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비는 얼굴이 까무잡잡해서 뚜비였다

마지막으로 근정과 통화를 했을 때근정은 문주에게 이렇게 물었다. 정말 모든 게 잘될 줄 알았던 거야? 정말로? - P255

물러날 수 있을 만큼 물러서야 데미지가 오지 않는 일도 있는 법이니까. - P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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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아, 어떡하려고." - P111

. 이 여자가 보기와는 다르게 엄청난 깡다구를 가진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P125

한동안 여인2 또한 나를 대화방에 초대하지 않았다. 여러 번 편지를 보냈는데도 답장이 없었다. 여인의 집에 초대받은 이후 단 한 번도 밖으로 나간 적이 없었다. 나는 이제 수현이 아닌, 수현이었던 사람이 보고 싶었다. 동현이었던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계단에서 구를까, 하고도 생각해봤다. 그렇게까지 하는건 좀 우스웠다. - P230

여인2 어느 쪽이든 애타게 찾고 있다는 건 인연이라는 증거거든요.
여인2 만나야 할 사람은 반드시 만난다고 들었어요.
여인2 전 그걸 믿어요.
뒤이어 해피엔드의 답장.
해피엔드: 끝내 어긋나는 만남도 있어요.
해피엔드: 하지만 나도 그 말을 믿고 싶군요. - P231

모든 걸 보여줄 필요가 없다는 말은 온 마음을 다한다는 걸 들키고 싶지 않다는 말. 그 틈에 숨겨진 많은 것, 우리는 드러낼 수 없어서 대신 드러내어 보여주는 이야기를 사랑하고 그런 이야기에 저마다 제목을 붙인다. 나는 몰래몰래 늘 그런 것을 기대해왔을지도. - P232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걸까요.‘
"살기 위해 미래를 선택한 거죠."
"저에 대해서는 뭐라고 하던가요?"
"얘기한 적 없어요." - P237

"잘 지내던가요."
"열심히 지내요."
"맞아요. 민영인 언제나 그랬어요." - P242

그리고 또 멀어졌다. 그러기를 몇 번 반복한 뒤에야 광장에선 어디로 가든 나가는 방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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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몸이 나를 감싸고, 안아주고, 제2의 피부가 되어 나를다시 통합시킨다. 나는 남자가 내 위에 몸을 뻗어 길게 누워 있을때만큼, 혹은 아이가 나의 가슴에 파고들 때만큼 무게가 고작몇백 그램임에도 불구하고 내 몸이 실재함을 실감한 적이 없다.
- - P132

앵글을 바꾸고, 늘 반복되는 후렴구를 바꾸어 보자. 카드를 섞고, 친연성과 영향력의 게임을 다른 방식으로 상상해 보자.
정말이지 우리가 우리의 소속을 직접 선택하지 못할 이유가 뭐가있겠는가? - P135

우리는 자신을 혈통과 가족 역사의 포로라고 생각하곤 한다.
그 유산이 너무 육중하게 우리를 짓눌러 움츠러들게 할 때도 많다. - P135

우리가 자신에게 허락할 수 있는 자유는 바로 이러한 의도적 괴리에 있다. 기대에 부응하지 않기. 샛길을 택하기. 유산을 거부하기 - P136

가지를잘라내기 - P139

"정당성의 나무가 우리에게 강요하는 나에서 벗어나 삶을험에 빠뜨려야 한다. 우리에게 떨어지는 명령들을 저지하여 자아를 가능한 어떤 것, 일시적이고 철회할 수 있는 것, 선택하고 협상할 수 있는 것이 되게 하고, 현재가 채택된 기억으로부터 양분을얻도록 해야 한다."203 - P140

"조상의 정체성을 떠맡는" 것, 그것은 "자신의 기억을 가족 내러티브로 축소"206하는 것이다. 나의 자리는 내가 위치한 가계의 가지 하나로 완벽히 환원되지 않는다.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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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민은 방파제를 향해 서 있었다. - P9

바다를 본 뒤 그곳에서 맥주를 한잔 마시는 게 수민의 원래계획이었다. 긴 오르막길을 걸어야 했던데다가 출구 공사중인 지하보도에서 헤매는 바람에 시간이 두 배쯤 더 걸렸지만, 괜찮았다. 여행이란 다 그런 거니까. 그러나 방파제의 높이에 대해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 P10

"프랑스어가 그냥 들으면 부산말이랑 완전 똑같거든."
급할 때면 한 번씩 튀어나오던 사투리. 선배의 부산식프랑스어 단어와 단어가 조악하게 연결된 몇 가지 문장유형의 돌려막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리스닝에 취약한수민은 반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달았다. - P14

노래방으로 옮기고 자리가 한층 더 불편해진 수민이 일어날 기회를 엿보느라 주변을 훑어볼 때였다. 희고 마른 팔하나가 수민 앞으로 쑥 뻗어나와 노래방 리모컨을 가져갔다. 술 대신 싸구려 오랑지나를 축내던 남자애였다. - P17

수목원에 도착하자 수찬은 꽃이 모두 진 수련 연못 앞으로 수민을 데려갔다. 메마른 꽃대만이 구부러진 철사처럼군데군데 남아 폐허처럼 보이는 얕고 더러운 물을 가리키며 그가 말했다. - P25

진지함. 평소 늘 그에게 바랐던 진지함을, 수민은 결별을 통보받는 순간에서야 비로소 발견할 수 있었다. - P32

인터뷰의 마무리로 원장은 ‘피아노 조율사는정년이 없고 시간 운용이 자유로워 재취업을 고민하는 주부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직업‘이라고 말했다. - P37

