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애쓴 만큼 맛이 좋네요. 누가 뭐래도 저는 시간의 힘을 믿어요. - P148
이렇게 또 관형사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그산그 사람 그개라는 소설 제목처럼, 지시관형사가 붙는 순간 존재는 다른 차원으로 도약한다. 인간이 살기 위해 많은 게 필요한 것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어깨를 부딪치며 지나가는 수많은사람 중 ‘그 사람‘ 하나만 있으면 인간은 살 수 있다. 견딜수 있다. 지난 오 년간 이곳에서 내가 한 일도 그것이었구나싶다. 그 동네를 이 동네로, 그 마음을 이 마음으로 만드는일. 이제 다시 저 동네를 이 동네로, 저 마음을 이 마음으로만들어야 하리라. - P151
나의 시는 그 사이 어디쯤에서 깨진 무릎. 거기 있는 줄도몰랐던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졌다는 증거. 어디가 얼마나 아픈지를 보여주는 지표. 어쨌든 무릎이 깨졌다는 건 사랑했다는 뜻이다. - P157
나는 그 자원봉사자에게서 시의 마음을 봤다. 시는 먹을것을 제공해 즉각적으로 배고픔을 달래줄 수 없고 생활의 편의를 제공하는 데에도 쓸모없지만 지금 당신이 어디에 있는지는 알려줄 수 있다. 당신 지금 아프군요. 당신은 상실의 한가운데 들어와 있어요. 이곳은 모든 것을 얼리는 냉동창고이니 이곳에서 잠들면 안돼요. 당신 입술이 파래지고 있어요. - P160
문제는 옮길 수 없는 것을 옮겨야 할 때다. 나를 지나 당신에게로 무언가를 옮겨야 할 때. 이 경우는 당신이 살아 있든 없든 똑같이 어렵다. 이 옮겨냄은 단순하지 않다. 눈앞에당신이 있다고 해서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눈앞에 당신이없다고 해서 줄 수 없는 것도 아니다. - P165
어느 날 나는 이런 문장을 적었다. "저렇게 큰 산을 어떻게옮기냐고요/네, 산은 옮길 수 없으니 산이지요/하지만 내안에서 당신이 솟아올랐으므로/나는 높습니다" (「청혼」) 깃털은 여전히 청동의 산꼭대기에 놓여 있지만 나는 이 문장을씀으로써 깃털의 옮겨짐에 상응하는 높이를 얻었다. 나는 그것을 깃털, 즉사랑의 옮겨냄이라고 믿고 있다. - P167
자신이 음악에서 추구하는 바는 보편적인 의미의 ‘완벽‘과는 다르다고 이야기하면서 다른 사람의 연주에서 가장 듣고 싶은 것은 "호기심, 사랑, 유머, 상상력, 열린 마음"이라고 말합니다. 나열된 다섯 가지 항목을 곰곰이들여다보니 모두 제가 필요로 하고 얻고자 노력하는 것들입니다. - P170
햇살 속에 오래 서 있고 싶은 가을이다.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만큼은 창밖을 한 번도 보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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