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에서는 현재와 과거, 사례와 형식, 자유의지와 결정론, 세속적 확장과 종교적 축소 사이에서 늘 투쟁이 벌어진다. 그래서 ‘작가적 지성authorial omniscience‘의 역할에 대한 논쟁이 복잡한 역사를 갖게 된 것이다. 작가의 시점을 두고 생기는불안은 부분적으로는 신학적인 것이며 신학적 논쟁처럼 미해결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 P57

프리츠는 그 집에 방문했다가 열두 살 소녀 조피폰 퀸을 만난다. 모든 면에서 조피는 지극히 평범한 열두 살 소녀이지만 열정에 사로잡힌 프리츠는 단 십오분 만에 자신은 조피와 결혼할 것이며
"조피는 나의 심장의 심장"이고 "나의 수호천사"라고 결정해버린다. - P62

피츠제럴드는 매우 실용적인 작가로, 디테일과구체성에 집중하면서 감상에 빠지지 않고 모호한 아이러니를 선호하며 묘사 장면은 짧고 유쾌하고 정확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인간의 심연을 열어서 보여주는 뮤리얼 스파크의 능력도 갖고 있다. - P63

소설은 여러 가지 놀라운 재주를 활용하여 우리로 하여금 이 삽입구에 지나지 않은 인간의 삶을자유자재로 확장했다가 축소할 수 있게 한다. - P67

한 인간의 삶은 사건의 집합으로 구성되며, 그중마지막 사건이 전체 의미를 바꿀 수 있다. 마지막사건이 이전 사건보다 더 중요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삶에 포함되어버리면 사건은 시간 순서가 아니라 내적 구조에 따라 재배열되고, 이로써 전체 의미가 달라져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17 - P69

이 이야기에는 우리의 심장을 파고드는 결정적인 문장 두 개가 있다. "그 사건을 이야기하는 데그토록 짧은 시간이 걸렸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날의 입맞춤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밤을 새도 모자랄것 같았기 때문이다." - P77

나의 기억은 언제나 빵이 발효되듯이 부풀어오르는데, 일 분의 순간이 십 분의 몽상으로 피어오르곤 한다. 이주 역시 나름의 어려움을 더한다.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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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찬 바람은 부처의 뼈를 시리게 하고여섯 시각 하늘 풍류는 향로에서 피어나는구나 - P11

향로에 향을 다시 피우고 의연히 도단(團))에 앉아 정신을 가다듬어 염주를 고르며 일천 부처를 염송하였다. 홀연 창밖에서 동자가 부르되, - P17

산파가 축하하며 왈,
"아기 울음소리 크니 작은 낭군이로소이다." - P23

양생이 감탄하여 말하되
‘소거의 밝은 소견과 정다운 뜻은 소생이 미칠 바 아니로소이다" - P33

도사가 웃고 말하되,
"인간 부귀를 그대 면하지 못하리니 어찌 능히 노부를 따라암혈(巖)에 깃들리오? 하물며 나중에 돌아갈 곳이 있으니나의 무리 아니라. 비록 그렇지만 은근한 뜻을 저버리지는 못하리라"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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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 그렇게 믿는다면 소설을 어떻게 읽을 수 있겠는가. 나는 왜 그 생각에 반감을 갖는지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본능적으로 우리 부모님의 눈과도 같은 예수의 감시는 거부하면서도 예수의 관찰 능력만은 마음껏 허용하기로 했다. 여자를 보고 음욕을 품은 자마다이미 간음하였다는 주장은 우리를 충격에 빠뜨리는데, 다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 P47

물론 소설은 허구의 세계이기에 소설의 자유발언 허가증은 세상의 허가증보다 획득하기가 더쉬워 보인다. 소설은 수집할 수 없는 데이터에 대한멈추지 않는 실험이다. 내가 소설을 사랑해왔고 지금도 사랑하는 이유는 종교적인 텍스트와 근접하면서도 최종적으로 다르다는 점이었다. 소설에서의진실은 언제나 믿음의 문제이고 그것을 검증하고확인하는 것은 독자에게 달렸다 - P45

소설은 이처럼 세속적 태도를 취함으로써 자신의 등장인물들이 영원히 살기를 바란다. 소설은자기 인물이 언젠가 반드시 죽어야 한다는 사실을이해하지 못한다. - P51

나는 그 추도식에서 죽음이야말로 우리의 삶을 똑바로 직시할 수 있는 무서운 특권을 준다는생각에 사로잡혀버렸다. 장례식이라든가 부고 한줄은 마음 한구석을 불편하게 하는 특권이 머무는 예배당이며 소설이란 그 환대하는 예배의 세속적 버전을 가장 강력한 방식으로 제공하는 문문학 장르였던 것이다.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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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급의 소설가들이 소란과 허세 없이 이 일을해낼 때 소설은 인간의 내면성에 대한 최선의 존중에 도달한다. - P17

"들어보세요, 이제 당신을 위해 내가 피아노를 연주할 테니." - P26

문학, 특히 소설은 이러한 은폐와 거짓의 습관에서 잠시 벗어나 숨 쉴 틈을 허락해주었는데, 부분적으로 소설은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은유적 버전이라 할 수 있었고 책이라는 세계는 의미 있는 진실을 보호하기 위해 거짓말(혹은 픽션)을 사용하는 곳이었다. - P39

소설이란 꼭 그렇지는 않음의게임이 벌어지는 세계이며 완전히 믿지는 않음not-quite-belief의 장소이다. 종교에서는 위험이 되는바로 그것이 소설에서는 근본 구조가 된다.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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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총총한 하늘이 갈 수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들의 지도인 시대. 별빛이 그 길들을 훤히 밝혀 주는 시대는복되도다. - P332

그러나 2016년, 21세기 초반의 우리들은 어떠한가. 이제는 아무도 작가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 말고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그리고 이것이 내게는 문학의 죽음이 아니라 작가의 죽음이요, 인간의 죽음이라는 소리로 들린다. - P335

우리는 플롯 아닌 플롯만 있거나 아예 플롯이없는 이야기에 홀려 21세기의 미아가 되어선 안 된다. 우리는 우리의 삶과 예술의 플롯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 이어두운 세계의 빛나는 작법을 끝까지 수련하고 사수하여야 한다. 아무도 나 대신 죽어 주지 못하는 사실이 아무도 나 대신 살아주지 못한다는 사실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게 바로인생이기 때문이다. 어둠은, 삶으로 규명하면 밝아진다. - P336

이론은 이치라는 분자의 분모이다. 이론이 이치를 나눈결과가 클수록 그것은 곧 이론의 값어치가 된다. 이치를 지키지 않는 이론은 더러운 당쟁이 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지식과 지성이 미개한 사회일수록 이론은 미신과 미숙함 그사이에 서 있거나 그 둘 다이기 마련이고, 지금 우리는 그것이 우리 사회와 국가의 모습이 아니라고 주장할 자신이 없다. - P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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