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실릴 글을 쓰며 몇 번의 위기가 있었다. 낯설다는 건 눈에 익지 않았다는 의미다. 나는 계속해서 진정으로 낯선 사람들로만 채울 수 있으리라 자신했다. 오해였다. 오판이었다. 오만이었다. 완벽하게 낯선 사람이라는건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낯선 사람도 누군가에게는 익숙한 사람일 수 있다. 그래서 글을 쓰는 중반쯤 나는 결심했다. 그냥 낯설다고 주장해야겠다고 말이다.
어쩔 도리 없다. - P5

어쩌면 이 책은 일종의 안티 위인전에 가까울 것이다. 아이들에게 읽으라고 쉽게 권할 수 있는 책은 역시 아니다. 이런 말을 쓰면 출판사는 싫어하겠지만, 역시, 어쩔 도리 없다. - P8

하나의 책이 한 분야의 미래를 정말로 바꿀 수 있냐고 누가 묻는다면 나는 <안개 속의 고릴라》를 내밀 것이다. 이 책은 최재천 교수의 번역으로 2000년대 중반에 한국에서도 발간됐다. 이 글을 읽으면서 다이앤 포시가 더궁금해진 독자라면 꼭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 P21

우리는 샤넬의 향수를 맡으면서 100년의 역사를 동시에 흡입하는 것이다. - P31

그는 1953년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조향은 작곡과 같습니다. 각각의 요소들이 모여서 명확한 음조를 만들죠. 저는 (향수) 왈츠도 장송곡도 만들수있습니다. 정말 근사한 답변이다. 사실 나는 이 글을 ‘조향사‘라는 직업이 진정한 아티스트 중 하나로서 더 널리 평가받기를 원하는 마음으로 쓰고 있다. 향을 만드는 건 정말이지 예술가의 작업이다. -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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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와 새벽 말들의 흐름 9
윤경희 지음 / 시간의흐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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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모이 주는 이야기에 이렇게까지 홀릴 일인가 나는 그 장면들이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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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애쓴 만큼 맛이 좋네요. 누가 뭐래도 저는 시간의 힘을 믿어요. - P148

이렇게 또 관형사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그산그 사람 그개라는 소설 제목처럼, 지시관형사가 붙는 순간 존재는 다른 차원으로 도약한다. 인간이 살기 위해 많은 게 필요한 것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어깨를 부딪치며 지나가는 수많은사람 중 ‘그 사람‘ 하나만 있으면 인간은 살 수 있다. 견딜수 있다. 지난 오 년간 이곳에서 내가 한 일도 그것이었구나싶다. 그 동네를 이 동네로, 그 마음을 이 마음으로 만드는일. 이제 다시 저 동네를 이 동네로, 저 마음을 이 마음으로만들어야 하리라. - P151

나의 시는 그 사이 어디쯤에서 깨진 무릎. 거기 있는 줄도몰랐던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졌다는 증거. 어디가 얼마나 아픈지를 보여주는 지표. 어쨌든 무릎이 깨졌다는 건 사랑했다는 뜻이다. - P157

나는 그 자원봉사자에게서 시의 마음을 봤다. 시는 먹을것을 제공해 즉각적으로 배고픔을 달래줄 수 없고 생활의 편의를 제공하는 데에도 쓸모없지만 지금 당신이 어디에 있는지는 알려줄 수 있다. 당신 지금 아프군요. 당신은 상실의 한가운데 들어와 있어요. 이곳은 모든 것을 얼리는 냉동창고이니 이곳에서 잠들면 안돼요. 당신 입술이 파래지고 있어요. - P160

문제는 옮길 수 없는 것을 옮겨야 할 때다. 나를 지나 당신에게로 무언가를 옮겨야 할 때. 이 경우는 당신이 살아 있든 없든 똑같이 어렵다. 이 옮겨냄은 단순하지 않다. 눈앞에당신이 있다고 해서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눈앞에 당신이없다고 해서 줄 수 없는 것도 아니다. - P165

어느 날 나는 이런 문장을 적었다. "저렇게 큰 산을 어떻게옮기냐고요/네, 산은 옮길 수 없으니 산이지요/하지만 내안에서 당신이 솟아올랐으므로/나는 높습니다" (「청혼」) 깃털은 여전히 청동의 산꼭대기에 놓여 있지만 나는 이 문장을씀으로써 깃털의 옮겨짐에 상응하는 높이를 얻었다. 나는 그것을 깃털, 즉사랑의 옮겨냄이라고 믿고 있다. - P167

