서재 짓기와 함께한 두어 달은 생애 가장 바쁘면서도 가슴 뛰는 나날들이었다. 살다가 또 언제 오로지 나만의 자유의지로 모든 걸 선택하고 결정할 기회가 올까? 온전히 내 상상과무지와 예술적 감각과 서툰 판단력으로 한 점씩 조립되는 세상이 눈앞에서 펼쳐진다는 건 그 어떤 경험과도 바꿀 수 없는 완벽한 자유로움이었다. - P47

좀처럼 꾸미는 법이 없고 삶에 덕지덕지 형용을 붙이지 않는,
엄마를 닮은 이름 같았다.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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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서 손으로열리는 것을 봅니다.
2023년 2월안미옥 - P5

빛은 찌르는 손을 가졌는데참 따듯하다 - P11

일상이 뒤죽박죽이라면조금 더 헤쳐놓아도 될까 - P14

잘못 사온 빵을먹는 시간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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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을 배웅하며 왠지 허은의 일기가 생각났다.
거기에 그런 말이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과학자 같은 말이었는데, 나는 새롭게 시작하는 것들에 늘 관심이 있고 그것을 정확하게 받아들이고 싶다. 동면을 해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같은 말이었다. - P96

"뭐 하고 있었어?"
차미의 대답은 없었고 있어도 알 수 없을 테지만 나는 늘 그것이 궁금했다. - P97

그리고 나는 바닷소리가 들리는 침대에서 눈을 뜨고 습기를 머금은 기온이 느껴지고 때로는 비바람이 잠을 깨울 것이다. 당신이 만난 것을 말해. 그때의 나는 사라지는 것이 두렵지 않게 되었다고생각할 것이고 나는 그것을 말한다 여름으로 향하며잠결에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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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내가 걔 아픈 건 하나도 몰랐다이것이 엄마가 소리처럼 흩어진 이유 - P45

뚱뚱한 엄마가 너를 끌어안는다그때 너는 이야기며 진실이다 - P47

곤죽이 된 살 위에 겨울 햇빛이 닿을 때허겁지겁 선지를 퍼먹던 청년은 - P77

벼가 탄다 경전이, 사랑이 분다고삐를 당겨 조금 더 우리 밝은 쪽으로어린이보호구역처럼 아름다운 곳으로9 - P61

그렇게 나는 망고 향기를 깨닫게 된다.
인공관절을 굽히는 느린 속도로 - P61

너희 집 앞에 치솟는 복숭아나무가 되리 - P29

반투명하게 읽고 반쯤 사랑해버리고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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