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살인‘만 인정하고 ‘미수‘는 무시해버렸다. - P152

우리들은 아버지의 자식들이었고 그랬으므로 푸르른 일몰의 시간은 숙명적인우리의 아킬레스건이었다. - P153

사건은 명백했다. 비둘기가 주먹깨나 쓰는 새로운 남자를 만난것이 화근이었다. 그 남자는 비둘기에게 진모보다 훨씬 세련된 조직폭력배의 세계를 보여주었을 것이다. 여기에도 비둘기의 잘못은 없었다. 내가 보아도 진모의 조폭 흉내는 어설펐으니까. - P153

그럴때 마주치는 진실의 얼굴은 얼마나 낯선가 말이다. - P154

죽지는 않았어. 해결할 만한 일이야. 너는 돌아오기만 하면 돼. - P154

"불러주는 전화번호 받아 적어. 거기다 자수하면 되니까."
"474......." - P155

보스답게 돌아와 네 졸개들이 다 불었어. 돌아와서 졸개 교육다시 시켜. - P15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비추 무더기의 이곳저곳에 렌즈를 들이대면서 김장우는 어쩔 줄을 모른다. 나는 그늘에 서서 그가 일하는 모습을 구경한다. - P116

"산이 있어 편안한 거야. 도시가 아니라서 그런 거야."
그는 마치 내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말한다. - P117

그 밤, 어디로 어떻게 달려서 집으로 돌아왔는지 나는 모른다.
대문 앞 외등에 비춰 본 내 손목시계는 아직 열시도 채 되지 않은시간이었다. 사랑의 인사를 나누었던 젊은 남자와 여자가 헤어지기에는 너무도 이른 시각이어서 나는 잠시 어이가 없었다. - P120

사람들은 작은 상처는 오래 간직하고큰 은혜는 얼른 망각해버린다.
상처는 꼭 받아야 할 빚이라고 생각하고은혜는 꼭 돌려주지 않아도 될빚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인생의 장부책 계산을 그렇게 한다. - P122

이모가 그 높은 소프라노로 이렇게 반박하면 어머니는 쇳소리로 악을 쓰다시피 격렬하게 이모의 말을 부인했다. - P131

낯선 곳에서 낯설게 만나는 혈육은 언제라도 늘 안쓰럽게 보이는 법이었다. - P134

"엄마, 오늘 또 뽀끌래 미장원에 갔었구나! 제발 그 집에서 파마하지 말라니까 왜 또 거길 갔어요?" - P139

"공부만 한다는 아이가 언제 귀에 구멍은 세 개씩이나 뚫었누."
"구멍 하나 뚫는 데 일 초밖에 안 걸려요." - P143

그때 이모가 식탁으로 돌아오면서 아들의 둥근 머리통을 아주잠깐 정답게 쓰다듬었다. 이제 나는 괜찮아, 라는 말 대신이었다.
아들도 그런 어머니를 향해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것으로 푸른 원피스의 이모는 다시 푸른 나무로 완전 회복되는 듯이 보였다. 이모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 P145

소소한 불행과 대항하여싸우는 일보다는거대한 불행 앞에서차라리 무릎을 꿇어버리는 것이훨씬 견디기 쉬운 법이다. - P148

어머니는 ‘살인‘만 인정하고 ‘미수‘는 무시해버렸다. 내가 ‘살인‘
은 무시하고 ‘미수‘만 인정한 것과는 정반대였다. 하지만 나는 애써 어머니를 설득하지 않았다. 어머니야말로 가장 흥감하게 ‘미수‘를 받아들였을 것이 분명했다. ‘미수‘가 아니었다면 어머니는쓰러져버렸을 테니까. - P152

불행의 과장법, 그것이 어머니와 내가 다른 점이었다. 내가 어머니에게 진저리를 치는 부분도 여기에 있었다. 그렇지만 어머니를 비난할 수는 없었다. 과장법까지 동원해서 강조하고 또 강조해야 하는 것이 기껏해야 불행뿐인 삶이라면 그것을 비난할 자격을가진 사람은 없다. 몸서리를 칠 수는 있지만. - P15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때, 내가 왜 좋았어요?" - P114

"간접조명도 모르는 무식한 인간이 이런 곳은 왜 와. 형광등 환하게 켜놓고 장사하는 설렁탕집이나 가지" - P112

"이거면 충분할 줄 알았지요. 내일 바로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 P113

"내 이름은 안진진. 돈 갚을 때는 조용히 안진진을 찾으세요.
아셨죠?" - P113

그렇지만 차를 세워둔 주차장 화단에서 무더기로 피어있는 보라색 비비추를 발견하고 환호성을 지르는 김장우를 오래 미워할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 P115