자신이 음악에서 추구하는 바는 보편적인 의미의 ‘완벽‘과는 다르다고 이야기하면서 다른 사람의 연주에서 가장 듣고 싶은 것은 "호기심, 사랑, 유머, 상상력, 열린 마음"이라고 말합니다. 나열된 다섯 가지 항목을 곰곰이들여다보니 모두 제가 필요로 하고 얻고자 노력하는 것들입니다. - P170

햇살 속에 오래 서 있고 싶은 가을이다.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만큼은 창밖을 한 번도 보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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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序나무는 서 있는데 나무의 그림자가 떨고 있었다예감과 혼란 속에서 그랬다2012년 겨울황인찬

말린 과일에서 향기가 난다 책상 아래에 말린 과일이 있다 책상 아래에서 향기가 난다 - P13

"새는 냄새가 거의 나지 않습니다. 새는 스스로 목욕하므로 일부러 씻길 필요가 없습니다." - P14

내가 어둡다, 말하자네가 It‘s dark, 말한다 - P19

비가 내리고 있었다 도자에서 젖은 꽃이 생기를 내뿜고있었다 그게 너무 생성해서실감이 나질 않았다. - P23

까마귀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이 또 놀랍다10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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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연락이 없던 진화에게서 전화가 왔다. 화면에 뜬 진화의 이름을 보고 기진은 잠시 어리둥절했다. 진화라는 사람을 까맣게 잊고 있던 것처럼, - P117

진화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래
"갑자기 찾아와서 놀라셨죠."
"이 나이쯤 되면 별로 놀랄 일이 없어. - P127

진화의 목소리가 떨렸다. 진화가 잠시 숨을 골랐다.
"아가씨. 얘기 다 끝났어요?" - P127

‘그럼 거주하면 불법이에요?"
"뭐, 굳이 따지자면 그렇지.
"아드님이랑 연락은 언제부터 안 되셨어요?" - P134

"근데 쓰러진 폼이 꼭 자위하려던 거 같지 않아?
진화가 말했다. - P137

오를 때마다 얕고 짧은 열기가 기진에게도 느껴졌다. 달다. 진화가 연기를 뱉으며 말했다. 이제 갈까? 진화가 가방에 담뱃갑을 집어넣고 주머니에서 기진의 차 키를 꺼냈다. 기진이 화장실에 갈때 바닥에 떨어뜨린 것을 주웠다고 했다. 기진은 아무것도 묻지않고 열쇠를 받았다. 진화의 손은 차가웠다. 그들은 아무런 어려움 없이 농장에서 빠져나왔다. - P138

우리 엄마, 뮌하우젠 증후군인지도 몰라.
그게 뭔데? - P155

오근희는 현재 북튜버이며, 방화동 투룸짜리 빌라에서 내가빌려준 보증금으로 살고 있다. 오근희는 상당히 이기적이고 생각이 깊지가 않다. 엄마와 함께 사느니 차라리 머리 깎고 절에 들어가겠다고 해서 나를 매우 열받게 했다. 내가 뭘 기대한 걸까 싶었지만 막상 저항에 부딪히니 견딜 수 없이 화가 났다. - P159

그래도 근희가 관종인 게 다행이야. 관종이 아니었으면 개가어떻게 돈을 벌었겠어.
나는 강하에게 화를 냈다. 내 동생이 다른 일로 돈을 벌 수 없을 거라고 단정짓는 태도가 싫었다. - P167

오근희는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
- 언니, 정말이에요?
이 기집애야, 정말일 리가 없잖아!
이런 사기에 속는 사람은 아메바 오근희뿐일 것이다. - P172

언니, 관종이 되려면 관종으로 불리는 걸 참고 견뎌야 해.
그게얼마나 힘든 일인지 언니는 모르지? 한가지 더 언니가 모르는 게있어. 관종도 직업이 될 수 있다는 거야. 그걸 왜 모를까. 왜겠어언니가 꼰대라서 그런 거지. - P184

-나의 동생 많관부.
나의 동생,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P187

슬픔과 기쁨처럼젊음역시 감정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은 어느시기에는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면 안도감이들고 더 살아볼 만하다는 생각도 든다.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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