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는 표정이나 분위기, 실루엣이 더 오래 기억에남는 사람이 있습니다. 기하 형이 제겐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 P53

형 쓸데없이 귀찮게 하지마라. 거기까지 따라가주는것도 감사한 기라. - P56

비정에는 금세 익숙해졌지만, 다정에는 좀체 그럴 수없었습니다. 홀연히 나타났다가 손을 대면 스러지는 신기루처럼 한순간에 증발해버릴까, 멀어져버릴까 언제나 주춤. 가까이 다가설 수 없었습니다. - P58

촌시럽게 이러면 안 되는데 대학 구경 가는 게 처음이라………… 기하 아버지 내 안 이상하지요? - P65

그게 불편해요. 가족도 아닌데 가족인 척하며 사는 게.
딱 딱. 아슬아슬하게 이어지던 대화가 끊겼습니다. 어머니가 형의 손을 슬며시 잡았습니다. - P73

어떤 울음은 그저희석일 뿐이라는 것을 저는 그때처음 알았습니다. 비워내는 것이 아니라 슬픔의 농도를묽게 만들 뿐이라는 것을요. - P74

돌아가고 싶은 순간. 그 물음에 왜 중국냉면이 생각났던 것일까요. 입안에 감돌던 독특하지만 시원한 식감, 땅콩 소스의 묵직하고도 복잡다단한 맛. 새아버지와 처음만난 중식당의 생경하면서도 포근한 공기. 자기 몫의 땅콩 소스를 덜어 나의 그릇에 듬뿍 얹어주던 기하 형. - P87

재하반점. 식당의 간판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확대하다 나는 그곳의 주소를 메모지에 옮겨 적었다. - P98

이거 보고 일부러 찾아오신 거예요?
재하가 물었다. 서둘러 말을 지어냈다.
아니, 이 근처에 외근이 있어서 겸사겸사. - P101

한참 만에 재하가 오목한 면기 하나를 들고 주방에서나왔다. 갖가지 고명을 올린 중국 냉면이 한그릇 가득 담겨 있었다. 그애는 나무젓가락 한쌍을 가지런하게 쪼개내밀었다.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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