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에 좋은 음악이 들려온다) - P96

쩍 하고 얼음이 깨지는 소리 - P81

"저기요. 죽지 마세요‘ - P77

그리하여 사람의 마음이 깊어가는 가을 - P67

깨어도 꿈결 속아도 꿈결꿈이 아니라는 것이 정말 큰 문제입니다 - P67

돌들이 구르는 정원에서 - P128

그걸 사랑이라 칠 수는 없겠지요하지만 그러지 못할 것도 없겠습니다 - P109

눈이 아주 푹신해서 그릇이 깨지지 않았다 - P105

(음악소리가 점점 커진다 음악은 교실에 오기 전부터 들려오고 있었다) - P97

겨울의 빛은 손대면 깨질 것만 같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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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보다는 표정이나 분위기, 실루엣이 더 오래 기억에남는 사람이 있습니다. 기하 형이 제겐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 P53

형 쓸데없이 귀찮게 하지마라. 거기까지 따라가주는것도 감사한 기라. - P56

비정에는 금세 익숙해졌지만, 다정에는 좀체 그럴 수없었습니다. 홀연히 나타났다가 손을 대면 스러지는 신기루처럼 한순간에 증발해버릴까, 멀어져버릴까 언제나 주춤. 가까이 다가설 수 없었습니다. - P58

촌시럽게 이러면 안 되는데 대학 구경 가는 게 처음이라………… 기하 아버지 내 안 이상하지요? - P65

그게 불편해요. 가족도 아닌데 가족인 척하며 사는 게.
딱 딱. 아슬아슬하게 이어지던 대화가 끊겼습니다. 어머니가 형의 손을 슬며시 잡았습니다. - P73

어떤 울음은 그저희석일 뿐이라는 것을 저는 그때처음 알았습니다. 비워내는 것이 아니라 슬픔의 농도를묽게 만들 뿐이라는 것을요. - P74

돌아가고 싶은 순간. 그 물음에 왜 중국냉면이 생각났던 것일까요. 입안에 감돌던 독특하지만 시원한 식감, 땅콩 소스의 묵직하고도 복잡다단한 맛. 새아버지와 처음만난 중식당의 생경하면서도 포근한 공기. 자기 몫의 땅콩 소스를 덜어 나의 그릇에 듬뿍 얹어주던 기하 형. - P87

재하반점. 식당의 간판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확대하다 나는 그곳의 주소를 메모지에 옮겨 적었다. - P98

이거 보고 일부러 찾아오신 거예요?
재하가 물었다. 서둘러 말을 지어냈다.
아니, 이 근처에 외근이 있어서 겸사겸사. - P101

한참 만에 재하가 오목한 면기 하나를 들고 주방에서나왔다. 갖가지 고명을 올린 중국 냉면이 한그릇 가득 담겨 있었다. 그애는 나무젓가락 한쌍을 가지런하게 쪼개내밀었다.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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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사였던 아버지는 여름마다 내 사진을 찍어 사진관쇼윈도에 걸어두었다. 그건 아버지에겐 일종의 연례행사와 같아 나는 한해도 빠짐없이 카메라 앞에 서야 했다. 도복을 입고 품새를 선보이는 사진이나 커튼 머리에 브릿지를 넣은 촌스러운 사진, 돌잡이 사진 나의 성장기가 그곳에 다 전시되어 있었다. - P8

그런 것도 뭐 찍어줄 사람이 있어야 찍는다 아입니까. - P10

이래 입히노이 꼭 아삼륙 같네. - P18

얼굴에도 잡티나 주름이 군데군데 남아 있었다. 허술하고 흠 잡을 부분이 많았으나 재하 얼굴의 흉터만큼은유달리 신경 쓴 것처럼 말끔히 지워져 있었다. - P21

사랑받지 못해 그카나, 주는 것도 이래 어렵다. - P30

글제. 날이 더븐데 눈치도 없이…………그때 그녀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들. 무안함과 서운함을애써 감추고 공연히 손부채를 부치며 덥네, 날이 참 덥다,
하던 모습을 나는 지금도 기억한다. - P37

재하 모자가 두고 간 약간의 짐을 정리하고, 재하 어머니가 담가둔 장아찌를 처리하고, 사진관 쇼윈도에 걸린가족사진을 떼어내는 것으로 그들과의 사년은 정리되었다. 간단하고 허탈한 이별.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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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되는 과정은(또는 되지 않는 과정은) 아주 단순하게는 3막 구조를 가진다. 1. 환상에 빠지고 2. 환상이 깨지고 3. 환상을 만든다. - P103

피고는 누구의 허락을 받고 시인으로 활동하는가?
없다. 나를 인간으로 허락해준 이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 P105

