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밤 산가에 일어나 앉아 말이 없네山堂靜夜坐無言쓸쓸하고 적막한 것이 본래 자연의 모습이러니寥寥寂寂本自然 - P49

그 후부터는 가끔 어머니 생각이 났다. 길을 가다 객주집에 들러 피곤한 다리를 쉬일 때 그집 안 부엌에서 나오는 저녁 짓는 그릇소리에도 문득 ‘내집‘과 ‘내어머니‘
가 그립곤 했다. - P53

서점에서 나는 늘 급진파다. 우선 소유하고 본다. 정류장에 나와 포장지를 끄르고 전차에 올라 첫페이지를 읽어보는 맛, 전찻길이 멀수록 복되다. 집에 갖다 한번 그들 사이에 던져버리는 날은 그제는 잠이나 오지 않는 날밤에야 그의 존재를 깨닫는 심히 박정한 주인이 된다. - P61

작가의 욕심으로는, 평론가는첫째 창작에 다소 경험자일 것둘째 인생관에 남의 것도 존중하는 신사일 것셋째 개념보다는 감성에 천재이기를 바라는 것이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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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이렇게 평화로울 수도 있구나.‘
정현은 새로이 맞이한 심플하고 호젓한 삶에 서서히 적응해나갔다. 인생에는 그리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았다.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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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엄마한테 전화 왔어."
나른한 총무 언니 목소리에 그제야 입 밖으로 바람이비어져 나왔다. - P65

속사정을 알 리 없는 엄마는, 동네 아줌마들 앞에서 자주 재능을 입에 올렸다. 애가 재능이 있어서 미술을 하는데 돈 한 푼이 안 든다고. 그렇게 내가 내뱉었던 말을 엄마 목소리로 들을 때면 누구의 것이든, 재능을 훔쳐다가성적표처럼 수정해서 엄마에게 주고 싶었다. - P85

"진짜 좋은 연기였어. 너 재능 있어. 연기 쪽으로 가봐."
아마도 별 뜻 없이 내뱉었을 선배의 그 말은 나에게 커다란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재능의 부재는 가슴 언저리에 구멍을 만들었고 나는 선명하게 그 구멍을 느껴왔다.
바로 그곳에 선배의 말이 박혀버렸다. 어쩌면 진짜 연기에 재능이 있을지도 몰라. 공부도 미술도 아니었지만, 연기라면 가능할지도 몰라. - P88

"애 가진 거 아니면 담에 얘기하면 안 되겠니? 오늘 좀피곤하다." - P99

"경기도 지안시 금영구에 있는 금영산에서 대단지 아파트 공사를 하던 중에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입니다. 큰 공사가 전면 중단되었는데요, 현장 소식을 들어보겠습니다. 김수아 기자, 상황이 어떤가요?" - P109

"차긴 또 왜 이렇게 차? 평소에 마사지라도 하면서 좀풀어줘, 순환이 영 안되네." - P127

"너는 양심이라는 게 아예 없구나?"
나는 양심이 없는게 아니라 재능이 있는 거야,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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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그는 산에만 있지 않았다. 평지에도 도시에도 얼마든지 있었다. 나를 가끔 외롭게 하고 슬프게 하고 힘들게하는 모든 것은 일종의 산이었다. - P22

그가 있는 재주를 다 내어 기른 그 사층나무 오층나무의 석류보다도 나의 눈엔 오히려 한편 구석 응달 밑에서주인의 일고지혜-顧之惠도 없이 되는 대로 성큼성큼 자라나는 봉선화 몇 떨기가 더 몇 배 아름답게 보이기 때문이다. - P25

"바다? 바다!"는 것하고 그윽이 눈을 감았다. 그 소년의 감은 눈은 세상에서넓고 크기로 제일 가는 것을 상상해 보는 듯하였다. - P36

어느 자리에서 시인 지용은 말하기를 바다도 조선말 ‘바다‘가 제일이라 하였다. ‘우미 3‘니 ‘씨Sea‘ 니보다는 ‘바다‘가 훨씬 큰 것, 넓은 것을 가리키는 맛이나는데, 그 까닭은 ‘바‘나 ‘다‘가 모두 경탄음인 ‘아‘이기 때문, 즉 ‘아아‘ 이기 때문이라 하였다. 동감이다. ‘우미‘라거나 ‘씨‘라면 바다 전체보다 바다에 뜬 섬 하나나배 하나를 가리키는 말쯤밖에 안 들리나 ‘바다‘ 라면 바다 전체뿐 아니라 바다를 덮은 하늘까지라도 총칭하는말같이 크고 둥글고 넓게 울리는 소리다. - P37

멀리 떨어지는 석양은 성머리에 닿아선 불처럼 붉다. - P42

가을꽃들은 아지랑이와 새소리를 모른다. 찬 달빛과늙은 벌레 소리에 피고 지는 것이 그들의 슬픔이요 또한명예이다. - P45

아내의 숨소리, 제일 크다. 아기들의 숨소리, 하나는들리지도 않는다. 이들의 숨소리는 모두 다르다. 지금 섬돌 위에 놓여 있을 이들의 세 신발이 모두 다른 것과 같이 이들의 숨소리는 모두 한 가지가 아니다. 모두 다른이 숨소리들을 모두 다를 이들의 발소리들과 같이 지금모두 저대로 다른 세계를 걸음 걷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꿈도 모두 그럴 것이다.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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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속으로 3학년 문제가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나만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테니까. - P46

복도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리둥절한채로 3학년 복도를 지나 2학년 복도로 내려가는데 날카로운 비명이 울려 퍼졌다. 나와 동력기는 서로를 마주 보다가 소리 나는 방향으로 달렸다. 우리 교실 쪽이었다. - P46

과학고 모의고사를 치른 후 며칠간은 얼떨떨한 상태로 지냈다. 내가 겪은 것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다. 내 속에서 이상한 변화들이 초단위로 발생하는 게 생생하게 느껴졌다. 무언가가 번식하는 것도 같고 소멸하는 것도 같은 기괴한 변화였다. 그변화가 미래에 커다란 차이를 만들어낼 거라는 걸, 나는직감했다.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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