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아버지가 ‘앞치마 두른 간수에 휘둘리는 삶‘에 자신이 얼마나 많은 공포를 가지고 있는지 어머니에게 정확히 말해주지 않은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아버지의 실수였다. - P87
술꾼이었던 아버지가 다음 단계로 건달이 되는 것은 아주 당연한 수순이었다. 자의반 타의 반으로 회사를 그만두게 되어 완벽한 건달의 조건을 갖추었을 때 나는 다섯 살, 진모는 세 살이었다. - P87
"그럼, 뭘로 맞춰봐요?" "여기 있잖아? 언제나 잊어버리지 않고 지니고 다니는 것. 바로이손!" - P89
"누구나 다 똑같이 살 필요는 없어, 그렇지? 여보, 내 말이 맞지?" - P91
"그럼요, 당신 한 사람이라도 다르게 살아보는 것도 괜찮지 뭘." 어머니의 대답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버지는 금방 얼굴색이 환해지곤 했다. - P91
아버지는 어머니의 말에 심한 모독을 느끼고, 어머니는 아버지의 말에 심한 모욕을 느꼈다. 어머니가 입을 꾹 다문 채 아버지가 적당히 어렵게 찾아낼 장소에 적당한 돈을 숨겨놓고 시장으로 나가버리면, 아버지는 그 돈을 찾아내 집을 나가는 일이 되풀이되었다. - P95
. 그리고 나는 알고 있었다. 아버지가 영원히는 아니더라도 한번쯤은 돌아올 날이 임박했다는 것을. 그 명백한 증거가내 손이었다. 아버지와 나는 마침내 서로의 손바닥을 포개고 비밀을 맞춰볼 적당한 시기에 이른 것이었다.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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