나는 움직이지 않는다. 두 허벅지가얼음처럼 차다.
푸른 혈관이대리석처럼 도드라진다. - P106

브로드스키 주변의 젊은 비순응주의자들은 마치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처럼 보였다. 브로드스키는전례 없는 행위의 모델을 창조했다. 그는 프롤레타리아 국가가 아니라 자기 영혼의 수도원에서 살았다. 그는 체제와 싸우지 않았다. 그는 그저 체제를 인지하지않았을 뿐이다. 그는 정말로 그것의 존재를 제대로 몰랐다. 소비에트 삶의 영역 내에서 그의 지식 부족은 꾸며낸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 예를 들어 그는 제르진스키가 아직 살아 있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코민테른이 음악 그룹 이름이라고 믿었다. 그는 중앙위원회 정치국 구성원을 알아보지 못했다. - P109

다행히 나와 친구의 걱정은 쓸데없는 것으로 판명났다. 친구의 멘토인 연극치료사에 의하면 경외의 감정이 없는 것은 오만함이나 거만함보다는 공허함과 가깝다. 그것은 내가 세상에서 제일 잘났다는 감정이 아니라 세계에 의미를 둘 가치 있는 것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상태에 가까웠다. - P115

4 작가주의는 낡은 시네필리아의 주춧돌이었다.
작가라는 위치를 차지함으로써(트뤼포가 그랬듯이), 한작가의 최고 졸작이 작가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의 최고 걸작보다 근본적으로 더 흥미를 끌었다. 작가주의는 교묘한 메커니즘이 되어서 한정된 영화창작자들,
주로 남성 창작자들에 관한 담론을 끊임없이 증식시켰다. 다시 말해, 작가주의는 쩍벌남들의 기관이었다. - P131

새로운 시네필리아는 남성 병리학에 관한 시네마에 자신을 계속해서 굴복시킬 아무런욕망을 느끼지 않는다. - P134

시네필리아와 동행하고, 같이 움직이고 같이 나아가는 그 순간에 접촉하는 것. 영화에 대한 우리의 사랑이 얼마나 열정적이고 격정적이든 간에, 세계는 영화보다 더 거대하고 어마어마하게 중요하다. - P136

. <피너츠〉에 나온 샐리 브라운의 명언이 떠오른다. "누군가를 싫어하는 이유를 물어보는건 괜찮지만, 누군가를 좋아하는 이유를 물어보는 건안 돼. 왜냐하면 그게 더 어려우니까."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걸 말하는 걸 어려워하는 건 정말 그게 더 어려워서는 아니다. 나는 단지 작품 안으로 들어가 이 작품이 내적으로 얼마나 훌륭한지 증명해 보이는 것에 아무런 취미를 가질 수가 없다. -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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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내리다 말다 하고 눈내리는 거리를 생각하며 어딘가 있을 두 개의 가게를생각한다. 정말로 화재로 타버렸을 고깃집과 저 너머로 이전한 불고깃집을 생각하고 왜인지 자신도 모르게 거짓말을 해버린 중년 남자를 생각하고 무슨 말인가를 지어낸 동네 주민을 생각하고 우리는 어디서 만나나 이전에 만난 그 길 위에서 만나는 것인가. 얼른먹어 타고 있어. 우리는 아주 많이 먹었다. - P28

세 마리의 닭은 여기저기 날아다니며 내 머리카락과 소매의 냄새를 맡았다. 소매를 부리로 콕콕 쪼았다.
어떻게 날아다닐 수 있는 걸까? 김에서 나와서 가벼운걸까? - P30

그것은 다른 사람이 먹었다. 기회가 갔어. 너가 먹을수도 있겠지 나중에. - P31

모든 고기 먹으러 가는 길은 어떤 사람을 만날지 누구의 말을 듣게 될지 모릅니다. 하지만 정신을 바짝 차리고 모든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고 고깃집을 쉽게 찾고 맛있는 고기를 금방 먹게 될까요? 고기를 먹는 일이 쉬운 일일까요? 맛있는 것을 배부르게 먹는 것은언제 가능한 일일까요? - P33

그날 금이 했던 말 중 하나는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 왜냐면 기록해두었기 때문이다. - P39

"저는 정말 개가 되고 싶어요."
"개를 키우고 싶어요" - P41

자서 동면에 들어가거나 동면 기간을 짧게 설정했다.
가이드는 동면자를 잘 살펴봐주면 되었다. 해야 할 일은 많지 않지만 신뢰가 가능한 사람에게만 맡길 수 있는 일이었다. - P72

"뭔가 굉장히 좋은 꿈을 꾸면 좋을 거 같애."
"치아교정 마스터가 된다든가?"
"교정왕." - P85

1월 1일 1일 차동면을 시작했다. - P85

선생님을 배웅하며 왠지 허은의 일기가 생각났다.
거기에 그런 말이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과학자 같은 말이었는데, 나는 새롭게 시작하는 것들에 늘 관심이 있고 그것을 정확하게 받아들이고 싶다. 동면을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같은 말이었다.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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