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가 허공을 가른다. 낮다. 제비가 낮게 날면 비가 온다. - P237

뭐하냐.
마당에 내어놓은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종이비행기를 접고있을 때 종우가 왔다.
비행기 접어. - P240

종우의 물음에 지수는 곰곰 생각했다. 접으면 안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오랫동안 부엌 식탁 위에 올려져 있기만 했었다.
지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종우는 그 고갯짓에 안심이 됐는지다시 종이배를 접기 시작했다. - P241

어젯밤에 비가 막 쏟아지니까, 누가 또 버리고 갔나봐. - P244

바닷가에 살면서 소금기가 섞인 바람을 많이 맞으면 피부가빨리 삭는 거야.
지수는 그 말이 종우가 여태 한 말들 중 가장 해괴하다고 생각했다. - P245

소금기가 가득한 바람은 양철 지붕도 자동차도 빨리 삭게만들어. 우리 할머니가 늙은 것도 다 소금 때문이야. - P246

멍청한게. 왜 넌 열심히 안사냐 - P250

며칠 뒤 바다에서 시신 한 구가 밀려왔다. 마을 사람은 아니었다. 낚시꾼이었다. 양식장이 망가지고 생선들이 모두 쏟아져나오자 그걸 낚으러 왔던 사람이라고 했다. 온몸에 흠씬 두들겨맞은 흔적이 있었다. - P258

계절은 흘러가지 않고 뚝뚝 끊어진 채 지나갔다. - P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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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끝물 더위가 가시고 가을바람이 불기만 하면너무 오랫동안 더운 음식을 못 먹고 지낸 나는 냄비국수를 해 먹고 말리라 잔뜩 벼른다. 식탐자는 맛에 대한욕망만큼 온도에 대한 욕망도 크다. 낮에는 여전히 찌는 날씨여도 이미 입속엔 가을이 깃들고 뜨거운 국물음식이 그리워진다. - P121

그릇에 담긴 국수 말고 나만의 냄비에 담긴 뜨거운 국수를, 살짝 숨이 죽은 쑥갓부터 건져 먹고 반숙인 달걀노른자를 호로록 먹고 양념장을 한꺼번에 풀지 않고조금씩 국수에 끼얹어 먹는 식으로, 그렇게 나만의 스타일로 먹고 싶다. - P125

물론 그 후로는 덤을 주지 않았다. 그때 그 유일무이한덤을 누가 먹었는지 모르겠다. 분명히 나는 아닌데. - P129

먹는 얘기에 관한 한 창작촌도 군대나 감옥에 뒤지지 않는다.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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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친구들과 화해하는 유일한 길은 그들과 영원히 헤어지는 것이다. 얼마간 떨어져 있다 보면 비몽사몽간에 우연히 옛 감정이 되살아날지도 모른다. - P48

주춤하거나 퇴색하지 않은 유일한 감정은 단순한 지적인 친밀감뿐이었다. 거기에 꾸민 친절은 전혀 없었다. - P51

우리의 짧은 인생은 영면으로 완결된다. ‘ - P63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삶에도 시작과 끝이 있음을 생각해 보는 것이리라 - P63

죽는다는 것은 태어나기 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일 뿐이다. 아무도 이 생각에는 연민이나 유감이나 반감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홀가분해진다. - P65

우리는 니누스 왕의 전쟁과아사라코스와 이나코스 신의 전쟁을 기억한다. - P67

오, 마음이 강건한 그대여!
세상과 그대 사이에는깨기를 꺼리는 약속이 있다!! - P69

그렇다면 삶을 사랑한다는 것은 추상적인 원리가 아니라습관적인 애착이다. 그냥 존재한다는 사실로는 "인간의 타고난 욕구를 만족시키지 못한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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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여름나기를 위한 비장의 나물 두 가지가있는데, 내 식으로 부르는 이름은 ‘까막고기‘와 ‘까죽‘
이다. - P108

그 후로도 작은언니는 크고 작은 병에 시달렸는데,
까막고기의 기적을 경험한 어머니는 모든 병의 증상에 상관없이 까막고기를 열심히 만들어 먹였고, 이상하게도 까막고기를 먹은 작은언니는 어느 병에서건쉽게 회복하곤 했다. 그래서 우리 식구들은 모두 까막고기를 즐겨 먹게 되었다. - P111

시래기나물은 콩나물이나 무나물처럼 간단한 나물을만들어 같이 비벼 먹어도 좋지만 나는 오로지 시래기나물만 넣고 비벼 먹는 걸 좋아한다. - P113

이 글을 읽고 그 맛이 너무 궁금하다며 부랴부랴 가죽장아찌를 만들려고 해봤자 소용없다. 가죽은 4월 말에서 5월 초에 반짝 따고 억세어지면 못 먹는다. - P117

공부와 음주의 공통점이 있다면 미리미리 준비해야 좋은 결과를 얻는다는 것이다. 아니, 생각해보면 세상 모든 일이 그렇다. -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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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은 너그러운 음식이다. - P39

. 특히 어리굴젓과 삭힌 고추장아찌가 손가락 김밥과 잘 어울린다. - P40

"어떡해? 김밥을 안 썰고 그냥 가져왔어."
그러자 그 친구가 태연하게 말했다.
"일부러 그냥 달라고 했어. 그렇게 먹는 게 더 맛있어서." - P45

"부침질 해줄까?" - P51

"밭에 땡초가 열릴 텐데요∙∙∙∙∙∙ 그 땡초 따 땡초전을만들어 당신께 드리고 싶어요." - P57

술을 많이 마신 다음 날 누룽지와 명란달걀찜을 만들어 먹으면 내상을 입어 열을 뿜던 위장들이 보리수그늘 아래 돌멩이들처럼 서늘해진다. - P65

"나이가 들수록 왜 이렇게 면이 땡기나 모르겠네." - P76

나도 외갓집 여인들처럼 나이가 드니 왜 이렇게 면이 ‘땡‘기나 모르겠다. 특히 여름에는 그렇다. 그래서궁여지책으로 물냉면 대신 해 먹는 게 냉잔치국수다. - P83

서울에서도 물회를 몇 번 먹었는데 영 그 맛이 안났다. 회의 질과 국물 맛을 떠나 왜 서울의 물횟집들은 국수사리마저 그 모양으로 내놓는지 나는 이해할수 없다. 주문을 받은 후 삶지 않고 미리 삶아 퉁퉁 불은 국수를 손님에게 내놓는 세계관이라면, 회의 싱싱함과도 담쌓고 사는 세계관임이 분명하다. - P90

불행히도 내 몸은 그 욕망을 따라주지 못했다. 내 몸은늘 허약하고 비겁하고 차가웠다. 그래서 나는 내 입안의 작은 동굴 안에서만이라도 그 열기를 아낌없이 발산하고 싶었던 것이다. - P102

냉장고에 넣고 서너 시간 말렸다 무쳤더니 제법 꼬들한 맛이 나 한동안 그렇게 했다. 요즘엔 한결 수월하게 애인을 불러 짤 것을 명한다. 애인이 인정사정없이쥐어짠 오이지는 꼬들꼬들을 넘어 오독오독이다. 정말 내 애인이라서가 아니라 이 친구가 악력 하나는 타고났다. 그러니 날 놓치지 않고 잘 붙잡고 사는 것이지싶다.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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