비비추 때문에 우리가 ‘그날 오후‘에 도착한 시각은 서산으로해가 기울 무렵이었다. 바람은 서늘했고, 노을은 아름다웠다. 가장아름다운 오후 시간에 우리는 제대로 ‘그날 오후‘에 도착한 것이었다. 몇 시 몇 분까지 시내로 들어가 몇 시 몇 분에 시작하는 영화를 봐야 하고 몇 시에 저녁을 먹어야 하는 시간표를 상비하고 다니는 사람들한테는 찾아오기 어려운 우연이었다. - P11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때 아버지가 ‘앞치마 두른 간수에 휘둘리는 삶‘에 자신이 얼마나 많은 공포를 가지고 있는지 어머니에게 정확히 말해주지 않은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아버지의 실수였다. - P87

술꾼이었던 아버지가 다음 단계로 건달이 되는 것은 아주 당연한 수순이었다. 자의반 타의 반으로 회사를 그만두게 되어 완벽한 건달의 조건을 갖추었을 때 나는 다섯 살, 진모는 세 살이었다. - P87

"그럼, 뭘로 맞춰봐요?"
"여기 있잖아? 언제나 잊어버리지 않고 지니고 다니는 것. 바로이손!" - P89

"누구나 다 똑같이 살 필요는 없어, 그렇지? 여보, 내 말이 맞지?" - P91

"그럼요, 당신 한 사람이라도 다르게 살아보는 것도 괜찮지 뭘."
어머니의 대답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버지는 금방 얼굴색이 환해지곤 했다. - P91

아버지는 어머니의 말에 심한 모독을 느끼고, 어머니는 아버지의 말에 심한 모욕을 느꼈다. 어머니가 입을 꾹 다문 채 아버지가 적당히 어렵게 찾아낼 장소에 적당한 돈을 숨겨놓고 시장으로 나가버리면, 아버지는 그 돈을 찾아내 집을 나가는 일이 되풀이되었다. - P95

. 그리고 나는 알고 있었다. 아버지가 영원히는 아니더라도 한번쯤은 돌아올 날이 임박했다는 것을. 그 명백한 증거가내 손이었다. 아버지와 나는 마침내 서로의 손바닥을 포개고 비밀을 맞춰볼 적당한 시기에 이른 것이었다. - P9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행운과 불운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나무도 그것을피할 수는 없다. 불운을 짊어지는 나무도 생겨나기마련이다. 불운의 형태는 다양하다. - P207

. [교수는 어떤 마음으로 강산이 피폐해진 조국과 이탈리아를 비교하게 되었을까. 이것이 이후1980년대까지 이어지던 포플러 식재 열기의 발단이다. 포플러는 그전에 벌써 일본에 전해진 상태였다 - P210

그러나 포플러 식재 사업은 성공하지 못했다.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지만, 예로부터 전해지는 일본고유의 식재 관념과 작업 방법이 이탈리아의 재배법과 육성법하고는 전혀 달랐기 때문인 듯싶다. - P211

올해는 이상기후로 초목이 늦게 싹트고 있는데 버들개지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그 어디에서도 정보가 들리지 않는다. 모르는 사이에 다 떨어진 걸까,
아니면 아직 피지 않은 걸까. 오직 떠오르는 생각은,
포플러는 격조와 절도 있는 춤을 춘다는 것이다. - P217

1990년 10월 31일 저자가 86세의 일기로 별세한후, 1992년에 유작으로 출간된 이 단행본을 읽고 나는 잘 쓴 글을 읽었다는 큰 기쁨에 잠겼다. - P218

좋은 문장이란 좋은 환경에서 성장한 사람의 좌담과 비슷해야 한다고들 한다. ·예의를 존중하고 자신의 용모에 주의를 기울이되 (좋은 문장이란 적당하고 게다가 수수하게 맵시를 살린 사람의 옷과 비슷해야 한다고들 하지 않는가) 너무 고지식하지도 않고 항상 적당한 정도를 지키며
‘열광‘을 비난하는 눈으로 봐야만 한다. 그것이 산문에는더없이 걸맞은 토양이다. - P218

어쨌든 나무와 접할 때도 "1년은 겪어봐야 확실하다", "적어도 계절마다 한 번은 봐두어야 무슨 말을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태도다. 그 태도는 ‘젊었을 때 몸에 밴, 음식도 옷도 집도 최소한 1년 동안은경험해봐야 무슨 말을 할 수 있다‘는 가사 경험에서비롯된다고 저자 자신은 생각한다. - P220

즉 자신의 생명을 끝마침으로써 새로운 것을 내놓는다. 벌목된 나무가 목재로 되듯이 말이다. 이 책은그렇게 해서 태어난 것이다. - P22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