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사였던 아버지는 여름마다 내 사진을 찍어 사진관쇼윈도에 걸어두었다. 그건 아버지에겐 일종의 연례행사와 같아 나는 한해도 빠짐없이 카메라 앞에 서야 했다. 도복을 입고 품새를 선보이는 사진이나 커튼 머리에 브릿지를 넣은 촌스러운 사진, 돌잡이 사진 나의 성장기가 그곳에 다 전시되어 있었다. - P8
그런 것도 뭐 찍어줄 사람이 있어야 찍는다 아입니까. - P10
얼굴에도 잡티나 주름이 군데군데 남아 있었다. 허술하고 흠 잡을 부분이 많았으나 재하 얼굴의 흉터만큼은유달리 신경 쓴 것처럼 말끔히 지워져 있었다. - P21
사랑받지 못해 그카나, 주는 것도 이래 어렵다. - P30
글제. 날이 더븐데 눈치도 없이…………그때 그녀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들. 무안함과 서운함을애써 감추고 공연히 손부채를 부치며 덥네, 날이 참 덥다, 하던 모습을 나는 지금도 기억한다. - P37
재하 모자가 두고 간 약간의 짐을 정리하고, 재하 어머니가 담가둔 장아찌를 처리하고, 사진관 쇼윈도에 걸린가족사진을 떼어내는 것으로 그들과의 사년은 정리되었다. 간단하고 허탈한 이별. - P4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