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저에게 올려주세요. 사람들은 골칫덩이를 치우기 위해 그녀의 팔에 물건을 쌓기 시작했다.
그러다 그만 재미를 느끼기도 했다. 애들의 생떼에서 시작해 어른들의 쾌락으로 끝나는 젠가 놀이처럼 - P13

"얘들아."
세번째 여자가 두 사람을 불렀다.
"또?"
언니가 말했다.
"진짜 싫어."
동생이 말했다.
"얘들아, 미안한데 나한테 얘네를 올려줘. - P12

세번째 여자에게 정신의 문제는 없었다. 정신과 몸 사이 교신의 문제라면 모를까. 어느 날 세번째 여자는 선언했다. 영원히 일회용 비닐봉지와 용기를 쓰지 않겠다고. ‘되도록‘은 안 된다. 그러기에는 너무 늦었다. 일절 쓰지 말아야 한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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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오고 있다. - P181

어쩌다 내 안에 시의 인자가 날아들어 거북목의 위협을 무릅쓴 책상 붙박이로 살게 된 건지,
몸 쓰는 재능은 처음부터 없었던 건지 (신에게 따져 묻고 싶기도하고. - P183

"응. 동전 몇 푼 받고 동네 애들 태워주는거. 그 목마를 어찌나 정성들여 먼지 한 톨 없이, 광나게 닦고 계시던지." - P191

아, 거기가 내 시의 기원이구나.
나의 작은 목마. - P191

그간 세상 곳곳을 다니며 아름다운 광경을 많이 보아왔기에 이제는 어떤 장면을 마주해도 방탄조끼를 입은 듯 무감했었다. 아름다운 것을 너무 많이 본 자는 불행한 사람이라고까지 생각했다. 그런데 아직 내게 느낄 수 있는 영혼이 남아있다는 것이 나를 기쁘고도 두렵게 했다. 그 마음에 대한 보답이라는 듯 저 멀리 사슴 한 마리가 보였다.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 같은 가는 다리로 성큼성큼 밭을 가로질러 숲으로뛰어가는 사슴을 보면서, 작은 것에도 쉽게 옹졸해지고 미움으로 출렁이던 나 자신을 멀리멀리 떠나보낼 수 있었다. 인간의 의지로 이룰 수 없는 몫이 있음을 인정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 P195

지금 제 앞에는 두 개의 공이 놓여 있습니다. 당신 그리고밤이라는 공. - P199

저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입니다.
그러니 이제 가세요, 당신의 기억으로그곳에서 슬픔을 탕진할 때까지 머무세요. -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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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냥이 맘. 네……"
"쫑끼는 얼마 전에 중성화수술을 하면서 광견병 예방주사도 맞았으니까 광견병에 대해서는 걱정 안 하셔도 될 거예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밤에 몸이 붓거나 하면 연락주세요. 제가 잘 아는 병원이 있어요."
"네." - P153

"직업이 영화감독입니까?"
"네."
"무슨 영화를 만들었는데요?"
"아직까지 만든 건 없습니다. 지금 연출 준비 중입니다." - P167

"그것도 고전이야?"
"고전이라기보다는, 궁금해서. 여자의 태도가 애매모호하거든. 너한테는 보일 것 같아서. 3분이면 파악 가능하다며." - P191

퇴직을 하던 날, 나는 이름을 바꾸기로 결심을 했다. 이병자. 그게내 본명이었다. 마지막 근무를 마치고 남은 명함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도장을 버리려다 따로 챙겨두었다. 한자로 새긴 도장도 하나 있었던 것 같았는데 책상 서랍을 뒤져도 나오지 않았다. - P203

나는 허리를 구부정하게 숙인 채 가만히 그 문구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다시 스크롤을 올려 내 책의 보관 상태를 찍은 사진을 살펴보았다. 책은 마치 한 번도 펼쳐 보지 않은 것처럼, 이제 막 서점에서 새로 구입한 것처럼, 겉표지가 깨끗했다. 나는 다시 화면을 내려 내 책다음에 적힌 목록도 마저 읽어보았다. - P226

