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꿈도 없는 듯 주머니에 쑤셔 넣고 문제집을푸는 게 과거의 입시라면, 없는 꿈도 있는 듯 만들어서 스토리텔링을 하는 게 지금의 입시였다. - P14
출근은 하지 않았지만 베이글에 바질페스토를 바르는 아침부터 싱잉볼을 문지르고 잠자리에 드는 밤까지 스스로 묻고 답하며 수업의 얼개를 정리했다. - P16
‘수업 첫날의 수강생은 교사의 책임이 아니다. 그러나 수업 마지막 날의 수강생은 교사의 책임이다.‘ - P21
"다행이네. 전교조 교사, 수업 중 마르크스 읽혀. 이런 기사라도 나 봐. 작살난다." - P26
은재가 기말과제로 제출한 글은 이렇게 시작했다. - P37
창밖에서 "하나, 둘"이라거나 "한 번 더"처럼 한무리의 학생들이 단체 사진을 찍는 소리가 들렸다. 곽은 상자 속에 있던 피낭시에, 혹은 다쿠아즈나 비스코티일 수도 있는, 유럽 어느 언어로 된 이름이 분명한 디저트를 하나 입에 넣었다. 역시 달콤했다. 경박한 단맛이 아니라 깊이가 있고 구조가 있는, 하지만묘사해보려고 하면 이미 여운만 남기고 사라져서 어쩐지 조금 외로워지는 달콤함. 사람을 전혀 파괴하지않고도 패배시킬 수 있는 달콤함. - P43
작가들은 수상한 사회를 은유하는 공간으로서 학교를 애용해왔습니다. 그런데 사회가 정말 무서운 건, ‘적응하기 어려워서‘가 아니라‘어지간하면 적응시켜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P53
문화재는 모든 무당의 꿈이었다. 숭고하고 높은자리. 비밀스러운 욕망. 흘려듣는 척했지만, 할멈이그렇게 은밀히 속삭일 때면 떨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속물처럼 보일까 누구에게도 밝히지 못한 나의속내를 할멈은 죄다 알아챘다. - P85
변질된 단어의 ‘진짜’ 뜻을 소설을 통해 건져 올리고 싶었는데, 성공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 P109
‘연령이나 성별에 구애받지 말고 그저 한 명의인간을 그려보자. 복잡다단하고 불완전하고 가끔은속물적이지만, 한편으로는 다정하기도 섬세하기도한 인간을 ‘ - P112
"나랑 같이 있는 거, 쪽팔려?" "응, 조금." - P130
나는 지금도 인생이 적당한 시점에서 최악의 결말로 끝나버릴 거라는 염세적인 기분이 종종 들곤 한다. 하지만 최악의 결말은 존재하지 않고, 늘 최악의순간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 P135
"스위트콘을 잔뜩 넣은 김치볶음밥이요. - P14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