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롭고 정결한 음악. 그때 손열매와 어저귀가 부딪혀 엉덩방아를 찧는다. - P50

열매는 자기가 그렇게 높이 올라온지는 모르고 있었다. 본인은 그저 걸었을 뿐이니까. - P52

그 말을 들은 손열매는 마음이 누그러졌다.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을 때 열매도 태풍으로 집 벽이 날아가 버린 동화 속 돼지 삼형제 같은 기분이었으니까. 한동안 요양 병원에서 지내느라 자주 만날 수 없었는데도 ‘어딘가에‘ 할아버지가 있는 것과 ‘어디를 가도‘ 없는 것은 너무달랐다. 항상 허전했다. - P57

게다가 택배만 찾아서 얼른 돌아가는것도 아니고 매점 앞 파라솔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시간을 끌었으니까. - P69

자신의 곤궁함을 감춰 가며 서로의 복을 빌어 주는 애틋한 목소리. - P75

열매 니는 할애비가 니 이름을 왜 열매로 지은지 정녕 모르는겨? 나무가 내놓은 가장 예쁘고 잘난거라 그렇게 한겨. - P78

난 언니 예쁘다고 생각함. - P88

그때 얼음이 달그락하고 녹아서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유리잔을 타고 삼 밀리미터쯤 이동한 것에 불과했지만 그 낙하는 안전줄 없이 뛰어내린 번지 점프처럼 열매에게 걷잡을 수 없는 하강감을 주었다.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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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열매는 덩그러니 남겨졌다. 커피와 낚시 미끼와 알땅콩을 파는 장의사 안에. - P44

고수미야, 가지고 와. 내가 쓸게. - P45

가게문이 드르륵 열리는 소리가 나고 구 회장이 등장한다. 신발에 주목할 수 있도록 기분 나쁘고 긴장되는 발소리가 들어갔으면 좋겠다. 말투도 점잖은 체하지만 탐욕적이고 믿을 수 없는 느낌이다. - P46

손열매는 커피를 타면서 염색하지 않고 기른 그의 백발이 어둑어둑한 장의사 조명 아래에서 참 호사롭게 빛난다고 생각했다.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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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기를 때는 오직 그들이 잘 자라기만을 바란다. 나와 상호작용을 해줄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농담도 위트도 감사도 따뜻한 말도 필요하지 않다. 그냥 잘 있어주기만 하면 된다. - P127

선녀벌레는 날 수 있다! - P29

이제 32도 정도는 선선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쓰고 나서 확인해보니 34도다.) - P137

11월 6일모든 나뭇잎들이 물들고 있다. - P142

세상에, 이 거울은 다 뭐냐?
마루로 들어오셔서는 마당을 내다보며 말씀하셨다. - P155

햇빛.
햇빛을 오래 바라봤어. - P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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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모님 집 정원의 나무 사이 작은 그네에 앉아 쉬고 있었다. - P12

"아니, 왜 한숨을 쉬어? 무슨 일 있어? 다시는 좋아지지않을 특별한 불행이라도 있어? 우리가 도저히 벗어날 수없는 불행이야? 정말 모든 것이 끝장난거야?"
당연히 세상은 끝장나지 않았다. 우리는 집 앞으로 달려갔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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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이 잎사귀들을 통과할 때 생겨나는 투명한 연둣빛이 있다. 그걸 볼 때마다 내가 느끼는 특유의 감각이 있다. 식물과 공생해온 인간의 유전자에 새겨진 것이리라짐작되는, 거의 근원적이라고 느껴지는 기쁨의 감각이다. - P95

미스김라일락에 연둣빛 잎이 돋았다. 6·25 때 파병되었던 미국 군인이 이 관목을 한국에서 가져가, (아마도) 인연이 있는 여인이었을 ‘미스 김‘이라는 이름으로 학명을 붙였다고 한다. 그러니까 한국의 토종 라일락은 나무가 아니라 관목인 거다. - P102

불두화와 단풍나무가 마치 시합을 하듯 키가 자란다.
간밤에는 불두화가 조금 더 자랐다. 낮에는 햇빛을 먹고밤에는 자라나 보다, 식물들은. (사람 아이들처럼.)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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