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덤이 아니야.
그때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선택지는 분명해졌다. 덤이 되거나, 아무것도 못 되거나. 그걸선택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 P241

그럼 역도는 뭐. - P253

바벨을 마지막으로 잡은 건 졸업식을 앞둔 겨울방학의 어느날이었다. 눈 내리는 오후. 부드럽지만 미약한 빛이 아무도 없느 역도장에 스며들어 있었다. - 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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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는 것이다실은 약수라는 말을 믿었다시간의 효험으로도 소용없는 날들이었다 - P31

나의 두 발은 약수 없는 시간으로 간다버린 그대로 있다 고스란히 - P31

하지만 당근은 보고 있었네. 나의 눈빛. 번뜩이며 나를 가르고 간 것. - P34

그때 알았네한 사람을 구하는 일은한 사람 안에 포개진 두 사람을 구하는 일이라는 거계속 계속 우산을 사는 사람은 지킬 것이 많은 사람이라는거 - P38

저녁이 나를 찾아내주기를 기다려.
매 순간 불타고 있다고 외쳤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네. - P45

듣고 싶었을 말을 들려주려고 나무를 보러 갔다나무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기 시작한다 - P55

멀리서 보기만 할 생각이었는데 겪고 있다잎이 떨어지는 순간마다 귀가 아프다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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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먹으라고 좀 챙겨왔어. 집에서 만들어놨다가얼려둔 거야. - P132

선물이선물일 수 있도록, 타자의 슬픔보다 기쁨을 상상하는 것이내가 아는 존중과 배려였다. - P135

그러고도 혹여 네게 힘이 남아 있다면 가만히 눈을 감고 빗속에서 너를 위해 기도하는 사람이 있음을 믿어라.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니시가즈토모 「겨울」 부분, 「우리 등 뒤의 천사』,
한성례 옮김, 도서출판 황금알 2015, 47~48면. - P137

검은 털빛에 번뜩 떠오른 이름이었다. 보통 사랑을 많이 받는 유명한 배우에게 붙여지는 이름. 하지만 까메오는극에 아주 잠깐 출연했다 사라진다는 사실을 떠올리지는못했다.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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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삶은 정지하고, 나의 세계도 끝이 난다. 누구도시간을 피해갈 수 없다. 영화는 시간에 저항한다. - P25

그의 페르소나라고 할 수 있는 에단 호크도 흥미로운 인터뷰를 했다. "대부분의 감독들은 모니터 뒤에 숨어서 빛이라든지 프레임에 관해 이야기하길 좋아한다. 고개를 약간만돌리면 조명이 멋지게 떨어질 것 같다는 식의 말을 리처드가 듣는다면 ‘지금 뭐해요? 광고 찍어요? 우리는 지금 이 사람을 찍고 있는 거예요‘라며 코웃음을 칠 거다." 요컨대 링클레이터의 관심사는 사람이었고 그의 서사 방식은 극중 등장인물이 어떻게 지금 내 옆에 함께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게 만들까에 매진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링클레이터가영화의 리얼리티에 대해 사유하는 방식과 관련이 있다. - P31

사유의 시작이 되는 영화가 있다<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 P39

대만 뉴웨이브를 대표하는 감독 중 하나인 에드워드 양의 화두는 현대 대만인의 삶을 영화로 빚어내는 일이었다.
영화는 애매한 물건이다. 표현주의와 사실주의, 오락과 예술, 이야기와 현실 사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어 하고대부분의 경우 둘 다 놓친다. 영화가 현실에 대응하는 방법은 스스로 한계를 인지하고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 정도다. - P40

싶을 정도로 말은 내내 겉돈다. 그렇다면 방법은 의외로 간단할지도 모른다. 최대한 많은 말을 채워 넣고 난 뒤, 그럼에도 여전히 빈칸이 남아있다고 느낀다면 그 공백이야말로 말이 차마 건드리지 못했던 진심의 영역에 가깝지 않을까. - P50

문이 열려있어야 우연도 시작된다. 이야기의 개연성은 과대평가 됐다. 그것은 닫힌 세계에서나 완벽하게 작동한다. 개연성이 있는지보다 중요한 건 그걸 어디서어떻게 확보했는지다. 하마구치 류스케는 문을 열어둔 채로우연의 순간들이 이야기를 향하도록 기다린다. - P57

얼룩이 번져 사랑이 되었습니다 - P62

얼룩은 다른 영화로도 번져나간다. 우리는 모두 사랑의깃발 아래 무언가를 탐닉한다. 줄곧 얼룩에 대해 말했지만그렇다고 얼룩이 곧 사랑의 대체어가 되는 건 아니다. 사랑이 일종의 상태라면 얼룩은 이에 이르는 과정에 남겨진 흔적들의 총합이다. 사랑이라는 점에 도달하기까지의 선, 어쩌면 남겨진 껍데기일지도 모른다. - P68

‘영화가 누구에게 말을 거는가‘라는 질문은 ‘시네마란 무엇인가‘라는 명제와 곧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 P77

가장 냉혹한 것은 또박또박 흘러가는 시간이다 - P76

. 이것은 비단 공간의 외화면에 국한되지 않고 시간의외화면, 나아가 관객을 향한 빈자리로 확장된다. 가령 두 인물이 대화할 때 단 몇 초의 침묵이 영화 전체의 상태를 끌고갈 수 있다. 어쩌면 영화는 그 침묵의 순간을 물질적으로 재현하기 위해 존재한다. 영화의 매혹은 침묵의 빈자리, 쓸모없는 시간, 사이의 공간을 발생시키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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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소에서 고속도로로 진입해 속력을 높일 때였다. 조수석에서 근육질이 말했다.
"소시지가 없어." - P209

시침과 분침은 엇갈린 채 지난밤의 한 지점을 가리키고 있었다. 움직임이 없는 초침. 가만히 늘어진 시계추. 또군, 또야.
근래에는 숙박객이 도무지 없었으므로 긴장이 사라진 탓이라자책하며 그는 시계의 유리문을 열고 태엽 열쇠를 꺼냈다. - P212

어디서부터 걸어왔는지 낡은 검은색 패딩 점퍼에 눈송이들이 축축이 달라붙어 있었다. 구부정한 자세였지만 키는 컸고,
팔다리까지 길어서 어쩐지 사마귀를 연상시켰다. 목까지 여민 점퍼 위로 삐죽 솟은 얼굴에는 주름이 가득했다. - P217

"솔직히 여관은 좀 그래."
부족한 게 많았을 텐데도 내색 않고 자라준 아이였다. 저애의 똑똑함은 이 벽지에서는 귀하다고, 저 동그란 머리 안에는제 엄마로부터 물려받은 작고 빛나는 무언가가 있다고 그는자주 느꼈다. - P219

모래에 반쯤 파묻힌 불가사리. 빗물이 흘러내리는 유리창으로보이는 바다. 깊은 밤 가로등 아래에 앉은 새. 옥상에서 스티로폼 상자에 담아 키우는 채소들. 해변을 오가는 헐벗고 분방한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게 무엇인지 알기 어려웠다. - P222

사마귀가 유리 위 글자를 가리켰다.
"축결혼." - P227

돌아보면 우스운 일이 있었고 울적한 일이 있었다. 정말 있었을까 싶은 일과 정말 없었을까 싶은 일, 이제는 물어볼 사람이 없는 일이 있었다. - P230

높다란 파도들이 정연한 주름을 이루며 밀려오고 있었다.
두 사람은 파도를 향해 성큼성큼 걷기 시작했다. - P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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