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리 만연된 것들을 끝말잇기처럼 나열하며 걸었다시로 쓰지 않기로 한 것들이 점퍼 호주머니 속에 불룩했다 - P108

그녀는 소매를 걷어붙이고 양념을 버무리다콧등을 찡긋하여 안경을 조금 올려 쓴 후 - P113

저도 그래요라고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는 모임 - P120

노래도 없고 박수도 없고축하도 없고 박장대소도 없는 - P121

나는 친구의 연필을 손에 쥐고 있었을 것이다거꾸로 들고 친구의 이름부터 지웠을까친구의 말을 다 받아 적었을 것이다 연필을 거꾸로 든채로 그랬을 것이다. - P140

아름다움은 그만두고 싶다 - P138

가장 화가 났을 때에 가장 실의에 빠졌을 때에친구는 나를 앞에 두었다고 한다. - P139

냉장고에 오래 방치된 양파처럼미안함이 무르익고 무르익다가 - P136

우리의 백만 가지 약속 중 하나를너는 지키러 온다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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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블루가 화폐단위냐?" - P122

"오늘 경매에서 정말 좋은 꼬리지느러미를 칠백팔십만원에 구했습니다. 꼬리지느러미를 최고로 칩니다. 회장님께서는 참으로 운이 좋으십니다." - P125

A 를 만난 지 십여년의 세월이 훌쩍 지났다.. - P270

"아이가 다 노놔주고 봉게 모질라가꼬 한 백 포기 또 담갔는디요?" - P276

‘송전탑에 둥지 튼 천연기념물 황새 가족‘
멸종위기종 1급인 황새를, 송전탑에 둥지 튼 황새를, 처음으로 알아채고 방송사에 제보한 게 영태였던 것이다 - P279

웬 요리사? 물었더니 선배가 메일로 답했다.
독수리 사냥한다며? 독수리가 뭐든 잡아 오면 요리해서먹어야지.
아니! 독수리 사냥을 취재한다고! - P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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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참는다는 건 그런 것이다. - P82

나는 지금도 거기 있어.
화영은 생각한다. 언제든 포기해도 상관없다. - P81

"너 여자 맞잖아. 아니야?"
남자아이가 말했다.
"아, 우주는 호모지." - P92

"아무 일도 없었어?"
"어."
진짜냐고 엄마는 자꾸 되물었다. - P101

이제 아이들은 우주가 남자와 무엇을 하고 놀았는지 듣고 싶어했다. 넘어갈 수 있는 울타리와 개구멍만 찾아다니다가 뜬금없이 놀이동산 자유이용권을 주운 느낌이었다.
PE - P104

우주는 조금씩 차분해졌다. 그동안 사귀었던 남자친구들을한 명씩 떠올려보았다. 사랑하지 않아도 사람을 사귈 수 있다는 것을 우주는 알았다. 사회에 합류하기 위해 그게 필요할 때가 있다는 것을. 우주는 스스로를 설득했다.
변하는 건 없을 거야.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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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랑 일기 쓰게 돼서 존나좋아. - P14

그들에게 악의는 없었다. 좋은 사람이 되어갈수록 화영은 없는 사람에 가까워져갔다. - P24

석현은 야구나 농구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군대에 가본 적도 당연히 없었다. 총을 쥘 한쪽 손이 없었으니까.
남성성을 자랑하는 남성에 대해서라면 질색을 했다. 이차성징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여자아이들이 어떤 위험에 처하는지,
매일매일 어떤 유리 천장에 부딪히며 살아가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을 하는 숱한 남자들과 달랐다. 석현은 알았다.
행인이 몸을 훑어본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를. 세세하게 배려받는 것 같지만 치밀하게 소외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 P29

전체적인 분위기까지 파악해야 실수를 줄일 수 있었다. 칼로 자른 듯 파악할 수 있는 상황은 드물었다. 애매한기쁨과 애매한 뿌듯함, 애매한 조롱과 애매한 비아냥 애매함이 표현의 핵심일 때가 대부분이었다. - P39

이후로 버스 사장 안의 눈동자들은 필요하게 식인을 따라다났다. 어딜 가든 없었다. 석원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식인을지나가는 눈동자들 - P45

"왜 사람을 쳐요."
울먹임이 뒤섞인 목소리였다. 직원과 석현이 놀란 표정으로화영을 쳐다보았다. 화영도 자신에게 놀랐다. - P47

석현은 사람이 많은 대로변으로만 걷게 됐다. 성곽이나 골목 같은, 인적이 드문 길은 피했다. 트램 앞좌석에 앉은 승객이 석현의 몸을 훑어보았다. 석현은 불쾌했다. - P59

"시끄러워."
석현이 말했다. 화영은 석현을 보았다. 언제든 시끄럽다고말해달라고, 조용한 곳을 찾아 백 번이라도 이동해주겠다던석현의 약속이 떠올랐다. 그때 화영은 석현과 함께 한국으로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 P61

무엇을 기대했던 걸까. 어째서 석현은 다르다고 여겨왔을까. 어째서 자신은 다를 수 있다고 여겨왔을까. 손 하나가 없는 사람과 귀 한쪽이 안 들리는 사람의 사랑은 다른 사람들과다를 거라고, 마땅히 그럴 거라고 여겼던 걸까. 석현을 사랑하게 된 것도 귀 때문일까. 한쪽 귀가 잘 들렸다면 어땠을까. 그래도 석현을 사랑하게 되었을까.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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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 딸린 아랫집은 참 많은 사람이 거쳐 갔다. - P264

"남자들이 눈이 뼈서 그렇지."
"그래. 사실이야 어떻든 남자들이 눈이 삔 것으로!"
우리는 눈 삔 남자들을 탓하며 술잔을 부딪쳤다. - P191

"천성을 어찌할 수 있어?" - P199

그날 밤, 초원 위에 모닥불을 피웠다. 고온건조한 날씨덕에 불은 이내 붙었다. 주류는, 노동이라는 것을 해보지않았을 것 같은 주류는, 심지어 불도 잘 피웠다. 그건 하층계급인 내 전문인데… 나는 그 너른 초원 위에서 자꾸만짜부라드는 것 같았다. - P205

게르는 텅 비어 있었다. 문은 활짝 열린 채였고, 한쪽 구석에 우리의 일용할 양식이 보였다. 우리는 오페라 가수라도 되는 양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쳤다. - P207

인연이란 참으로 기이하다. 어떨 때는 인연이 꼬리를 물고나타나기도 한다. 아일랜드와의 인연이 그랬다. 시작은 아일랜드 신부님이었다. - P210

"Redbreast for you."
그는 가볍게 나를 안고 나서 내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Meeting you was the greatest delight of my life." - P217

나의 춤바람은 그날로 막을 내렸다. - P223

젠장, 자의식 따위, 개나 주라지! - P224

"아버님께 꼭 잘 지낸다고 전해달라, 신신당부하셨습네다." -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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