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게소에서 고속도로로 진입해 속력을 높일 때였다. 조수석에서 근육질이 말했다.
"소시지가 없어." - P209

시침과 분침은 엇갈린 채 지난밤의 한 지점을 가리키고 있었다. 움직임이 없는 초침. 가만히 늘어진 시계추. 또군, 또야.
근래에는 숙박객이 도무지 없었으므로 긴장이 사라진 탓이라자책하며 그는 시계의 유리문을 열고 태엽 열쇠를 꺼냈다. - P212

어디서부터 걸어왔는지 낡은 검은색 패딩 점퍼에 눈송이들이 축축이 달라붙어 있었다. 구부정한 자세였지만 키는 컸고,
팔다리까지 길어서 어쩐지 사마귀를 연상시켰다. 목까지 여민 점퍼 위로 삐죽 솟은 얼굴에는 주름이 가득했다. - P217

"솔직히 여관은 좀 그래."
부족한 게 많았을 텐데도 내색 않고 자라준 아이였다. 저애의 똑똑함은 이 벽지에서는 귀하다고, 저 동그란 머리 안에는제 엄마로부터 물려받은 작고 빛나는 무언가가 있다고 그는자주 느꼈다. - P219

모래에 반쯤 파묻힌 불가사리. 빗물이 흘러내리는 유리창으로보이는 바다. 깊은 밤 가로등 아래에 앉은 새. 옥상에서 스티로폼 상자에 담아 키우는 채소들. 해변을 오가는 헐벗고 분방한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게 무엇인지 알기 어려웠다. - P222

사마귀가 유리 위 글자를 가리켰다.
"축결혼." - P227

돌아보면 우스운 일이 있었고 울적한 일이 있었다. 정말 있었을까 싶은 일과 정말 없었을까 싶은 일, 이제는 물어볼 사람이 없는 일이 있었다. - P230

높다란 파도들이 정연한 주름을 이루며 밀려오고 있었다.
두 사람은 파도를 향해 성큼성큼 걷기 시작했다. - P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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