잠은 좀처럼 오지 않았다. - P230

"소설책 많이 읽으시나 봐요?" - P235

그가 나를 알아본 것이었다. - P236

때때로 나는 생각한다.
모욕을 당할까봐 모욕을 먼저 느끼며 모욕을 되돌려주는 삶에 대해서.
나는 그게 좀 서글프고, 부끄럽다. ■ - P245

개들이 너무 짖지 않는다. 김은 잠든 아내를 깨우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한 번 그 생각에 사로잡히자 잠이 오지않았다. 깊은 밤이라고는 하지만 지나치게 조용했다.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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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야말로 진심에서 나오는 환호성을 지른다. 눈동자가있는 노란 의자는 당장이라도 말을 시작할 듯한 얼굴이다. 나와 친구가 되어줄 것처럼 보인다. 졸음기도 지루함도 순식간에 날아가버린다. - P211

귓가에서 낮게 바람이 불고 있다.
졸졸 흐르는 작은 물소리가 바람 소리에 섞여 있다.
번뜩 눈을 떴다. - P212

너무 놀라 문 앞에서서 소리를 질렀다. 성문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저세상의 별밤이 있고 그 아래 새카만 언덕이 실루엣으로 보였다. 그 언덕 정상에 박혀 있는 뭔가가 있었다. - P215

몸을 숙여 양손으로 다이진을 잡았다.
"와!" 기쁜 듯 소리를 높이는 다이진에게 호통을 쳤다.
"소타 씨를 내놓으라고!" - P217

‘돌려드립니다"
그렇게 말하고 열쇠를 돌리자 뭔가가 단단히 잠기는 듯한감촉이 손에 남았다 - P221

앞으로 갈 곳은 정해져 있다. - P228

타마키 이모는 와이드팬츠를 입은 다리를 들어 올리며 오픈카문에 가방을 올렸다.
"으악?!" 세리자와 씨가 눈을 부릅떴다.
"혼자는 절대 못가!" - P245

"뭐?" 보다
"저 고양이, 스즈메 고양이인가요?"
"우리는 고양이 안키워." - P249

"소타 씨, 소타 씨………!"
기도하듯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금방 갈 테니까. 금방 구하러 갈 테니까. - P269

‘목적지까지 앞으로 20킬로미터야! 아직 좀 멀어."
"나, 달려갈게요! 여기까지 고마웠어요. 세리자와 씨, 타마키이모!" - P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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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오만 원야요."
명희 어머니가 말했다. - P94

나는 명희와의 약속을 지킬 수 없었다 - P95

"힘을 내, 형."
내가 말했었다.
"이건 힘으로 할 일이 아니다."
형이 말했다.
"그럼 뭐야? 용기야?" - P106

"팔지 말고 기다려요."
승용차 안에서 한 사나이가 말했다.
"내가 사겠소."
"얼마에요?"
"얼마면 팔겠어요?"
"이십오만 원." - P114

"이제 됐어!"
내가 말했다.
사람들이 나를 보았다.
그들은 알았을까? - P141

"아버지를 난장이라고 부르는 악당은 죽여버려."
"그래. 죽여버릴게."
"꼭 죽여."
"그래. 꼭."
"꼭." - P144

셋째 해를 윤호는 조용히 보냈다. 두번째 해의 십이월과 다음의 일월을괴롭게 보냈을 뿐이다. 아버지만 아니었다면 그 두 달도 조용히 보냈을 것이다. 아버지는 윤호가 예비고사에서 떨어진 이유를 밝혀내려고 했다. - P159

"오빠도 해."
"나는 옵서버야."
"두고 봐."
경애는 말했다.
"오빠도 끼게 될 거야." - P171

경애는 다음날 까만 옷을 입고 할아버지의 장례식을 지켜보았다. 경애는아직 어렸다. 윤호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윤호는 대학에 들어가는 대로경애와 결혼하겠다고 생각했다. 셋째 해를 보내면서 윤호는 저희들이 가져야 할 어떤 과제를 떠올리고는 했다. 그 과제란 사랑 . 존경 · 윤리·자유·정의 · 이상과 같은 것들이었다. -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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