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언어는 겨울을 부르는 언어일까, 겨울을 나는 언어일까? 글을 다듬으며 어쩌면 그 둘이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 3년 전 프랑수아 누델만의 책 『철학자의 거짓말 추천사에 이렇게 썼다. "우리는 모두 거짓말을 한다. 글을 쓰면서는 더 많은 거짓말을 한다. 글로 구현된 ‘나‘는 이미 내가 아니라 나로부터기원한, 나보다 조금 더 낫기를 바라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거짓말들을 우리의상으로 삼는다. 어쩌면 우리는 이 철학자들처럼 모두 거짓말 안해 나아가는 진실한 인간들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내가 상으로 삼은 나의 어떤 측면하다곳을 떼어놓더라도 내가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부터 내가 부족한 만큼은 책이부족하지 않기를 공들여 비는 수밖에 없다. - P8

부모도 사실은 알지 않았을까. 초등학교 때는 피아노 친다고 설치고 중학교 때는춤춘다고 설치고 고등학교 때는 글 쓴다고 설치고 대학교는 세상에 철학과를 가버렸는데 부모가이걸 몰랐다니 말도 안 된다.

그러니까 늘 꿈꾸다 말고 마시는 자리끼처럼 나는 시를 필요로 했던 것 같다. 악몽과 꿈 사이에 청량한 물을 흐르게 하고, 꿈이 혈관에 스며들게 해서, 그토록 땀 흘리며 삼키던 열도 잠시 내려놓게 하는 것. 대체 이것을, 시가 아니면 무엇이 해줄 수 있단 말인가. - P29

‘유행‘이란 주류로 분류되는 몇 개의 매체에 동시에 노출될 때에만 간신히 성립하는 종류의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거대 자본이 필요하기에 기업이 유행을 주도하기는 더욱 용이해진다. 벤야민은 자본주의를 하나의 새로운 종교로 해석하며 유행이란 이 종교를 유지시키는 제의와도같다고 보는데, 이 새로운 종교의 화신과도 같은 거대 자본은 자기 입맛에 맞는 제의를 계속해서규정할 수 있다. 말하자면 현재의 유행이란 동시성의 감각이 존재하는 것처럼 속이는 만들어진감각일 수도 있다.

그것은 무의미한 준비의 마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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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꿈도 없는 듯 주머니에 쑤셔 넣고 문제집을푸는 게 과거의 입시라면, 없는 꿈도 있는 듯 만들어서 스토리텔링을 하는 게 지금의 입시였다. - P14

출근은 하지 않았지만 베이글에 바질페스토를 바르는 아침부터 싱잉볼을 문지르고 잠자리에 드는 밤까지 스스로 묻고 답하며 수업의 얼개를 정리했다. - P16

‘수업 첫날의 수강생은 교사의 책임이 아니다. 그러나 수업 마지막 날의 수강생은 교사의 책임이다.‘ - P21

"다행이네. 전교조 교사, 수업 중 마르크스 읽혀.
이런 기사라도 나 봐. 작살난다." - P26

은재가 기말과제로 제출한 글은 이렇게 시작했다. - P37

창밖에서 "하나, 둘"이라거나 "한 번 더"처럼 한무리의 학생들이 단체 사진을 찍는 소리가 들렸다. 곽은 상자 속에 있던 피낭시에, 혹은 다쿠아즈나 비스코티일 수도 있는, 유럽 어느 언어로 된 이름이 분명한 디저트를 하나 입에 넣었다. 역시 달콤했다. 경박한 단맛이 아니라 깊이가 있고 구조가 있는, 하지만묘사해보려고 하면 이미 여운만 남기고 사라져서 어쩐지 조금 외로워지는 달콤함. 사람을 전혀 파괴하지않고도 패배시킬 수 있는 달콤함. - P43

작가들은 수상한 사회를 은유하는 공간으로서 학교를 애용해왔습니다. 그런데 사회가 정말 무서운 건, ‘적응하기 어려워서‘가 아니라‘어지간하면 적응시켜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P53

문화재는 모든 무당의 꿈이었다. 숭고하고 높은자리. 비밀스러운 욕망. 흘려듣는 척했지만, 할멈이그렇게 은밀히 속삭일 때면 떨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속물처럼 보일까 누구에게도 밝히지 못한 나의속내를 할멈은 죄다 알아챘다. - P85

변질된 단어의 ‘진짜’ 뜻을 소설을 통해 건져 올리고 싶었는데, 성공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 P109

어떤가. 이제 당신도 알겠는가, - P104

‘연령이나 성별에 구애받지 말고 그저 한 명의인간을 그려보자. 복잡다단하고 불완전하고 가끔은속물적이지만, 한편으로는 다정하기도 섬세하기도한 인간을 ‘ - P112

"나랑 같이 있는 거, 쪽팔려?"
"응, 조금." - P130

나는 지금도 인생이 적당한 시점에서 최악의 결말로 끝나버릴 거라는 염세적인 기분이 종종 들곤 한다. 하지만 최악의 결말은 존재하지 않고, 늘 최악의순간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 P135

"스위트콘을 잔뜩 넣은 김치볶음밥이요.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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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료령이 울리면 학생들은 교실을 빠르게 떠났다. 곽은 출석부와 태블릿, 두세 권의 책, 황동 클립으로 묶은 학습지를 상아색 에코백에 넣었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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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승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은, 필연적인 충돌을 수반한다. 맘카페에서는 그 충돌의 양상이누군가에게 내 정보를 공유하지 않거나 진솔한 이야기를 털어놓지 않는, 수동적이고 둥글둥글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이곳에는 애초에 ‘나만 이길 수 있는 진짜 정보‘가 존재할 수 없다. - P156

맘카페는 더 이상 "저 속상해요.", "여기 털어놓고 끝내요."로 정도로 끝나는 집단이 아니며, 그러한 응집력을 바탕으로 자기 집단의 힘을 추구하게 되었다. 우리는 그 힘이 맘카페를 사회의 파워게임에서 우위를 점하게 했지만, 바로 그 힘이 때때로 집단 린치와 다를 바 없는 폭력으로 이어졌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공감이 넘치는 맘카페의 분위기는 분명 폭력적인 상황과 잘못을 인지하게끔 하는 감수성을 무뎌지게 하고 있다. - P168

우리 카페에는 정치적 이야기를 자제하자는 규정과 기조가 있다. 뒤에서 더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정치적 논쟁거리가 이곳을 관통하면 맘카페의 본래 목적인 육아 정보 교류 글이 뒤로 밀려버리며 쉽사리 감정적인 싸움으로까지 번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많은 회원이 불편을 호소하기 때문에 그렇게 정했다. - P181

이분은 자기 아이가 아픈 글을 올리며 하소연을 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 밑에 댓글로 의료진들의 파업에 대한 자신의 의견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기 시작했다. 그 대립은 당연히 정책을 만든 정부로 화살이 돌아갔고, 정권에 대해 호의적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또 갈려서 싸우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정치 글로 이어진 것이다.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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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내가 어릴 때 책에 흥미를 갖게 해줬고, 요리도 가르쳐줬다. 아버지는 기본적인 전기 작업을 알려줬다. 내가 독립해서 스스로 해나갈 수 있는 준비 도구들일뿐이었다. - P109

서양 문화에서는 이것이 예의 없는 행동이 아니다. 하지만 한국에 10년 동안 있다 보니, 그리고 박찬욱 감독의위치를 생각할 때, 사람들이 그를 ‘찬욱‘이라고 부를 때마다 목뒤에 소름이 돋았다. -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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