그날을 떠올리던 수민은 문득 생각했다. 틀린 걸 고치는게 자신의 일이라면, 그게 피아노라면 어떨까 하고. 그러니까 만질 수 있는 것을 손으로 만져서 고치는 기분은 어떤걸까, 하고. - P38

"그렇게 뚫어져라 바라만 보고 있으면 소리가 들리겠습니까? 울림은 멀찍이 떨어져 있어야 잘 들리는 법입니다." - P41

"뒤돌아봐"
뒤를 돌자 그곳에 커다란 느티나무와 강이 있었다. - P45

그런 그가 은근한 기대감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눈이 올것 같다고 말했을 때, 수민은 단단한 쌀알이 물과 열기를머금고 부드럽게 부풀어오르듯 가슴 한구석이 울렁이는 기분을 느꼈다. 그것은 기쁨이나 설렘과는 다른, 기대감도 그리움도 아닌 무언가였다. - P50

"조율 배우니까 좋은 점이 뭐야?"
곰곰이 생각한 수민이 대답했다.
"만져볼 수 있다는 게 좋아요. 손으로 만지작거리다보면무엇이든 고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대가 생겨요." - P55

수민은 반복되는 좌절을 통해 삶에서 무언가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기대를 저버리는 일의 시작이라는 것을 깨달았지만, 기대감은 탁월한 적응력을 지닌 자생식물처럼 가슴 한편에서 끈질기게 싹을 틔웠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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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항상 중간에 껴 있었어요 - P23

규석으로 된 1층과 초벽을 칠한위층, 벽돌로 된 또 다른 층, 너무 평평한 지붕. 전쟁 직후에 세워진 바로크식 집으로, 분명 졸부의 집이었을거예요. 어쩌면 저 역시, 그런 사람이기도 하고요. - P25

클로데파르 길과 레퓌블리크 길의 차이는 당연히-
사회적인 것이었어요. 제 부모님의 손님들은 노동자들과 피고용자들- 클로데파르 길에서 오는 분들이었죠. 빌라 사람들은 시내에서 설탕이나 기름 사는 것을 잊어버린 한두 사람을 제외하고는 절대 오지 않았어요. - P27

저는 일찍부터 그 둘 사이에 있었던 것 같아요. 세상에 태어난다는 것은 추상적인 일이 아니죠. 우리는 얼굴과 몸짓과 말, 결핍의 언어 혹은 그 반대로 물질적 여유의 언어와 함께 관계 속에서 태어나요. - P29

게다가 어머니는 그 여자에게 그 아이는 이 아이보다 더 착했어"라고 덧붙였죠. 이 아이가 바로 저예요.
저는 이 모든 것을 저의 최근작, 『다른 딸』에서 이야기했죠. - P35

어머니는 세탁, 손빨래, 다림질, 전통적으로 여성들에게 부여된 역할을 맡으셨지만 요리는 하지 않으셨어요 요리를 좋아하지도 않았고 할 줄도 모르셔서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버지에게 맡기셨죠. 어머니는요리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에 비해 할 일이 너무 많다고 판단하셨고, 다시 해야 하는 음식의 허무한 면을싫어하셨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먹는 것은 무척 좋아하셨죠 제 생각에 어머니는 인생의 모든 쾌락을 좋아하셨던 것 같아요. - P47

그 책이 나왔을 때, 어머니는 이브토에서 멀리 떨어진 안시에서 살고 계셨어요 "당신인 걸 알아봤어요"
라고 말할 이웃들도 손님들도 더는 없었죠. 그러니까사회적으로 문제가 덜 했던 거죠. 저는 어머니의 반응을 그렇게 분석하고 있어요. 자식의 책에 대한 부모들의 태도는 부분적으로는 그들이 상상하는 주변 사람들의 의견에 달려 있죠. - P51

MP.: 당신에게 문학은 어떤 역할을 했나요?
AE: 양면성을 가진 역할이죠. 독서는 상상의 장소였어요. 그곳에서 저는 강렬하게 살았죠. 동시에 주로저의 세계와 정반대되는 사회적인 모델을 제공하면서어린 시절의 현실 세계와 저를 갈라놓기도 했어요. - P63

저는 우리가 읽었던 모든 글, 그리고 봤던 영화, 그림들까지도 예술적 가치와 상관없이 그것을 기억하려는 시도를 하면서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고 어떤 욕망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으며, 자신의 역사 속에서더 멀리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해요. - P65

예술은 우리가 그것이 우리에게 말하지 않는다고생각하는 것까지도 말해줘요. 그게 예술의 힘이죠. 문학의 힘이고, 영화의 힘이고, 미술의 힘이에요 음악은조금 더 복잡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마찬가지죠 우리가누구인지, 무엇을 물려받았는지 알고 싶다면, 우리를구성하는 내면의 박물관에 있는 작품들을 모아야 해요. 저는 어떤 것에도 영향을 받지 않은, 받은 적이 없는존재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없죠. 그런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 - P66

그렇다고 해도 제 생각에 글쓰기에서 효력을 나타내는 차이는 성별보다는 사회적 본성인 것 같아요 남성이든 여성이든, 사회적인 출신이 결정짓죠. 서민 출신 혹은 그 반대로 특권층일 때, 우리는 같은 방식으로글을 쓰지 않아요. 그것은 분명히 글쓰기에 있어서 여전히 가장 강력한 구성요소로 남아 있죠. - P72

남편과의 가사일 분담이 거론되던 시대가 아니었죠 사회적으로 수용되지 않았으며,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되지도 않았어요. 68년 직전에 있었던 일이었지만이 전통적인 질서가 여성들의 선사 시대의 것이 되기에는 너무 멀었죠.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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