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력한 것만이 유효하다는 믿음은 손쉽게 이루어지면서도 부서지기 때문에 너는 그럴듯한 기분으로 태도를 지키기 좋았지. 시 안에서 꽃이 다뤄지는 방식으로. 미래처럼. 절망하기 위해 태어난 포즈는 늘 호응받기에, 너는 줄곧 들여다보았지. 들여다보지 않는 순간에도 들여다보고 있다고 그것이 바로 흔들림이라고 적었지

이름을 지우고 돌아서면
왜 지워진 게 이름만이 아닌 것 같은지

지나갈 거야 오늘밤도
매일 아침에 해가 뜬다는 거
어쩐지 기적 같지 않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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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라이가 어디로 가려고 하는지 알고 싶어했다. 라이도 말해주고 싶었지만, 서글프게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라이는 읽고 쓰는 능력을 잃었다. 그것이 라이의 가장 심각한 손상이자, 가장 고통스러운 손상이었다.

그녀가 옷을 입을 권리를 거부하는 외주 계약자들에게는 그녀를 빌려주지 않았다. 외주 계약자는 즉시 그녀를 감싸고 위쪽으로, 수많은 자신들 안으로 끌어 올렸다. 다양한 조작체를 이용해서 끌어 올리다가 나중에는 이끼처럼 보이는 부분으로 단단히 감싸쥐었다.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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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경우, 어쩌면 다른 많은 작가들의 경우에도, 삶을 소진시키는 불안의 접근을 막아주는 것은 바로 이런 리듬 덕분이다.

에세이가 못 다룰 만큼 큰 질문은 없다.

에세이의 주체, 써보는 주체가 어떤 존재인가 하면, 몽롱하고 산만하고 정신을 잃을 위험이 있는 존재, 그렇게 자기를 잃어버렸다가 여긴 어딘가 나는 누군가 하면서 정신을 차리는 존재다. 의식의 자리를 떠난 ‘나‘는 의식의 반대편 끝에서 사방으로 흩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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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둠 속에서도 시냇물은 쉬지 않고 흘렀으리라. 눈물이날 것만 같은 밤이었지만, 나는 울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방식대로 조금씩 변해갔다. - P36

꿈이 없는 사람의 자유이용권은 25개의 보어덤과 23개의 디스어포인트먼트와 16개의 다크니스를 맛보는 티켓에 불과할 테니까. 이 삶은, 오직 꿈의 눈으로 바라볼 때, 다른 불순물 없이 오하게 우리의 삶이 된다. - P45

그러다가 모든 것을그날 찾아온 남자 중에 아버지가 있었던 건 아닐까? 그러나 나는 그 의문을 엄마에게 말하지 않고 마음속 깊은 곳에 꼭꼭 묻어두는 것으로 우리의 우주가 완전히 붕괴되는 일만은 막을 수있었다. - P52

언덕을 오르는 동안, 그녀와 엄마 쪽으로 바람이 불어왔는데, 그 느낌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고 그녀는 말했다. 마치 지금도 그 바람을 맞고 있는 사람처럼 눈을 감더니 그녀는 말했다. "그럴 때마다 저는 기분이 좋아져요."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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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한 바퀴를 걷는데, 산그늘이 진 곳은 꽃도 더뎌서 철쭉, 싸리꽃, 복숭아꽃, 앵두꽃, 라일락까지 집집이 담장 너머 고개를 내밀고 미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꽃 이야기가 이리도 긴 걸 보니 한시절이 지났다는 얘기다. 새파란 젊은이가 "꽃, 꽃, 꽃~" 하는 건 들어본 바 없어도 나이 든 사람들의 꽃 이야기는 흔하다. 인생의 꽃이 다 피고 진 뒤에 비로소 마음속에 꽃이 들어와 피어 있다.
는 거니까. - P71

털고 솎아내야 더 찬란하게 꽃피울 수 있구나. 과거의 영광은 선선히 내어버려야 건강한 씨앗을맺을 수 있구나. 거기서 귀한 가르침을 얻었다. - P75

한참 세월이 지난 후에야 ‘이게 노래의 사회성이구나‘ 깨달아졌다. 노래는 되불러주는 이의 것이구나. 노래를 만든 사람, 처음 부른 가수의 것이 아니구나. 여러 번 굴절을 거쳐 어떤 가슴으로 불릴지는 누구도 점칠 수 없다. 그래서 세상에는 수천수만의 <아침이슬>이 있을 것이다. - P81

봄·여름·가을·겨울 할 것 없이 군용 트럭에 몸을 싣고 무대에 도착하면 흙먼지가 온몸을 뒤덮어서 분가루 같은 풍진이 얼굴 가득 했었단다. 무대 의상도, 물자도 넉넉지 않고 핍절했으니 드레스며, 롱드레스용 장갑이며 직접 다 만들었단다. 바느질을 못 하면 가수를 할 수도 없던 시절이었단다.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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